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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정력검사?


요 몇 년 사이, 교육계는 정말로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한동안 `열린'이라는 회오리 바람이 불어와 온 나라를 그 속으로 몰아 넣었다. `열린
교육, 열린 수업, 열린 학교, 열린 음악회, 열린 피아노 학원….' 평가방법의 개선 또한 커다란 강풍이었다.
수행평가가 도입되기 전, 지필 영역과 실기 영역 평가 때의 일이다. 6학년 1학기말 체육시험을 치는 시간, 시험지를 배부하고 몇 분이 지나자
여기 저기서 남학생들이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시험지를 살펴보니 `사춘기에 나타나는 남녀의 2차 성징에 대해 써라'는
문제에서였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진정하려고 애를 써봤지만 허사였다. 아이들 사이로 지나면서 곁눈질을 해보니 대충 `방뎅이가 커진다. 가슴이 커진다.'로 답을
적고 있었다. 남학생들은 짓궂게도 여학생의 이름까지 들먹이면서 음흉한 웃음들을 날렸고 여학생들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시험이 끝나고 줄별로 바꿔서 답을 불러 주면서 채점을 하고 있었다. 중간부분에 `신체검사 시에 검사하는 항목을 4가지 써라.'는 문제였다. 한
어린이가 다소 겸연쩍은 표정으로 나오더니 시험지를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이거 맞습니까?"
"아니, 이게 뭣꼬? 정력검사라니?"
시험지의 위쪽을 살펴보니 평소에도 장난기가 많은 지 모 군의 것이었다. `요 맹랑한 놈 다 봤나? 신체검사 때 어떻게 정력검사를 할끼고?'
속으로 혀를 차면서 계속 채점을 했다. 각자 시험지를 돌려 받은 후, 맞게 채점되었는 지 확인을 하는데, 문제의 시험지 당사자인 지 모 군이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앞으로 나왔다.
"선생님, 이 문제 맞는데 틀렸다고 잘못 매겼는데요."
"아니, 너 뭐라 카노. 세상에…. 이 세상 천지에 정력검사가 뭣꼬?"
"선생님, 여기 위쪽에 점이 있어예."
"어디? 으응? 청력검사!"
아뿔싸. 나는 조금, 아니 많이 떨어져서 위 문제와 섞여져 있는 `ㅈ' 위에 점을 미처 보지 못한 것이었다. 지 모 군의 글씨가 워낙 난잡하긴
했지만 내가 미혼이었더라도 청력검사를 정력검사로 잘못 판단을 내렸을까? 붉어지는 얼굴을 얼른 감출 수밖에 없었다. <김인자 부산 사직초등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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