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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토론>

학교가 정치에 유린돼
◇김홍렬 서울시교육위원=교육자치는 '지역의 자치'라는 측면과 '교육이라는 전문 영역의 자치'라는 측면이 있다. 교육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노출될 때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2000년 예산안이 서울시의회의 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100 여개의 학교에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증액됐다. 예산안의 예비비와 정보화 예산을 삭감해 시의원들의 지역구안에 위치한 학교의 시설비 등을 증액한 것이다.
학교는 지방의원,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등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득표에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관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지방교육자치와
일반자치를 통합하면 교장 등 교원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을 쥐게 될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학교가 심하게
유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육예산 법제화 필요
◇김영철 교육개발원수석연구위원=지방교육자치를 지방자치에 통합하면 교육재정이 확대된다는 보장이 있는가. 예산부처에서는 현재 중앙정부의 교육재정
지원 능력이 한계에 달해 추가적인 교육재정 확보는 지방재정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지방재정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교육자치를 통합하여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교육권한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교육권한을 주는 경우 확실한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추가 교육재정이 확보된다는 것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대부분 자치단체에서는 도리어 지방재정이
교육재정에 의존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중앙정부에서도 모든 정부가 교육입국의 의지를 외쳐왔지만 투자의 우선순위에서는 제외돼 왔다. 교육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법제가 마련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가예산은 매년 감소돼 왔다.

교육적 에너지 사장
◇이명호 서울체육고교사=정부의 교원 정년 단축은 여러가지 정책적 명분에 기초했으나 그 기저에는 IMF라는 실상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교직사회의 활성화라는 명분의 허구성과 교원 수급의 실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교원정년 단축이 교육공동체 붕괴의 단초가 되었다. 교원정년
문제를 교원들의 집단이기주의로 치부하지 말고 교육의 질 제고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나이라는 잣대로 우수한,
교육 에너지가 충만한 원로 교사들의 교육적 역량이 사장되는 교원정책은 국가적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교원들에게 국가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게 만든 비극적 사건인 교원정년 단축에 대한 보완책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다.

연금기득권 보장돼야
◇송경현 서울삼선초교감=정부는 저부담·고급여의 제도적 불균형을 연금법 개정을 통해 고부담·저급여로 해결하려고 한다. 이는 공무원연금법의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실시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노력없이 결과적으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를테면 교원정년 단축으로
연금이 고갈될 것이 예상되었으면 교원정년을 줄일 때 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했어야 했다. 총체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접근이 아니라 우선
순위를 두고 해결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나 공단측은 분명한 과실을 밝히고 구체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강구한 후 교원과 공무원들의 참여나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위기에 처한 연금문제 해결을 위해 연금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접근방식에 있어 공무원의 연금기득권 보장을 확실히
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겉도는 수준별 교육과정
◇오윤심 서울신구로초교사=수준별 교육과정은 학생의 개인차를 고려해 학생으로 하여금 그것에 맞는 교육을 받도록 함으로써 학생 개개인의 성장
잠재력과 교육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교육과정이다. 그런데 7차 교육과정을 한 학기 경험한 대부분의 교사들은 수준별 교육과정이 본래 의도한
바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이다. 수준별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운영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7차 교육과정을 운영해
본 대부분의 교사들은 수업 양이 너무 많아서 벅차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필수 학습요소가 대폭 축소되고 다양한 지원체제가 갖추어지고 학교현장의
전반적인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수준별 교육과정은 구호에 불과하고 교사들 역시 구호로 부르짖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교사들의 입장이다.

우리는 당당할 수 있나
◇이만기 인천문일여고교사=학교현장에서 휘말린 '새 학교 문화 창조'의 여파는 정부의 강력한 강조가 다소 시든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게 남아
있다. 더군다나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이나 수행평가, 체험학습, 특기 적성 교육활동 등이 더욱
예민한 문제이다. 학생들에게 성급하게 제2외국어 선택 폭을 넓혀주려다 보니 독어·불어교사들에게 단기연수를 통해 일어를 가르치라고 강요하다시피
하고 있다. 학생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전국 인문계고교의 90%가 성적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는 조사가 발표되고 있고, 고교 교사들은
조만간 고교등급제가 실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교육부에 의해 전면 제지된 보충수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발제자 제언의 기본전제는
'교사에 대한 신뢰'에 있다. 매우 바람직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과연 교사인 우리가 당당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얼마나 당당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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