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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네마편지> 번지점프를 하다



'운명적 사랑'과 '인연'
당신은 그 것을 믿으시나요

그가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 달라며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우연'인 그 만남은 또 '어쩌면 의도' 였는지도 모릅니다.(영화 '오! 수정'의 그녀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무슨 뜻인지 아시겠지요) 1983년 어느 비 오는 여름날 그렇게 인우(이병헌)와 태희(이은주)는 만났습니다. 그 날 인우를
젖게 한 것은 그의 어깨만이 아니었습니다. '운명적 사랑'이 그의 가슴에 촉촉히 스며들었기 때문이지요.
인우는 태희를 만나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매일 몇 시간씩 무작정 기다립니다. 그러다 태희가 같은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요. 역시
'인연'이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입영열차를 기다리던 인우 앞에 태희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을 했다거나 아니면
눈물을 머금고 헤어졌다면 이 영화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는 바닥 가까이서 다시 튕겨 오르는 '번지점프' 처럼 새로운
도약을 하더군요.
2000년 인우는 딸과 아내를 가진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고교 국어교사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의 삶이 현빈(여현수)이라는 남학생 때문에
송두리째 망가지고 맙니다. "젓가락은 시옷 받침인데 왜 숟가락만 디귿 받침이냐" 고 묻거나 음료수를 마실 때 새끼손가락을 쭉 펴는 행동 등
인우는 현빈에게서 태희의 모습을 발견한 것입니다...
현빈과 인우의 조금은 어색한 '사랑' 때문에 영화를 본 사람들은 '동성애' 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 것 보다
'번지점프를 하다'라는 제목과 '인연'이라는 단어 때문에 이 영화가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도입부의 계곡을 부유하던 카메라의 시선, 중반부
인우가 첫 수업시간에 그어대던 인연의 끈! 그리고 번지점프를 하는 엔딩과 대사(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모두 저로 하여금 끈질기게 '인연'을 연상하게끔 했으니까요.
번지점프. 끝을 향해 떨어지지만 안전장치에 의해 끝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는 것. 그 것이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번지점프를 하게 만드는
매력이겠지요. 결국 영화가 우리에게 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영원한 사랑에 대한 확신, 인연의 끈에 대한 확신이었나 봅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한번쯤 번지점프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것은 끝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 그 믿음이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절벽에서 떨어져도 정말
끝이 아닐까요...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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