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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위한 마음 챙김 철학] 교사는 행복해지기에 좋은 직업이다

 

교직을 택한 나의 선택은 맞았을까?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신입생 정원을 2,000명 늘린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에 따라 젊은 직장인들도 덩달아 흔들리는 중이다. 조금(?) 늦었지만, 이참에 수입 많고 사회적 지위 높은 의료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적잖이 눈에 띈다. 


우리 교직이라고 별다르지 않을 듯싶다. 다시 대입을 치르겠다는 선생님이 많지는 않지만, 교직원의 급여나 복지가 다른 직업에 견주어 매력을 잃어버린 지는 꽤 오래된 탓이다. 거듭된 연금제도 변화로 노후에 대한 걱정도 여느 직장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되었다. 이럴수록 교직만족도는 떨어지고, 아쉬운 수입 탓에 재테크에 눈을 돌리는 분들도 생겨난다. 


선생님들은 대부분 모범적으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게다가 공부도 꽤 잘하셨던 분들이다. 비슷하게 학교생활을 보냈어도 지금의 자신보다 훨씬 잘나가는 동창들을 볼 때마다 생각이 많아진다. 이 길을 택한 나의 선택은 맞았을까? 지금이라도 새로운 선택을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젊을수록, 아직 다른 기회가 많다는 믿음이 클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어찌하면 좋을까? 

 

행복해지려면 뭐가 필요할까?
이런 고민으로 머리가 어지럽다면,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os, 기원전 341~271)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 보자. 에피쿠로스라면 마음 흔들리는 선생님들께 이렇게 물을 듯싶다. 
“당신이 행복해지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당뇨병 환자는 끊임없이 단것이 당긴다. 하지만 달디 단 음식은 그에게 독약과 같다. 건강하고 싶다면 입맛을 이겨내고 의사가 시키는 대로 참을성 있게 담백한 식단을 지켜야 한다. 


행복에 대한 처방도 다르지 않다. 돈이 아주 많고 명성을 아주 많이 누리면, 온갖 걱정에서 놓여나 신나는 인생을 살게 될까? 절대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언제나 널려 있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부자들의 얼굴에는 질투와 시기가 사라지는 법이 없다. 이름값 있는 이들도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해 안달이지 않던가. 게다가 가진 것이 많을수록,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잃는 것도 추락할 때의 아픔도 크기 마련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 또한 부와 명예를 못 누리는 이들보다 많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자. 우리는 왜 선생님이 되려 했을까? 부자가 되려고, 명성을 누리고 싶어 선생님이 되었을 리는 없다. 교직은 돈과 명예를 얻기에 적당한 자리가 아니다. 이를 원했다면 다른 길을 갔어야 옳다.

 

그렇다고 선생님들이 돈도 많이 벌지 못하고, 이름도 떨치지 못한다며 우울하고 힘 빠진 일상을 보낼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매일 매일 동료들을 눈으로 보며 확인한다. 교사는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직업이다. 돈과 명성에 애먼 사회의 잣대에 휘둘리느라 교사로서 행복을 가꾸는 방법을 잊어버렸을 뿐이다. 선생님으로서 행복해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필수적인 욕망에 머물러라.”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세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필수적인 쾌락이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행복해지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의 급여가 이 정도는 채워주는 듯싶다. 적어도 선생님은 대표적인 사회의 중산층으로 여겨지지 않던가. 반면 자연적이지만 필수적이지 않은 쾌락도 있다.

 

더 좋은 음식, 더 좋은 옷, 더 좋은 집이 그것이다. 평범한 차보다 외제차를 몰고, 평범한 브랜드보다 명품 옷을 입으려 애쓸 때를 생각해 보라. 무리하느라 돈도 많이 들어 생활 곳곳이 삐걱거릴 터다. 갖고 싶은 욕망과 이미 가진 자들에 대한 질투로 마음도 편할 날이 없다. 그렇다고 그토록 바라던 것들을 손에 넣고 행복해졌던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며칠만 기분 좋을 뿐, 여전히 더 좋은 것, 더 비싼 것을 누리고픈 갈망에 휘둘릴 뿐이다. 목마른 처지에 소금이 든 음료를 계속 들이키는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자연스럽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욕망’이 있다. 에피쿠로스는 명예나 권력을 누리고픈 갈망의 예로 든다. 인기나 명성은 신기루와 같다. 바람같이 왔다 사라질뿐더러, 자리에서 밀려나면 세상은 금방 나를 잊어버린다. 그런데도 여기에 맛 들이면 약물중독자가 약을 못 끊듯 계속해서 매달리게 된다. 불행을 자청하는 꼴이다. 에피쿠로스는 우리에게 ‘필수적인 욕망’에만 머무르는 삶을 살라고 가르친다. 

