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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1] 교원 순직 인정 왜 어려울까?

 

‘순직 공무원’이란 재직 중 공무로 사망한 공무원, 재직 중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사망한 공무원, 퇴직 후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사망한 공무원을 말한다(「공무원 재해보상법」 제3조 제1항 제3호). 최근 인사혁신처는 수업시간에 페트병 자르기를 하다 손을 다친 학생 학부모의 금전 요구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호원초 교사,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 출근길에 강력범죄로 사망한 신림동 둘레길 교사를 순직 공무원으로 인정하였다.

 

최근의 교권에 대해 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 교권 4법 개정, 교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집단행동으로 순직 인정의 요건이 완화된 것일까? 하지만 위 사례와 달리 여전히 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있어서 순직 인정의 요건이 완화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순직 공무원 인정은 인사혁신처에 구성된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가 판단하는데,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의 불승인 결정에 대해서는 국무총리 소속의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특별행정심판 절차).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의 심사청구도 기각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심사청구는 필수 절차가 아니므로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의 불승인 결정에 대해서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호원초 교사, 서이초 교사, 둘레길 교사는 행정소송까지 가지 않고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 단계에서 순직이 인정되었으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고, 실제로는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 단계에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순직 청구가 기각된 후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이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01 
중학교 교사 A 씨는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민원이 제기되었다. 경찰에서 혐의없음으로 내사종결이 되었으나, 교육청에서 직위해제 처분을 받고 감사가 개시되면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는 “고인에게 스트레스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은 확인되나 그 정도가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거나 그로 인해 우울증이 실제 발병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망과 공무가 상당한 인과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망인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들과의 신체접촉에 관하여 일련의 조사를 받으면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과 우울 증상이 유발되었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한 인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의 결정을 취소하였다.
 
 

#02
고등학교 교사 B 씨는 공립형 대안학교에서 생활지도 업무를 수년째 담당하였는데 학생을 체벌하였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 및 징계를 받았다. 징계 이후 성과상여금 및 기말수당 미지급, 하급지 전보 등의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받고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는 “고인의 업무수행 내용들을 고려할 때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만한 업무적 소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망인은 공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에 대한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형사·징계절차 및 이에 따른 인사상의 불이익한 조치들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 증상이 유발되었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의 결정을 취소하였다.
 
#03
초등학교 교감 C 씨는 학교에서 근무 중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느껴 보건실을 찾았다가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저혈량성 쇼크, 비외상성 혈흉으로 사망하였다. 망인은 교감으로 근무하면서 아동학대 사안 처리, 문제학생 지도, 기간제교사(시간강사) 채용 업무 등으로 업무상의 스트레스를 겪었으나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는 초과근무시간이 적다는 이유로 사망과 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는 “망인이 아동학대 사건, 문제학생 지도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고혈압·고지혈증 등 개인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점, 사망 전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볼 만한 상황 변화는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망과 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은 추후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이 그동안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와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는 공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소극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특히 초과근무시간과 같은 물리적 근무 강도보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교원의 특수성을 인과관계로 인정하는 데 적극적으로 고려해 주지 않았다.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와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는 근무 중에 사망하였거나, 민원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망인에게 사망이나 극단적 선택을 초래할 정도의 심각한 질병·기저질환·정신질환 등의 요인이 없다면, 즉 사망에 이를 다른 요인이 없다면 적극적으로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원의 권익보장을 위해 특별행정심판 절차로 교원소청심사제도가 있는 것처럼 교원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공무와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수 있도록 심사청구는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원회가 아닌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담당하거나, 적어도 교원 출신이 심사위원으로 필수적으로 들어가도록 「공무원재해보상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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