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학교 시험문제의 공개와 자유이용을 확대하되 교사의 출제 부담과 평가의 공정성을 고려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제언이 나왔다. 기출문제 공개에 따른 문항 재사용 제한과 민원 증가, 상업적 이용 문제 등을 고려해 공개 범위와 이용 조건을 법률로 명확히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6일 발간한 현안분석 제436호 ‘학교 시험문제는 누구의 것인가?’에서 학교 시험문제의 저작권법상 지위와 교육당국의 공개 관행을 분석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공립학교 교사가 직무상 출제한 시험문제는 원칙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저작권이 귀속되는 업무상저작물이다. 저작권법 제24조의2에 따라 공표된 공공저작물은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법원은 재학생에게 시험지를 배포한 것만으로도 공표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2020년과 2025년 학원의 학교 시험문제 공유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학교가 시험문제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해석이 저작권법과 판례,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2024년부터 기출문제 공개를 원칙으로 정했지만 공개 방식도 학교마다 달랐다. 교육부 제출자료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기출문제를 교내에 비치하는 학교는 중학교 77.12%, 고등학교 71.34%였다. 홈페이지에 탑재한 학교는 각각 12.09%, 15.26%에 그쳤다.

입법조사처는 기출문제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면서 이를 수집한 사교육업체가 유료로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상업적 이용을 막으려는 잘못된 저작권 침해 안내와 공개의 제한이 오히려 상업적 이용의 조건을 형성하여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기출문제의 공개 확대가 학교 현장에 미칠 영향도 함께 검토했다. 시험문제가 외부의 검증과 비교에 노출되면 교사가 논쟁적 소재나 새로운 형식의 문항을 피하는 방어적 출제를 할 가능성이 있고, 문항 오류에 대한 민원과 이의제기가 출제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공개를 통해 오류를 조기에 발견하고 시정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문항 재사용 문제를 별도로 다뤘다. 기출문제를 전면 공개하면 기존 문항을 다시 출제하기 어려워져 교사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문제은행이나 공동 출제처럼 재사용이 예정된 문항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험문제에 포함된 외부 저작물의 권리 처리도 과제로 제시했다. 국공립학교 시험문제라도 지문과 그림, 사진 등 타인의 저작물까지 자유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립학교 시험문제 역시 원칙적으로 학교법인 등에 저작권이 귀속돼 국공립학교와 구분해야 한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초·중등교육법에 시험이 종료된 지필평가 문항과 정답의 공개를 원칙으로 규정하되, 재사용이 예정된 문항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공개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개 여부를 학교장의 재량에 맡기는 대신 법률에 원칙과 예외를 명시하자는 것이다.
공개된 문항의 이용 조건으로는 영리·비영리 구분 없는 자유이용, 출처 표시 의무화, 비영리 교육 목적의 무료 이용과 영리 목적의 보상금 부과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영리 목적 이용에 따른 보상금을 문항 검수 등 평가 기반에 환류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꼽았다.
입법조사처는 공개와 자유이용의 제도화 과정에서 시험문제에 포함된 타인 저작물의 권리 처리 방안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출제 단계에서 자유이용이 가능한 자료의 활용을 안내하거나 공개 단계에서 저작권 이용허락 등을 일괄 처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