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 교육부는 ‘학교 행정업무 경감 및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방안은 ‘학교 내 업무 경감’, ‘학교 업무 행정기관 이관’, ‘학교 행정업무 효율적 지원체제 강화’를 큰 축으로 한다.
먼저, ‘학교 내 업무 경감 방안’은 온라인 시스템을 통한 학생 출결 및 공문관리 등 업무를 간소화하고, 디지털 인력 지원과 에듀테크 개발을 통하여 교사의 수업 준비 및 행정업무를 경감하며, 학교 내 각종 위원회를 정비하여 관련 업무 부담을 완화한다.
둘째, ‘학교 업무 행정기관 이관’은 교육청에서 학교 밖 시설 및 미취학 학생을 관리하고, 저소득층 지원에 대한 업무체제를 개선하며, 교육지원청 학교 지원 전담 기구 법제화 및 예산·인력 지원을 확대한다.
마지막으로, ‘행정업무 효율적 지원체제 강화’는 학교 행정업무 경감 과제 상시 발굴·개선·소통체계를 구축하고, 정책별 업무 부담 완화 방안 마련 의무화 등 사전 점검 체계를 신설하며, 교육부-교육청-교원단체 간 협업 네트워크 강화 및 우수사례를 확산한다.
이번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온라인 출결관리시스템이다. 학교 행정업무 경감은 교사가 교육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생활지도 등 교육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을 해주는 것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담임교사가 매일 처리해야 하는 단순·반복업무인 출결관리를 학부모가 결석신고서와 증빙자료를 스캔해 나이스에 올리면 담임교사가 이를 승인하고, 학교장의 결재를 받는 온라인시스템으로 전환함으로써 교사의 부담을 덜어 준다. 이는 기존에 수기로 행해지던 행정업무의 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작점이란 상징적인 의미에서 학교 행정업무 경감의 본질에 부합하는 진일보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모든 학교 관계자가 디지털 기술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기기와 디지털튜터 등을 지원하고, 교사 맞춤형 에듀테크 개발을 지원하는 방안도 반가운 내용 중 하나이다. 당장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가 시행에 들어가지만,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의 디지털 관련 수업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인력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기기를 보급하고 디지털튜터 등 기술 전문가 및 교사 맞춤형 에듀테크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학교의 디지털 혁명을 앞당기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교육청이 미취학 아동에 대한 후속 관리 및 취학 관리 전담기구 운영의 정상화를 통하여 미취학 아동에 대한 소재·안전을 확인하고 취학 관리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일들은 진즉 교육청이나 주민센터 등에서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업무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이나 재정난 등의 이유로 이제야 시행하게 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큰 짐을 덜어 준 고마운 일이다.
이 외에 교육청의 학교회계 예·결산서 온라인 일괄 공개 및 교육환경에 대한 현황 조사 및 순회 점검·실적 보고 업무 수행, ‘함께학교 플랫폼’ 내에 학교 행정업무 경감 소통 채널 별도 구축, 교육정책 발표 전 행정업무 영향평가를 통해 학교 행정업무 증가 여부 의무적 확인, 교육부-교육청-교원단체 간 행정업무 경감 네트워크 강화 및 교육부와 학교 현장 간 상설 협의체 구축 등의 정책도 함께 발표되었다.
이러한 정책 수립의 의도와 교육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사실, ‘앞서 언급한 정책들만으로 교직원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학교 행정업무는 어떻게 경감되어야 하는가?
