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전 세계 영화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영화 중 한 편은 누가 뭐라 해도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임에 틀림없다. 고대 그리스신화의 정수이자 현대 문학의 근간이 된 호메로스의 고전 <오디세이아>에서 트로이 전쟁부터 함락 이후 오디세우스가 10년 동안 미지의 세계를 거쳐 이타카로 돌아가는 여정을 웅장하고 장대한 서사시로 스크린에 그려냈다. 이번 ‘시네마 톡톡톡’에서는 천재 감독이라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들과 함께, 그리스신화를 다룬 영화들도 함께 복습해 본다.
609km 분량 IMAX 필름에 담은 이탈리아·스코틀랜드의 광활한 자연
“영화감독으로서 아직 채워지지 않은 영화적 영역,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늘 찾게 된다. 내가 자라면서 봐온 수많은 신화적 영화가 있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예산과 IMAX 스케일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무게감과 진정성으로 구현된 신화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오디세이>는 거대한 이야기이고, 정말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놀란 감독이 누구던가! 5분마다 기억을 잃는 남자가 아내의 복수를 위해 단서들을 문신으로 새겼던 복수극 <메멘토>(2000)로 전 세계 영화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고담시의 영웅 배트맨에 자신만의 서사를 부여한 <다크나이트 3부작>으로 흥행 감독으로 떠올랐다.
이후 꿈속의 꿈을 다룬 <인셉션>(2010)과 우주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낸 <인터스텔라>(2014), 서부 전선의 참혹한 실상을 한 병사의 시점으로 표현한 <덩케르크>(2017), 거꾸로 흐르는 시간을 선보인 <테넷>(2020) 그리고 실화 바탕 <오펜하이머>(2023)로 아카데미 시상식마저 휩쓸었다. 이 시대 할리우드 최고의 천재 감독이라 불리는 놀란이 그리스신화의 정수를 어떻게 스크린에 그려냈을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포인트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오디세이>가 놀란 감독의 작품 중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최초의 작품이자, 영화 사상 최초의 시도라는 점이다. 91일간의 촬영 동안 약 609km에 달하는 필름을 사용했고, 오직 <오디세이>만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IMAX 촬영 신기술이 사용됐다. 이 필름 위에 이탈리아·스코틀랜드를 비롯해 전 세계 10개국 이상에서 로케이션 촬영한 실제 자연이 지닌 압도적인 스케일과 질감을 고스란히 담았다. 장대한 자연 풍광 위에서 펼쳐지는 끝없는 항해와 대규모 전투 그리고 신들의 시험 등 놀란 감독 특유의 밀도 높은 연출이 더해져,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제작비만 무려 2억 5,000만 달러, 한화로는 약 3,600억 원에 달한다!
초호화 캐스팅 또한 글로벌 팬들의 기대를 높이는 포인트 중 하나다. “배우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 <오디세이>는 관객들이 여름 블록버스터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을 담아낸 작품이 될 것이다. 가장 거대하고 재미있는 영화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신화처럼 느껴질 것이다.” ‘트로이의 목마’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이자 지혜의 왕 ‘오디세우스’ 역을 맡은 멧 데이먼은 <오디세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수많은 구혼자를 뿌리치며 오로지 남편을 기다리는 ‘페넬로페 여왕’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앤 해서웨이, 엄마를 돕는 아들 ‘텔레마코스’는 지구를 지키는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 오디세우스를 방해하는 ‘칼립소 여신’은 절세 미녀이자 연기파 배우 샤를리즈 테론, 오디세우스를 돕는 ‘아테네 여신’은 스파이더맨의 현실 연인 젠데이아, 오디세우스의 빈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안티노오스’는 로버트 패틴슨이 맡아 신화 속 인물들이 한층 더 생생한 인간의 얼굴로 되살아날 예정이다.
<오디세이> 이전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트로이>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트로이 전쟁 직후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그 전사를 이해하기에 가장 완벽한 영화 <트로이>(감독 볼프강 패터젠, 2004)를 놓쳐서는 안 된다.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해에 아가멤논 왕과 전사 아킬레우스 사이의 다툼을 중심으로 전개한 <일리아스>를 원전으로 삼아 무려 196분 동안 트로이 무대를 장엄하게 재현했다. 트로이 왕자 파리스(올랜도 블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자 스파르타의 왕비인 헬레네(다이안 크루거)에게 한눈에 반해 트로이로 데려오면서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우스는 형인 아가멤논 미케네 왕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녀를 되찾는다는 명분으로 그리스 연합군을 결성해 트로이를 침공한다.

이 과정에서 테티스 여신의 아들인 아킬레우스(브래드 피트)도 꾀돌이 오디세우스(숀 빈)의 설득으로 그리스 연합군으로 소속된다. 아킬레우스의 첫 등장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근육질 몸매의 브래드 피트가 그리스 미녀들과 뒤엉켜 잠들어 있는 장면은 마치 신화를 그린 회화를 고스란히 재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참전하면 목숨을 잃게 되지만, 영원히 이름을 남긴다는 어머니의 말을 들었지만, 아킬레우스는 가는 곳마다 승전보를 울린다. 하지만 야욕이 가득한 아가멤논 왕의 지시를 따르기 싫었던 아킬레우스는 필요한 전투에만 나가면서, 트로이 함락 전쟁은 10년째 지지부진하다. 그러던 중 아킬레우스가 아끼던 사촌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전투에 나섰다가 죽임을 당한 후, 영화의 백미인 헥토르(에릭 바나)와 아킬레우스의 1:1 대결이 펼쳐진다.
