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직원조회 시간에 학교 영양사 분이 와서 각반 담임선생님에게 무료 급식이 필요한 아동을 추천해 달라면서 가정환경조사서와 선정기준 및 주의사항 등을 전달했다. 끼니를 굶는 제자가 있다면 박봉을 털어서라도 먹이고 싶은 것이 교사의 마음이니 무엇보다도 더 급하게 해결해야 할 업무다. 그런데 왜 한숨이 나오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가정 형편으로 굶는 아이가 있다면 만사 제쳐놓고 찾아 먹여야 한다. 그러나 대상 학생을 찾을 방법이 막연하다. 요즘은 입는 옷이나 갖고 있는 학용품, 또는 용돈 쓰는 것 등을 보고 기초생활수급자나 지원대상자를 찾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가정방문을 해 보라지만 한 두 번 찾아가서 그 집이 급식비를 지원해야 할 정도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아이를 만난 지 한 달도 안 된 학년초에.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어도 생계를 위한 차량이면 급식비 지원이 될 수도 있다는데 그것은 또 어떻게 판별하나. 밤낮을 모르고 허덕이면서 자식을 먹이고 가르치면서 냉수로 배를 채우던 우리네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젊고 건강한 부모가 있는데 아이를 무료급식 대상자로 추천하는 것도 못할 일이다. 그건 그 아이의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이라는 걱정이 앞서서다. 힘들더라도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어려울 때는 최선을 다해 동고동락 해야된다고 가르쳐야 할텐데 이도 정말 어렵다. 거기다 선정 과정에서 가정환경이 노출되어 불이익이 없도록 유의하고 지원대상학생의 누락 및 선심성 지원 금지란 단서를 붙여 배부된 대상자 가정환경조사서에는 별 항목이 다 있다. 월소득, 주택, 토지, 동산 등 자산상태, 지원사유 등 거의 20가지가 넘는 항목을 기록해서 그 진위를 동사무소에 보내 확인을 받아야 한다니 일도 여간 많은 게 아니다. 진정 무료급식이 필요한 아이를 추천하지 못하면 제자의 어려움을 모르는 부끄러운 교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난감한 일은 형편은 좀 힘들어도 온 가족이 힘을 합쳐 노력하면 떳떳하게 자비 급식을 할 수 있는 아이를 잘못 추천할 경우, 우선은 그 부모와 아이를 멸시하는 꼴이고 다음으로 국고를 축내는, 말 그대로 선심 추천한 무능한 교사가 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교사와 학생을 위해 이런 대안은 어떨까. 1, 2월쯤 무료급식이 필요한 가정에서는 그 사정을 동사무소에 신청하고 동사무소에서는 적절한 방법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아동은 급식비를 그 가정에 지급해 아이가 돈을 내고 학교급식을 하게 하거나, 동에서 학교 구좌로 입금시켜서 아이가 친구들로부터 무료급식자라는 놀림을 받지 않고 눈치를 보지 않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가장 바쁠 때인 학년초, 교사들도 어렵고 답답한 잡무 하나를 덜 수 있지 않을까. <문삼성 부산 강동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