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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교육 쟁점

"교육이 바뀌면 미래가 달라진다"

연방 역할·학교 책무성 강화는 일치
바우처 제도와 재정 투입규모는 이견

미국 차기 대통령 선거가 불과 10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민주당의 고어(Al Gore) 후보와 공화당의 부시(George W.
Bush) 후보간의 공약 대결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8월 중순, 미국 CNN 방송과 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46%가 부시 후보를, 45%가 고어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집계되어, 두 사람의 대권 구도는 향방을 가늠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간과해서는 안될 사항은 바로 대권 주자들의 선거 공약이다. 미국 국민이 대통령을 선택할 때,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사항은 각 후보가 국가의 장래를 이끌어 갈 리더로서 국민에게 제시하는 비전과 계획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후보들의 교육 공약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국가 지도자가 바뀜으로써 교육이 바뀌고, 교육이 바뀜으로써 국가의 미래가 바뀐다는 논리를 미국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 정부의 교육적 역할=미국의 연방 헌법에는 공교육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주정부가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 연방
교육성이 1980년 민주당 소속 카터 정부에 이르러서야 겨우 독자적 성으로 승격된 점만 보아도 그 위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연방 교육성의 독립을 옹호해왔고, 교육 정책 수립과 관련하여서도 학교 문제에 보다 깊숙이 관여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고어는 학교
운영에 있어서 연방 정부의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역대 어떤 정부도 감히 추진하지 못했던 교육적 역할을 연방 정부에
부여할 것이며 이를 위하여 향후 10년간 160억 달러를 집중 투여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교육 부문에 대한 연방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고, 연방 교육성의 폐지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부시 후보는
공화당원 가운데에서 연방 교육성의 예산과 책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한사람이다. 따라서 부시는 기존 공화당
정부에 비해 연방 교육성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동료 당원들의 저항이 예상된다.
◇주력 재정 지원 공약=부시 후보의 교육 공약을 대표할 수 있는 중점 사항은 아동의 읽기 능력 향상을 위하여 향후 5년간 50억 달러를
투여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시는 미국 공립학교 아동의 읽기 능력 부족을 국난이라고 언급하면서, 이들이 3학년말까지 유창한 읽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아동의 읽기 능력 판별, 교사 훈련, 읽기 프로그램의 개발 및 현장 적용에 주력하겠다고 한다.
고어는 이러한 부시 후보의 계획에 대하여, 부시가 경제 부문과 관련하여 제안한 세금 삭감 계획이 결국 교육 부문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 조달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그 실행 여부에 의문을 제기한다. 고어는 집권당으로서의 강점을 살려 포괄적인 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 계획을
중심으로 유권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즉 클린턴의 교육 개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고, 연방 정부의 예산 흑자 약 1150억 달러를
향후 10년간 학급당 학생수의 감축, 교원 임용 및 봉급 인상 등에 충당하며, 교육 시설의 신축, 증축, 현대화를 위한 지방 정부의 공채 발행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러한 고어의 계획을 부시는 개혁 마인드 없이 돈만 쏟아 붓는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한 책무성의 강화=부시 후보는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관련하여 학교의 책무성을 강조한다. 우수한 학교는 표창하되, 부진한
학교에 대해서는 3년 동안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을 경우, 학부모가 원하는 사립 학교를 선택하여 옮길 수 있도록 바우처 제도 (voucher:
교육비 지불보증제도)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고어 후보 역시 학업성취도의 향상을 위하여 학교의 책무성을 강조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학생들간의 성취도 격차를 줄이는데 주정부와 개개 학교가
책임을 지도록 하며, 학내 규율과 안전을 강화하고, 학교의 개선 여부를 지속적으로 측정하여, 실패하는 학교는 도태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바우처 제도에 대해서는 국가의 공공 자금을 교회를 사용하는 격으로서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한다. 학업성취도 향상
방안으로서는 신규 교사에 대한 국가적 자격 시험을 실시함으로써 교사의 질을 높이고, 우수한 성과를 거두는 교사에 대해서는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여 교원 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던지 교육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급선무는 연방 정부의 교육적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고어는 연방
정부의 교육 예산을 향후 10년간 약 50% 증대시키겠다고 하고, 부시는 고어만큼 야심적이지는 않지만 향후 5년간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 예산을
130억불 정도 증가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공약이란 공허한 약속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미국 시민들은
연방 정부의 교육에의 개입 정도는 재정 지원의 정도와 맞먹어야한다고 강조한다. 재정적 기여 없는 간섭이나 통제는 전혀 국민들에게 납득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이경 한국교육개발원 국제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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