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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교육의 섬’에서 ‘상생의 현장’으로

 

40도 고열의 교실이 보여준 운영 구조의 한계
최근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 교사가 고열 속에서도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출근했다가 끝내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불운이나 특정 기관의 관리 부실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명확히 드러낸 사례입니다.


저출생 상황과 장기간 동결된 원비, 정책적 사각지대 속에서 오직 교사의 사명감에 의존해 온 사립유치원 시스템은 현재 임계점에 다다랐습니다. 유아교육 생태계가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놓였습니다. 이에 따라 유아교육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현행 인력 지원 체계의 한계를 짚어보고, 유보통합이라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교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교단에 설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방향을 제언하고자 합니다.

 

사립유치원 운영의 현실 _ 결원에 취약한 인력 구조
대한민국 유치원 교육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사립유치원의 실제 운영 환경은 구조적으로 취약합니다. 흔히 사립유치원은 담임교사 1명이 하루 종일 모든 것을 책임진다고 오해하지만, 현재 사립유치원 역시 공립과 마찬가지로 시간적 분업화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개 오전에는 ‘교육과정 교사’가 정규 수업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방과후 과정 교사’가 돌봄과 방과후활동을 맡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분리된 안정적인 시스템 같아도, 문제는 ‘단 한 명이라도 병가나 연차를 내게 될 경우’ 발생합니다. 교사의 공백을 즉각적으로 메워줄 ‘여유 인력’이 원내에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한 교사가 출근하지 못하면, 결국 남은 동료교사가 앞뒤 시간을 모두 떠안아 10시간 이상 연속 근무를 하거나, 원장이 업무를 내려놓고 교실로 들어가야 유치원 운영이 유지됩니다. 한 교사의 정당한 휴가가 곧바로 동료교사나 원장의 과중한 ‘1인 5역’ 노동으로 직결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교육에만 전념하기 어렵습니다. 행정 전담 인력이 부족하여 각종 공문과 정보공시, 회계 시스템을 다루는 ‘행정가’ 역할을 병행해야 합니다. 점심시간에는 아이들의 식습관 지도와 안전사고를 대비하는 ‘생활지도사’로 일해야 하며, 하원 후에는 학부모 민원을 응대하는 ‘상담가’, 교실 청소와 교구 소독을 담당하는 ‘미화원’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원비 인상률이 물가와 인건비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직된 재정 구조 속에서, 사립유치원이 자체 예산만으로 상주 인력을 채용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결국 동료에게 업무가 전가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교사들이 아파도 쉴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며 교실을 지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유아교육의 특수성 _ 단순 대체 인력 풀(Pool)의 한계와 상주 인력의 당위성
사립유치원의 인력난 문제에 대해 교육당국은 주로 ‘단기 대체 인력 풀 확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하지만 이는 유아교육의 본질적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대책입니다. 유아들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연령대입니다. 정해진 교과 진도를 나가는 것으로 수업이 성립되는 중등교육과 달리, 유아교육의 핵심은 교실 내에서의 ‘개별화된 맞춤 대응’에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특정 식재료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어떤 아이는 소음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며, 하원 시 특정 보호자에게만 인계해야 하는 지침도 존재합니다. 아이들 개개인의 행동 특성과 교우관계, 세밀한 안전 수칙 등은 하루아침에 파견된 외부 대체 교사가 단시간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닙니다. 담임교사의 부재가 곧바로 교육의 단절이자 안전의 공백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 교사의 휴게권을 보장하려면, 필요할 때마다 외부 인력을 단기 파견하는 제도를 넘어, 원내에 상주하며 평소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는 ‘최소한의 여유 인력’이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소규모 사립유치원의 다수가 ‘3학급’ 단위로 운영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3학급당 최소 1명’의 상주 인력은 넉넉한 조건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만약 교사들이 동시에 결근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유아들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고 있는 상주 인력이 중심을 잡고 외부 대체 인력을 지원해야만 개별화 지도의 공백을 메우고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의 요구와 기관 운영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
오늘날 유치원은 교육을 넘어 높은 수준의 돌봄 서비스까지 요구받고 있습니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학부모의 기대치는 높아지고 있지만, 교사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는 부족한 현실입니다. 


현장에서는 교육적 상담을 넘어 교사의 개인적 성향이나 사생활에 대한 부당한 간섭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훈육 과정이나 아이 간의 사소한 다툼이 아동학대 의심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갈등 발생 시 교사 개인이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교사들의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부모 민원 대응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면서 교사들은 교육전문가로서의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직무 스트레스의 누적은 유능한 젊은 교사들의 이탈을 가속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유보통합, 실효성 있는 ‘상주 인력 지원’의 상향 평준화
과거 열악했던 보육 현장 역시 보조교사 지원 제도의 법제화를 통해 인력 구조를 개선하고 현장의 안정을 가져온 선례가 있습니다. 이제는 사립유치원 현장에도 이러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제언합니다.


첫째, 「유아교육법」 개정을 통한 ‘상주형’ 여유 인력 배치의 법제화가 시급합니다. 단기 예산 지원을 넘어, ‘3학급당 최소 1명’의 정규 인력이 원내에 상주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인건비를 직접 지원해야 합니다. 평소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는 상주 인력이 확보되어야만 담임 부재 시에도 교육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유보통합 과정에서의 실질적 재정 지원과 ‘상향 평준화’가 필요합니다. 유보통합이 단순한 행정적 통합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설립 유형과 관계없이 모든 유아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립유치원의 인력 구조를 국공립 수준인 ‘2인 체제’ 및 여유 인력 확보 상태로 끌어올리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셋째, 사립유치원을 국가의 ‘교육 공공재’로 인정하는 인식 전환이 요구됩니다. 저출생 기조 속에서 막대한 세금을 들여 공립 시설을 신축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대신 이미 인프라와 교육 노하우를 갖춘 사립유치원 현장에 상주 인력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이 예산 대비 효과적인 상생 방안입니다.


유아교육 생태계 복원을 위한 골든타임
이스라엘은 유아 교사에게 대학교수 수준의 급여와 사회적 예우를 보장합니다. 교사의 자긍심이 미래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유치원 교사들도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벗어나 교육전문가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교단에 설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확고한 정책과 예산 지원이 필요합니다. 


교사들이 아플 때 마음 편히 치료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상주 여유 인력’을 보장하는 것은 교사 개인에 대한 혜택이 아니라, 대한민국 유아교육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교사가 건강하고 안정되어야 아이들도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유아교육의 질을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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