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초등학교 시절 6학년 4반을 담임하셨던 임종섭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젊고 핸섬하시며 다정다감하시고 자상하셨습니다. 그 당시 6학년은 중학교 진학을 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가 파한 후 다시 공부방을 얻어 그곳에서 밤 세워 과외를 했습니다. 나는 그 공부방에 가서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방세로 내는 월 300원을 못 내어 갈 수가 없었습니다. 진학하는 아이들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므로 비진학 학생들의 수업은 소홀해 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학업이 떨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혼자 애태우고 있을 때 선생님께서는 조용히 나를 부르시어 300원을 면제해 주시고 수련장까지 주시면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수련장 뒤 표지에 나의 이름자를 큼직하고 반듯하게 써 주셨을 때 그 고마움은 잊을 수 없는 감격으로 뇌리에 새겨졌습니다. 지금도 때때로 그 잘 써진 글씨가 떠오를 때면 감사의 마음으로 가슴이 뭉클해지곤 합니다. 선생님의 덕분으로 중학교 진학도 할 수 있었고 그 때의 도움이 밑거름이 되어 중학교 교사가 되어 가르치는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주변을 돌아보면서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은 없나 살펴보기도 하지만 선생님께서 실천하셨던 것처럼은 못하고 있어 부끄럽습니다. 그 후 선생님의 소식을 수소문해 보니 교직을 그만 두셨다 다시 복직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어느 학교에서 근무하시는지 알 지 못합니다. 내가 벌써 중년에 들어섰으니 선생님의 모습도 많이 변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 속에 선생님 모습은 늘 깔끔하시고 다정하신 모습으로 그리고 진한 그리움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이제 선생님 계신 곳을 적극적으로 찾아 만나 뵈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직에 있는 동안 선생님께서 힘을 주셨던 것처럼 나 또한 학생들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낙엽 밟으며 걷노라면 선생님께서 수련장 표지에 써 주신 큼직한 이름자와 함께 더욱 그리운 모습으로 떠 오릅니다. 선생님!........ 김춘기 경북영천 성남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