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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호주, 초등교 도시락 검사도입에 잡음 무성

40대 이상 세대라면 학창시절 공포의 점심시간을 기억할 것이다. 다름 아니라 보리 잡곡이
섞인 혼식 도시락 검사를 하던 그 때 그 시절 탓에 즐거워야 할 점심시간이 일순간 긴장된 순간으로 변하곤 하던…

선생님의 판단하에 혼식 불량 판정을 받을 경우 그 날 점심은 굶은 채 두손으로 도시락을 받쳐들고 교무실 앞에서 무릎꿇고 반성(?)을 해야 했던 일, 일부 약삭빠른 아이들은 옆 친구의 도시락에서 보리 몇 알갱이를 ‘뽑아다가’ 제 도시락 위에 ‘심기까지’ 했었다.

선생님들도 얌체족에 질세라 아무래도 수상쩍다 싶을 때면 ‘ 거꾸로 엎어라’ 하며 허를 찔러 ‘보리 심기’를 한 아이들을 기어이 색출하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한국의 70년대 점심시간 풍경이 뜬금없게도 호주에서 재현될 조짐이다.

호주 퀸스랜드 주 교육부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도시락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점심 시간에 습관적으로 먹는 초코렛이나 감자칩, 과자, 사탕, 쥬스 등 인스턴트 식품이 소아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도시락 검사를 통해 학교에 가져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이다.

매 점심시간마다 교사들이 아이들의 도시락을 일일이 검사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끼리도 같은 반 친구들을 선생님께 ‘일러바치도록 ‘ 하는 원칙을 세웠다. 만약 인스턴트 군것질 거리를 가지고 온 아이는 도시락을 뺏고 그 날 점심은 굶긴 채 집에 갈 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뿐 만 아니라 무심코 인스턴트 음식을 넣어준 학부모는 학기말에 학교로 불려가 ‘해명을 요구하는 문초’를 당해야 한다.

교육부는 호주의 2세에서 17세 사이의 어린이와 청소년 4명 중 1명이 과체중이나 비만인 것으로 조사돼 어릴 적 부터 식습관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이같은 강경책을 시행키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교사나 학부모 심지어 영양사들 조차도 현실에 맞지않는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철저히 단속을 한다고 해도 집에서까지 먹는 것을 막을 수도 없을 뿐더러 아무리 교육목적이라해도 도시락까지 뺏어가며 아이들을 굶길 수는 없다는 것이 교사들의 이유이다.

한편 영양사들조차 초코렛이나 감자칩을 못 먹게 한다고해서 당장 영양 밸런스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아동들의 도시락 내용물을 강제로 규제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고생하는 호주 아동들과 청소년들의 식습관은 사실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평소 식단도 고칼로리에 고 지방식이 주를 이루는 데다 간식이나 도시락에 조차 신선한 과일 등 영양 균형을 갖춘 먹을거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식습관에 대한 획기적 개선과 대안이 없는 한 당뇨나 뇌졸증, 심장마비 등 성인질환을 앓는 10대 청소년들이 점점 늘어날 추세이다. 그렇게 되면 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다음 세대들의 평균 수명이 부모세대보다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어린이들에게 옳바른 식습관을 심어주고 건강을 되찾아 주기위해 마련된 호주 퀸스랜드 교육부의 ‘도시락 검사’ 방침. 하지만 시작도 전에 잡음이 너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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