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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톡톡톡]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재해석한 <프랑켄슈타인>은 기존 영화들과 뭐가 다를까?

 

크리처물의 거장으로 불리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재해석한 ‘프랑켄슈타인’은 어떤 모습일까? 넷플릭스에서 1,600억 원을 투입한 영화 <프랑켄슈타인>이 11월 7일 공개 예정이니 곧 확인할 수 있다. 극장산업과는 척지고 있던 넷플릭스가 이례적으로 10월 22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하면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극장 관객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도 했다. 지난 9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로 첫 내한하여,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 한국 관객을 최초로 만난 바 있다. GV에 참석한 관객 380명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퍼포먼스로 그의 내한을 고대해 온 팬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적인 순간을 선사했다.


모두 알다시피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이 원작이다.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18세 소녀가 쓴 이 공포 소설은 당시 사회 정서상 익명으로 출간됐지만, 무분별한 과학기술 개발에 대한 비판부터 연구자의 윤리 문제, 창조자와 피조물 간의 관계, 어린 여성 작가라는 자전적 요소까지 투영되면서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1931년 개정판에서 메리 셸리가 저자 본명을 밝히면서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았지만, 오늘날 SF 장르의 효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최초의 <프랑켄슈타인> 영화 제작자는 에디슨 
이 매력적인 소설에 당대 최신 기술이었던 영화가 눈독을 들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 현재까지 프랑켄슈타인을 다룬 영화는 수십 편에 달한다. 처음으로 프랑켄슈타인을 스크린에 담은 이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발명가 에디슨이다. 1910년 10분 분량의 무성영화를 만들었는데, 인형을 불태우는 장면을 촬영해 필름을 역재생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본격 유성영화 시대가 열리자, 유니버설 픽처스가 1931년 제임스 웨일을 감독으로 내세워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었다. 당시 26만 달러를 들여 만든 이 영화로 북미에서만 1,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엄청난 흥행에 성공했다. 유니버설 픽처스는 곧장 후속 영화 작업에 착수해 <프랑켄슈타인의 신부>(1935), <프랑켄슈타인의 아들>(1939), <프랑켄슈타인의 귀신>(1942) 등의 영화를 선보였다. 194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늑대인간·드라큘라 등 다른 크리처들과 이종 교배하는 영화까지 탄생했지만,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스토리는 메리 셸리의 원작 소설과는 거의 연관성이 없다.

 

 

그래도 1931년 <프랑켄슈타인>이 후대 영화들에 끼친 영향이 하나 있다. ‘프랑켄슈타인’ 하면 바로 떠오르는 ‘높은 이마와 나사가 박혀 있는 평평한 머리의 괴물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영화라는 점이다. 사실 원작 소설에서 괴물은 이성과 지식을 갖춘 존재로 묘사된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이고, 그가 만들어낸 피조물은 이름조차 없이 ‘그것’, ‘괴물’ 등으로 불리지만, 그 이미지가 워낙 강한 이유로 초기부터 지금까지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의 이름으로 착각하는 관객이 적지 않다(2014년 영화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에서는 아예 ‘아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으로 악마와 맞서 싸우는 전사로 나온다). 이후 상당 기간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의 전형적인 괴물 모습으로 활용됐고, 시체를 조합해 만들어낸 점을 부각하기 위해 피부를 초록색으로 표현하는 작품도 있었다. 


‘푸르딩딩’한 피부와 머리에 나사 박힌 괴물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영화로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994)을 꼽을 수 있다. 배우 겸 감독인 케네스 브래너가 프랑켄슈타인 박사 역을, 괴물 역은 로버트 드 니로가 맡았다. 이 영화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얼굴 곳곳에 굵은 바느질 선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비교적 원작 소설의 괴물 모습을 충실히 재현했다고 평가받았다.

 

원작에서처럼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에게 자신과 같은 신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두려움에 못 이겨 죽은 약혼녀 엘리자베스를 살려내지만, 끔찍한 외모를 보고 불 속으로 뛰어들며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이후 프랑켄슈타인과 괴물 모두 죽음을 맞이하는 원작과는 다른 결말로 관객에게 충격을 줬다. 

