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이 고가에 대량 주문을 내면 동시호가 시간대의 거래 가격은 '큰 손'이 부른 값에 정해지기 쉽다. 그 덕에 시세를 싸게 부른 주문도 '큰 손'에 '묻어' 비싼 값에 거래된다.
이전 칼럼에서 동시호가 주문 제도를 소개하고 동시호가 시간대 주문을 통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동시호가 시간대 주문을 통해 보유 주식을 비싸게 팔 수 있는 방법을 말해보겠다. 동시호가 시간대인 오전 9시 5분 전, 거래소 시장에 투자하는 박투자 씨가 국민은행 주식을 1만7500원에 100주 '팔자' 주문을 냈다 하자.
어제 국민은행 종가는 1만7000원. 어제 장이 끝난 뒤부터 오늘 아침까지 시장 정보를 살펴보니 아무래도 오늘 국민은행 주식은 어제보다 적어도 500원은 오를 것 같다. 장차 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 오늘처럼 값이 오름세를 타는 분위기일 때 팔아치우자고 판단해 '팔자' 주문을 낸 것이다.
그런데 주문이 체결되고 보니 거래가 이뤄진 가격은 주당 1만8000원. 박씨가 주문한 가격보다 더 비싸게 거래가 됐다. 웰까? 기관투자가 등 '큰 손'이 박씨가 부른 시세보다 비싼 1만8000원에 대량 '팔자' 주문을 냈기 때문이다. 장차 국민은행 주가가 오른다고 본 투자자들이 1만8000원에 대량 '사자' 주문을 내면서 거래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씨의 주문도 함께 휩쓸려 거래가 체결된 것이다. 동시호가 시간대에 나오는 주문은 모두 동시에 매매가를 부른 주문으로 간주하고 단일 가격에 주문량이 많은 순서대로 거래를 성립시킨다. 그러므로 '큰 손'이 고가에 대량 주문을 내면 동시호가 시간대의 거래 가격은 으레 '큰 손'이 부른 값에 정해지기 쉽다. 그 덕에 박투자 씨처럼 시세를 싸게 부른 주문도 '큰 손'에 '묻어' 비싼 값에 거래된다. 소액투자가로서는 보유 주식을 자기가 본래 주문한 것보다 비싼 값에 팔 수 있으니 뜻하지 않게 덕을 보는 셈이다. 이 원리를 잘 이용하면 동시호가 주문시간대에 보유 주식을 비싸게 팔 수 있다. 동시호가 시간대에 낸 주문은 동시호가 시간대가 끝나도록 거래가 체결되지 않을 경우 이후 정상 거래 시장에서도 계속 유효하다. 그러므로 동시호가 시간대에 거래가 체결되지 않는다면 이후 시장 동태를 보아 해당 주문을 거둬들일지 혹은 내용을 변경해 다시 내놓을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