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베티 블루 37.2’를 보기는 보았던 걸까. 87년 많은 사람들 가슴에 추억을 남긴 ‘베티 블루 37.2’는 100분 짜리였다. 19일 다시 걸린 무삭제판은 185분. 베드신이 아닌데도 전라 장면이 수도 없이 나와 뭉텅뭉텅 잘리는 바람에 영화는 장자크 베넥스 감독의 영상과 화제가 된 여배우에 대한 이야기 말고는 그저 기괴한 사랑을 그린 난해한 작품이란 평으로 남아있었다. 1시간 이상 잘려나간 영화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요령부득'이란 평가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한적한 휴양지에서 방갈로를 관리하며 살아가는 소심한 조르그(장 위그 앙글라드)와 그 곳에 흘러든 예측 불허의 여자 베티(베아트리체 달)는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조르그가 써둔 작품을 우연히 읽게 된 베티는 그의 천재성을 확신하지만 번번히 출판을 거절당하자 삶에 염증을 느껴간다.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베티는 출판업자를 가해하는 등 집착이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결국 조르그는 병원에 입원한 그녀를 죽이고 만다. 비극적인 사랑. 절망과 맞바꾼 베티의 사랑은 죽음으로 결실을 맺는다. 베티가 죽은 뒤 출판사로부터 그렇게 기다리던 출간 계획이 날라들어 왔으니 말이다. 어쩌면 도무지 고삐를 죌 줄 모르던 베티는 턱없이 다소곳했던 조르그가 불러낸 분신이 아니었을까..... 되살아난 에피소드는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이며 감정을 고조시킨다. 특히 등장인물의 행동이 문화적 차이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복원된 정사장면도 최근작에 비해 지나치다기 보다는 오히려 감각적인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단조의 피아노 음도 파격적인 사랑과 맞물려 인상적이다. 원제는 '아침 37.2'. 37.2°는 열정에 들떠 있을 때의 체온, 가장 임신하기 좋은 온도다. /서혜정 hjkara@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