 

 

크리처물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프랑켄슈타인>을 재창조하다
이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2025년 작품 <프랑켄슈타인>을 이야기할 차례다. 판타지·크리처물의 거장 델 토로 감독의 팬이라면 <프랑켄슈타인>이 감독 필생의 숙원이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7살 때, 교회에 다녀온 일요일 오후 TV에서 <프랑켄슈타인(1931년 작품)>을 본 후, “저게 내 메시아고, 예수다!”라고 확신했다는 일화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지고 세상에 내버려진 존재’라는 점에서 공감했다는 그는 할리우드로 옮긴 후 여러 차례 필생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려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미국작가조합 파업, 제작사의 시리즈화 요청 등의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2023년부터 작업한 넷플릭스에서 <피노키오>, <호기심의 방>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제작한 후, 막대한 투자금을 확보하면서 마침내 환갑을 넘겨서야 영화를 완성했다.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은 기존 영화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성이 있을까? 이번 영화에서 그는 천재적이지만 이기적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극악무도한 실험을 통해 생명체를 탄생시킨다는 원작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랐다. 적절히 각색된 부분도 있는데, 원작에서 프랑켄슈타인은 깊은 밤 공동묘지에 가서 시체 중 비교적 온전한 부분들을 떼어와 조합해 피조물을 만드는데, 델 토로 감독은 든든한 후원자를 통해 전쟁터에서 죽은 군인들의 시체를 대량으로 조달받는다. 이 점에서 원작의 프랑켄슈타인에게는 한 명의 미치광이 과학자가 연상된다면, 델 토로의 영화에서는 전쟁으로 막대한 이득을 보는 군수산업자로 인해 죄 없는 젊은이들이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벌판에서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드러내며 사회적인 고발의 측면도 상기시킨다. 


그렇게 탄생한 피조물은 과연 크리처물의 대가다운 솜씨가 충분히 발휘됐다. 델 토로 감독은 ‘신생아와 같은 모습의 피조물’을 상상하며 골상학과 해부학을 공부해 매끈한 피부에 키도 2m가 넘는 피조물을 만들어냈다. 기존 영화에서의 프랑켄슈타인들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지만, 물론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를 흉측하다며 피한다(원작의 설정과 동일). 기존 프랑켄슈타인과 다른 건 외모만은 아니다. 칼로도 총으로도 심지어는 다이너마이트로도 죽지 않는다. 소설 원작에서 피조물은 ‘생명체 안에 자체적인 전기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갈바니즘 이론으로 탄생하는데, 거대한 피뢰침으로 모인 번개 에너지로 생명을 부여받은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은 기존 괴물들에게서는 보이지 않았던 엄청난 재생 능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죽을 수 없는 불멸자의 고뇌와 슬픔이 더 깊은 절규로 다가온다.

 

 

또 하나, 이번 영화에서 델 토로 감독은 원작과는 다른 결말을 설정했다. 델 토로 감독은 1993년 데뷔작 <크로노스>부터 <악마의 등뼈>(2001), <판의 미로>(2006), <셰이프 오브 워터>(2018)와 같은 작가주의 작품과 더불어 <블레이드 2>(2002), <헬보이>(2004), <퍼시픽 림>(2013)과 같은 오락영화에서 일관되게 ‘부자(父子) 관계’에 대한 탐색을 거쳐왔다. 엄밀히 따지면 할아버지와 소녀, 계부와 딸 심지어 로봇(아들)과 조종사(아버지)처럼 전형적인 부자 관계가 아닌 영화도 있다. 하지만 델 토로 감독은 이런 유사가족의 형태까지 포함하면서 부자 관계를 계속해서 자신의 영화 안에서 은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델 토로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직접 속내를 밝혔다.


“<프랑켄슈타인>이 나와 아버지 관계에 대한 우화라는 걸 수년간 만들면서 깨달았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내가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됐던 것처럼. 요즘은 많은 것이 이분법적이다. 사람이라면 아침에는 성인이지만 저녁에는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모습을 왜 용서하지 못할까? <프랑켄슈타인>에서 그런 부분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를 인정하자고. 아버지도 한 명의 사람이다. 그걸 인정한다면 우리는 우리 내면의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피조물 ‘그것’은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갈까? 델 토로 감독의 부자 관계에 관한 생각은 정말 바뀐 걸까? 궁금함은 넷플릭스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사진 제공·출처 ● 넷플릭스, 위키백과, 네이버 영화, 공식 예고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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