거창한 내용보다 소소하고 일상에서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변화, 이것이 진정 학교에서 바라는 학교업무 경감의 요체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교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이후 그 중요성이 부각된 기초학력업무의 담당자는 새 학년 시작 전, 기초학력 책임지도를 위해 학습지원튜터 및 각종 강사를 섭외하여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채용 공고 등 각종 절차를 통해 인력을 채용한다. 이러한 업무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2월에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교육청에서 시기와 업무 특성에 맞게 선제적으로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교감은 또 어떠한가? 관리자로서 수행해야 할 수많은 업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수시로 필요한 기간제교사·시간강사 등의 채용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경우 올 2학기 늘봄학교 전면 도입과 관련하여 교육지원청에서 늘봄실무사를 일괄 채용하여 배치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기간제교사 및 각 부문의 강사 채용을 교육지원청에서 일괄 신청받아 채용 후 학교에 배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본다.
이는 교원들의 업무를 경감해 줄 뿐만 아니라 강사들이 여러 학교에 동시에 지원하여 최종 합격한 후 계약하지 않아 학교에 혼란을 주는 사례를 예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학교업무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학교가 바라는 진정한 행정업무 경감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각 시·도교육청의 업무 경감 방안을 살펴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RPA 시스템(사람이 수행하던 규칙적이고 반복적 업무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로 자동화) 구축, 학교 업무 효율을 높이는 엑셀 프로그램 개발·배포, 서울교육일자리포털 구축, 입학준비금 온라인 신청 시스템 개선, 교육지원팀 및 학교폭력업무 담당자 수업시수 경감 강사비 지원, 공통 안내 가능한 가정통신문을 교육청에서 학부모에게 일괄 발송, 전입생용 교과서 보관·배송시스템 도입 등은 교육청의 학교 업무 경감을 위한 다양하고 꾸준한 노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은 대학생 보조교사 교당 2~6명 배치로 도서관 장서 정리 및 행사 등 보조, ‘교육지원청의 기간제교사 채용’, ‘불필요한 공모사업 과감히 폐지’, ‘어린이 놀이시설 정기시설검사 및 수질검사 등 기존 학교에서 부담하던 업무를 시교육청이 직접 관리·감독’ 하기로 했다.
또한 울산광역시교육청의 ‘학교 공문 연동제’, ‘가정통신문 업무처리 절차 간소화’, ‘공모사업 총량제’ 등도 타 시·도교육청에서 참고할 만한 방안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에서 사용 중인 스마트단말기 134만 대와 충전보관함 5만 대에 대한 통합 유지·서비스를 교육청이 직접 맡아서 한다. 스마트단말기와 충전보관함 사용 중 문제가 발생할 경우 콜센터·카카오채널 등을 통해 상담받고, 모바일 A/S 접수를 하는 것도 학교 업무 경감의 훌륭한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의 ‘각종 서류 최소화 및 종이문서 폐지’, ‘각종 교육주간 결과의 의무보고 폐지’, ‘체험학습 신청과 보고 방법 간소화’, ‘학교 여건이나 구성원 협의에 따라 학부모 상담주간 자율 운영’ 등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상담주간 운영’은 그 시행과 관련하여 법령에 뚜렷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지 당연한 것처럼 학교정보공시와 맞물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년 초인 3월과 2학기에 일률적으로 시행이 되고 있는데 이는 학교 실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3월은 학생과 교사가 새로 바뀐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아직 학생과 교사가 서로에 대해 충분히 잘 알지 못하는 때여서 상담의 효과가 반감된다. 그럼에도 이를 지침으로 일률적으로 규제함으로써 학교현장의 혼란은 더 가중되는 일이 흔한데, 이를 학교 자율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은 비록 소소하지만 학교현장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시행하는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각 시·도교육청의 훌륭한 사례들을 협의기구 등을 통하여 서로 벤치마킹하고, 그 시너지 효과를 학교현장이 누릴 수 있도록 한다면 학교 업무 경감은 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학교 교직원들에게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학교현장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문성을 키워 나가며 학생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 경감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어 가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학교 업무 경감 방안이 보여주기식 업무 경감, 인기몰이식 업무 경감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교육청과 행정구청 등 여러 관련 기관이 학교가 교육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이를 위해 다양한 위치에 있는 교직원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 나간다면 학교는 보다 빨리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주목하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