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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단을 떠나며


그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 떠나는 선생님들! 섭섭한 마음, 힘들었던 일들은 모두 훌훌 털고 떠나십시오. 마침표는 또 다른 시작. '오늘은 내
인생의 첫 날' 이지 않습니까.

그냥 그저 기쁘고 행복한 거야!
정년을 며칠 앞둔 교사인 나는 매사에 의욕이 없고 서글프기만 하다.
돌아보면 외길 30년을 살아오면서, 어려웠던 국사(國事)의 소용돌이를 돌면서 어지간히 고생도 했다. 흔히 말하는 '촌지'는 고사하고 시골에서
주로 근무한 탓에 박봉을 쪼개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더 많았다. 지금도 나는 학부형이 가끔 식사라도 권하면 유치하도록 촌스럽게 군다.
자연스럽게 수용할 만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버젓한 제자가 찾아왔을 때 감추고 싶기만 했던 구차한 살림! 눈치보며 지친 눈으로 주야독경(晝夜讀經)하며 이수한 대학원! 건강과 맞바꾼
연구점수! 어린 자식 떼어두고 도서벽지 돌면서 관리한 승진점수!... 천신만고 끝에 이른 승진문턱에서 퇴출이라니...국가의
동량지재(棟梁之材)들을 키우느라 이렇게 고달프게 살아왔는데,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왔는데.... 국가의 국기(國基)가 흔들리는 것도 아닌데
이렇듯 원로교사들이 통한(痛恨)을 품고 교단을 떠나게 하다니...
아무리 세상이 바뀐다해도 인간교육에서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인륜이 무너진다면 교육의 근본인 질서와 교육의 질이 퇴색할 것은 자명한 이치! 선배
중견교사들의 '노하우(know-how)'가 없는 학교현장의 숨결을 과연 젊은 엄마들이 얼마나 느끼고 알고 있을까. 이렇듯 사회정의가 무너지고
어찌 교육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년이 아쉬워 방학중인데도 학교에 갔다. 동료교사들의 환대가 행복했다. 업무는 물론 점심까지 챙겨준다. 퇴출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정반대인 우리 매송중학교! 행복한 마음으로 편지함을 보니 내 사랑하는 제자들의 카드가 함뿍 들어있다. "사랑해요! 선생님, 늙지마세요! 선생님,
쎅시해요 선생님! 선생님 파이팅!..."

노을진 교정을 나오면서 난 오랜만에 진정한 행복의 기쁨을 맛보았다. 교직의 기쁨은, 교직의 보람은 "바로 이런 거야! 그냥 그저 기쁘고 행복한
거야! 따지고, 되씹고, 의미를 부여하고... 이것은 한낱 인간의 피곤한 감정일 뿐이야. 가벼운 인간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승화된 숭고한 원초적
기쁨! 행복한 삶의 근원적인 기쁨은 바로 이런 기쁨일거야!"
나는 멋지고 환한 웃음으로 나의 행복하고 보람된 퇴임을 맞을 것이다.
박상혜 경기성남 매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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