애초에 패할 수밖에 없는 결투임을 알기에, 헥토르는 아내 안드로마케와 자식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비밀 통로를 알려주고 비장한 마음으로 성 밖으로 나온다. 전사자에 대한 예우를 해주자고 말하지만, 사촌의 죽음으로 눈이 뒤집힌 아킬레우스에게는 그야말로 ‘씨알도 안 먹히’는 제안이다. 몇 합 만에 헥토르를 죽이고, 전차에 매달아 트로이성 앞을 행진하며 시신을 모욕하는 아킬레우스에게 그날 밤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왕이 찾아와 무릎을 꿇고 손에 입을 맞추며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고, 용기있는 행동에 감동한 아킬레우스는 장례를 치르는 동안은 전투가 없을 거라고 약속한다. 장례 동안 꾀돌이 오디세우스가 목마를 만들어 그 속에 날랜 군인을 숨기고, 퇴각한 것처럼 군사들을 물린 후, 트로이군이 승전품으로 목마를 성안으로 가져가면서 우리가 익히 아는 트로이 목마 작전이 성공하게 된다.
영화는 원전을 많이 훼손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가장 먼저 상륙한 왕(자)은 죽는다는 신탁이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아킬레우스가 가장 먼저 상륙했다는 점, 아테나 여신이 아킬레우스를 돕지만, 영화에서 신들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신화에서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허락을 받고 갑옷과 무기를 챙겼지만, 영화에서는 몰래 입고 나갔다는 점, 아가멤논 왕이 프리아모스 왕을 죽였다는 점 등이 대표적으로 신화와 다른 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전성기 시절 브래드 피트의 치명적인 섹시함과 에릭 바나와의 결투 장면만으로도 그 모든 각색의 실수들이 용서될 지경인 영화.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신화 액션! <300>, <타이탄>, <신들의 전쟁>
그리스신화 특유의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보다는 화려한 시각미와 통쾌한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먼저 뜨거운 역사 액션 <300>(감독 잭 스나이더, 2007)을 추천한다. 신화는 아니지만, 고대 그리스의 실제 역사인 테르모필레 전투를 잭 스나이더 감독 특유의 만화적인 비주얼로 재해석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페르시아 100만 대군에 맞선 스파르타 정예 전사 300명의 무모하고도 뜨거운 결전을 오로지 근육과 땀, 피의 향연으로 그려냈다.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 원작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한 독특한 색감과 고속·저속 촬영을 오가는 슬로모션 액션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레오니다스 왕 역을 맡은 제라드 버틀러가 짜릿한 승리 후 외쳤던 “This is Sparta!”라는 명대사를 남겼고, 침략자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세스 1세가 굴종을 요구하며 말한 “I’m generous(나는 관대하다)”도 명대사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인기에 힘입어 2014년에 속편 <300: 제국의 부활>(감독 노암 머로)도 만들어졌다.
전통 신화 속 괴수들이 등장하고 영웅들의 모험이 펼쳐지는 영화를 원한다면 <타이탄>(감독 루이스 리터리어, 2010)도 빼놓을 수 없다. 페르세우스 신화를 바탕으로 메두사·크라켄을 비롯해 거대 전갈까지 그리스신화 하면 떠오르는 대표 괴수들이 총출동하는 판타지 액션영화다. 신들의 왕 제우스를 질투한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로 인해 인간 세상이 고통받게 되자, 반신반인 페르세우스(샘 워싱턴)가 힘을 얻기 위해 금지된 땅으로 떠나고,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을 날며 신들이 보낸 괴수들을 물리친다.
인간이 신에게 제물을 바치지 않게 되면서 신들의 힘이 약해지고, 인간을 공포로 통제하기 위해 신들이 나서 인간에게 괴수를 보낸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2012년에는 <타이탄의 분노>(감독 조나단 리브스만)도 개봉했다. 페르세우스 샘 워싱턴, 제우스 리암 니슨, 하데스 레이프 파인즈로 전편 캐릭터를 모두 계승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약해진 신들 때문에 풀려난 타이탄들의 습격을 막기 위해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 공주, 포세이돈의 아들,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와 연합군을 결성해 전투에 나서는 이야기다.
원전은 필요 없다! 스타일리시한 신화 액션영화를 찾는다면 <신들의 전쟁>(감독 타셈 싱, 2011)이 제격이다. 신을 극도로 증오하는 하이페리온 왕(미키 루크)은 전설 속 무기 ‘에피루스의 활’을 찾아 타르타로스 산에 봉인된 타이탄을 해방시켜 올림푸스의 신들을 죽이는 것이 목표다.
전 그리스가 하이페리온의 군대에 짓밟히는 와중에 테세우스(헨리 카빌)는 눈앞에서 어머니가 살해되는 비극을 겪고, 인간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철칙인 제우스(루크 에반스)는 알게 모르게 테세우스의 여정에 함께 하며 영웅의 각성을 돕는다. <300> 제작진이 참여해 비주얼만큼은 독보적인데, 영화 후반부에 제우스를 비롯해 아테네·아레스·포세이돈 등 올림푸스의 신들이 풀려난 타이탄들과 사투를 벌이며 죽임당하는 장면은 마치 그리스신화를 그린 명화들을 감상하는 것처럼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