 

“결핍에서 오는 고통만 없다면 검소한 음식도 호화로운 식탁 못지않게 즐겁다.” 

에피쿠로스의 말이다. 이제 우리의 삶을 찬찬히 살펴보자. 선생님이 부티 나는 옷을 입고 명품 차를 몰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되레 이런 것을 누리고 있다면 세상은 우리를 새삼스럽게 볼 터다. 우리에게는 ‘필요 없을뿐더러 자연스럽지도 않은 욕망’에 흔들리지 않을 조건이 확실하게 갖추어져 있는 셈이다. 나아가 에피쿠로스의 잣대로 볼 때 우리는 제대로 행복을 누릴 만한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진정한 행복조건, 우정과 자유 그리고 사색
에피쿠로스는 돈과 인기가 진짜 행복을 주지 못한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정말로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고 싶다면 우정과 자유 그리고 사색을 갖추라고 조언한다. 부모님이나 진짜 친한 친구 앞에서는 있어 보이려 애쓰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보여줘도 나에 대한 애정이 변하지 않음을 아는 까닭이다. 반면 모르는 이들 앞에서는 입성을 제대로 갖추어 입고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려 신경 쓴다. 그렇다면 있어 보이려 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가 진짜 바라는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우정’ 아니었을까?


안타깝게도 돈과 인기를 잔뜩 얻은 사람이 진짜 우정을 얻기란, 평범한 이들보다 더 어렵다. 자기가 누리는 부와 권력 때문에 나에게 다가오는지, 진짜 내가 좋아서 그러는지 알기 어려운 탓이다. 우리 선생님들의 처지를 다시 살펴보자. 사기꾼이 아닌 한, 우리에게 돈을 바라고 다가오는 이는 없다. 높은 명성에 기대어 무엇을 얻고자 나에게 달려드는 자가 있을 리도 없다. 


밝은 웃음으로 나를 맞아주는, 처지가 나와 별다르지 않은 동료들과 반가운 표정으로 나를 맞는 학생들, 학급을 떠나며 고마움을 전하는 학부모님들을 떠올려 보라. 그들은 나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나는 무엇을 누리고 있는가? 교사란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우정’을 제대로 누리는 직업이다. 교육에 몸 바칠수록, 그래서 나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수록 내 주변에는 따뜻하고 좋은 인연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직은 진짜 행복의 두 번째 조건인 ‘자유’를 누리기에도 좋은 조건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욕망을 욕망하기 마련이다. 모두가 좋은 대학에 목을 매면 어느새 나도 진학을 절실하게 바라게 되는 식이다. 부동산에, 승진에 관심이 온통 쏠려 있는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학교 사회는 어떨까? 교직에서 불필요한 욕망이 자리 잡을 곳은 애초에 별로 없다. 선생님이 왜 부자가 아닌지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다.

 

급여도 고만고만할뿐더러 사회적 지위가 아주 높아질 가능성도 크지 않은 까닭이다. 반면 선생님이 충분히 여가를 누리지 못하고, 좋은 소양이 엿보이는 일상을 가꾸지 못할 때는 혀를 차는 이들을 많이 마주치게 될 터다. 그만큼 교사라는 사회적 위치는 세속적인 욕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인간다운 삶을 가꿀 조건을 우리에게 쥐여 주고 있다. 

 

교직이란 행복해지기에 좋은 직업
마지막으로 에피쿠로스는 ‘사색’을 행복한 인생의 필수조건을 꼽는다. 어른은 몸이 아플 때 쓴 약을 스스로 찾아 먹는다. 입에는 써도 몸에는 좋다는 사실을 아는 덕분이다. 

 

“느껴지는 대로 느끼지 말고, 느껴야 하는 대로 느낄 것.” 

에피쿠로스의 가르침은 이 한마디로 갈무리해도 좋겠다. 돈 잘 벌고 잘나가는 이들을 보며 마음 초조해질 때,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 되물어 보자. “나는 왜 선생님이 되려 했을까?” 

부자가 되고파서, 명성을 누리고 싶어서 교직에 들어섰을 리는 없다. 우리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불필요한 욕망을 좇으며 더 높은 풍요를 누리지만 늘 초조한 삶, 다른 하나는 꼭 필요한 욕구를 채우는 데서 그치지만 우정과 자유와 사색을 제대로 채워주는 삶. 우리는 두 번째 선택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3월, 새 학년도가 시작되면서 교사의 일상도 새로워지는 시기다. 학교나 부서가 바뀌며 동료도, 마주하는 학생도 바뀐다. 새 학년도에는 주변에서 좋은 욕망을 품은 선생님들을 많이 사귀시기를, 그리고 따뜻하고 열의 있는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진정한 애정을 받으시기를. 교직이란 행복하기에 너무 좋은 조건을 갖춘 직업임을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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