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교수단체들이 정부의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전면 재설계하라고 촉구했다. 지역 거점국립대 9곳 가운데 3곳을 우선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 국립대 간 서열화와 과도한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 국가중심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조등 4개 단체는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당초 취지와 달리 지역 국립대 간 경쟁과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4월 발표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에 따라 서울대를 제외한 지역 거점국립대 9곳 가운데 국가대표 거점국립대학 3곳을 올해 우선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 대학에는 대학당 약 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교수단체들은 소수 대학만 선별 지원하는 방식이 지역 균형발전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3개 대학만 대표선수로 육성하는 방식은 선정되지 못한 대학에 낙인효과를 남기고 우수 교원과 학생 유입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결국 지역대 위기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가지표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교수단체들은 사업 선정 기준에 교원 인사제도 혁신이 포함되면서 일부 대학이 논문 피인용 영향력, 논문 수 등 정량지표 중심으로 교수 승진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연구 성과와 교육 혁신은 안정적인 재정 지원과 교육·연구 여건이 갖춰졌을 때 나타나는 결과”라며 “이를 사업 선정의 전제조건으로 삼아 대학 내부 인사제도 개편을 압박하는 것은 인과관계가 뒤바뀐 행정편의주의”라고 밝혔다.
이어 “측정하기 쉬운 수치가 정책 목표를 대신하면 지역혁신과 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숫자 경쟁만 남게 된다”며 “기초연구와 장기연구, 국립대의 공공적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수단체들은 정부에 ▲3개 대학 선별 지원 방식 폐기 ▲재정지원을 수단으로 한 교수 인사제도 개편 압박 철회 ▲지역 국립대 교육·연구 여건 개선을 위한 항구적 재정지원 체계 마련 등을 요구했다.
거점국립대 총장들도 3개 대학 우선 선발 방식에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국회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이 공개한 답변에 따르면 충북대, 충남대, 강원대, 경상국립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등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특정 대학 집중 지원이 대학 간 서열화와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단체들은 “지역 국립대학은 특정 산업 분야의 단기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 아니라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할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이라며 “단기 성과보다 안정적인 재정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