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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1.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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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자서전 쓰기, 자신의 삶 이해하고 미래 설계하는 교육

행복한 기억을 발견하는 교육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교육
교사는 학생의 삶을 기록하도록 돕는 사람

 

교육은 사람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대학입시 성과에 얽메이다보니 왜곡이 심화되어 학교는 힘들고 학생은 학교를 싫어하는 현실이다. 교육은 학생에게 오직 지식을 전달하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학생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며,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서전 쓰기는 단순한 글쓰기 활동을 넘어 학생의 성장과 자기 이해를 이끄는 중요한 교육적 방법이다.

 

필자는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목적으로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을 통해 그 교육적 가치를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수없이 수정하면서 완성해야 하는 것이 자서전이다.

 

한 학생의 기록은 자서전 쓰기가 청소년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학생은 자신의 삶을 기록하면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서 기쁨과 슬픔을 느꼈으며, 무엇을 통해 성장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어느 학생은 용정에서의 생활을 돌아보며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이 학교에 와서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방법, 인간관계다.”

 

이 학생은 자신이 생각했던 가치관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방법의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설득하려 하기보다 그럴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여유를 배우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자서전 쓰기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기록하는 활동이 아님을 보여준다.

 

글을 쓰는 삶에서 자신의 경험을 다시 바라보는 과정이다. 학생은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발견한다. 자서전 쓰기는 학생이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자기 성찰의 교육이다.

 

청소년기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중요한 시기이다. 학생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처음에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점차 그 차이를 인정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남을 이해시키는 방법보다 이해하는 방법을 알게 된 뒤, 나는 이전보다 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고 느낀다.”

 

이 문장은 자서전 쓰기의 교육적 의미를 잘 드러낸다. 학생은 자신의 경험을 글로 표현하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갈등의 원인을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인성교육이 일방적인 훈계나 규범의 전달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닫고, 그 깨달음을 언어로 표현할 때 인성은 더욱 깊이 내면화된다. 자서전 쓰기는 학생의 경험을 인성의 자산으로 바꾸는 교육이다. 교육의 핵심은 마음의 각성임을 보여준다.

 

학생은 학교생활을 돌아보며 중 2학년의 즐거움과 3학년의 깊이를 이야기한다. 첫 단합대회에서 느꼈던 설렘과 기대, 진로직업 체험을 위해 서울에 갔던 기억, 늦은 밤 사감실에 모여 나누었던 이야기, 풋살대회와 3박4일의 남도순례, 힘들었던 지리산 종주와 남도기행 등 다양한 경험이 기록되어 있다.

 

학생은 이러한 순간들을 돌아보며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지나갈 때는 밋밋한 시간 같았던 순간들이, 돌아보니 꽃밭이었다.” 이 문장 한 줄의 교육적으로 매우 의미가 매우 깊다.

 

우리는 학생의 성장을 성적이나 진학 결과로만 평가한다. 그러나 학생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성적표에 기록되지 않는 수많은 경험이 아닐까?

 

친구와 함께 웃었던 시간, 선생님과 나누었던 대화, 공동체 활동에서 느꼈던 성취감,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이 학생의 인생을 구성해 감을 기록해 놓는다. 자서전 쓰기는 학생에게 이러한 경험의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특히 학교생활을 힘들고 지루한 시간으로만 기억하는 학생에게 자신의 삶 속에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교육은 학생에게 행복을 만들어 주는 것뿐 아니라, 이미 자신의 삶에 존재하는 행복을 발견하도록 돕는 일이기도 하다.

 

어느 학생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고마움과 미안함을 제때 말할 수 있고, 실패 속에서 살아났다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문장에서 우리는 한 청소년의 성숙한 삶의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학생은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와 아쉬움을 돌아보며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생각한다. 자서전 쓰기는 학생에게 과거의 실패를 다시 해석할 기회를 제공하기에 성찰의 의미를 더한다.

 

실패한 경험을 단순히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겨 두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는 학생의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교육과도 연결된다. 학생이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을 발견한다면, 앞으로 또 다른 어려움을 만났을 때 자신에게도 그것을 이겨낼 힘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다. 자서전 쓰기는 과거를 기록하는 활동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활동이다.

 

교사는 학생의 삶을 기록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필자가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의 교육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교는 학생에게 교과 지식을 가르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학생이 자신의 삶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학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도록 권하는 것은 학생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자서전 쓰기는 학생마다 다른 삶의 경험과 개성을 인정하는 교육이다.

 

어떤 학생은 가족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삶을 발견하고, 어떤 학생은 친구와의 우정에서 성장의 의미를 찾는다. 또 어떤 학생은 실패와 좌절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교사는 이러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학생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학생의 자서전을 보면 평소 교실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고민과 희망, 상처와 가능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서전 쓰기는 학생을 평가하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학생을 이해하고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적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AI 시대, 자서전 쓰기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학생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고, 글쓰기까지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소중했는지, 어떤 경험을 통해 변화했는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학생 자신의 생각과 판단의 결과로 이뤄진다. 자서전 쓰기는 바로 이러한 인간 고유의 성찰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다.

 

AI가 문장을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학생이 직접 경험한 삶의 의미까지 대신 발견해 줄 수는 없다.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그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교육적 가치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학교교육은 지식의 습득과 활용을 넘어 학생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필자는 "아이들이 훈장이다"를 퇴직하면서 깨달았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중학생 생활, 학생은 지난 15년의 삶을 돌아보며 바쁘게 살아왔지만, 그 시간들이 모두 축복이었다고 고백한다. 지나갈 때는 평범했던 순간들이 돌아보니 꽃밭이었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변화가 바로 자서전 쓰기가 지닌 교육적 힘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교장의 큰 역할 중 하나로 학생들에게 자서전 쓰기를 강조하면서 교육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학생이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것은 과거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고 미래의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교사는 학생에게 정답을 알려 주는 사람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이 자신의 삶에서 질문을 발견하고, 그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동행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가 담당한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을 기록하게 하면 어떨까?  학생은 그 기록을 통하여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미래를 설계할 것이다.

 

평생 교육자로 살아오며 간직한 생각이 있다. 교육의 의미는 교사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전달했는가에만 있지 않다. 학생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며,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는가에 있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도 믿는다.

“교육의 의미는 아이들이 훈장이다.”

자서전 쓰기는 그 훈장을 학생 스스로 발견하고 가슴에 새기도록 돕는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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