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의 지극히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점은 이미 국내외 각종 전문가를 포함한 대다수 지식인도 우려를 쏟아내고 있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모두가 지적하는 비효율적 교육시스템
“韓고교는 황금티켓(상위권 대학 입학) 향한 생사의 전쟁터…국가적 낭비 초래” 지난달 한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기사는 경제협력계발기구(OECD) ‘2024년 한국경제보고서’를 인용해 ‘황금티켓’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 탓에 한국 교육현장은 학생들에게 ’생사의 전쟁터(life-or-death battlefield)’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비꼬고 있다. 또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이 비효율적인 경쟁에 참여하면서 국가적 낭비가 발생하고 또 아이를 키우는 비용까지 늘려 인구절벽을 초래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OECD 보고서는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OECD 회원국 중 꼴찌인 0.72명으로 떨어진 데 대해 “너무나 극단적인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한국인구가 앞으로 60년 동안 절반으로 줄어들고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58%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원인을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매우 높은 우리 교육 시스템에 의한 것으로 분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는 상위권 대학의 경쟁을 뜻하는 ‘황금 티켓 신드롬’도 더해졌다.
실제로 우리 교육은 대부분 학생이 지극히 비효율적이고 처절한 경쟁에 참여하고, 이 가운데 극소수만이 승자가 되는 승자독식(winner-take-all)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참담한 사실은 한국의 대학생 84%가 고등학교를 ‘생사의 전쟁터’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비율은 미국(40.4%), 중국(41.8%), 일본(13.8%)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우리가 시차를 두고 그대로 닮아간다는 일본은 이미 야만적인 경쟁보다는 연대와 협력을 가르치는 유럽의 교육선진국 체제를 이식했다. 이런 차이는 일찍이 탈아시아를 꿈꾼 일본이 기초학문 분야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결과와 비교가 된다.
이제 우리 교육은 정부가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없애는 등의 부분적인 교육개혁 조치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태다. 여타의 노력, 예컨대 학벌타파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해결책이 요원하다. 실제로 상위권 대학 졸업생은 하위권 대학 졸업생보다 24.6% 정도 많은 임금을 받는 등의 불공정이 널리 보편화 돼 있다. 설상가상으로 의대 진학을 위한 N수생 증가는 이공계열의 몰락과 함께 심각한 교육의 편중 현상을 낳고 있다.
연대·협력 중심 가치 변화 이끌어야
사교육 공화국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 교육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낭비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 경쟁이 없으면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오고 학습 부진아를 양산하여 공교육이 망할 것 같다는 우려는 사실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사상적 편견이다. 이는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세습 제도를 고착화할 뿐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식과 교육 가치의 혁파만이 인구절벽의 대한민국을 생존케 하는 유일한 방책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