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국의 한 독자로부터 정중하고도 조심스런 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 3월 중순경 필자가 쓴 ‘호주에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다’는 글을 보고 혹시 호주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을지를 타진해 온 내용이었다. 호주의 한국어 교사 자격으로는 학력이나 경력 면에서 화려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이력서가 훌륭했지만 소정의 영어 시험 통과 등 몇 가지 조건에서 당장은 일자리를 구할 형편이 못돼 훗날을 기약하며 서로가 아쉬움을 접어야 했다.
한국어를 신설하는 호주의 초·중등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전국 45개교, 총 4200여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작년 한 해 동안에만 1천명을 상회했다. 고등학교 때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은 대학에서 전공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아 지난해 호주 각 대학의 한국어 전공자도 2배가 증가했다.
호주의 한국어 교육 확대는 케빈 러드 수상의 집권 후 곧바로 실시된 아시아언어 진흥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한국어를 비롯하여 중국어·인도네시아어·일본어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러드 수상은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뿐더러 사위도 중국인이기 때문에 아시아에 대한 호감이 높아 아시아 언어를 호주 교육 과정에 정착시키는 데 열성적이다.
여세를 몰아 한국어 교육의 입체화와 다각화를 위해 호주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호주 내 한국어 보급과 교육을 전담하는 시드니한국교육원(원장 조영운)은 지난 5월 중순경부터 한국어 초급 2개반을 편성,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에 걸쳐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무료로 진행되는 이 과정의 현재 등록생 수는 20여명으로 호주 대학생과 일반 직장인이 주를 이루는 중에, 눈에 띄는 점은 수강생 중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초·중등 학교장들과 교사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호주의 학교장들은 직접적인 과목 선택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학교장들이 한국어에 보이는 관심이 그 학교의 한국어 유치 유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학교장과 교사들이 우리말을 배우는 데 열의를 보인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호주 학교에 점차 한국어가 확대될 직접적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는 7월, 호주 학교장들의 한국어 방문 첫 연수 프로그램이 실시되면 한국을 직접 경험하고 피부로 느낄 기회가 주어짐으로 인해 호주 내 한국어 교육의 전망은 더욱 밝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한국어가 확대 보급될 상황에 대비하여 교사들이 충분히 수급될 수 있는지 또 있다고 해도 수준 높은 교사를 확보할 수 있느냐이다.
현재 동포 자녀들을 가르치는 한글학교를 비롯해서 호주 학교에서 정식으로 교편을 잡고 있는 교사들은 모두 호주 교육부가 인정하는 소정의 자격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공급받는 등 훈련과 재도전을 받을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교민 중에서 커리어를 바꾸어 한국어 교사가 되려 해도 교육부가 요구하는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선뜻 용기를 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교육부의 한국어 자문기관은 한국어 보급의 급물살을 타고 이참에 보다 많은 한인들이 호주에서 교직을 갖는 것이 좋지 않냐고 권하고 있지만 보다 효율적인 방안과 정책 마련에 미흡함을 느낀다. 뭔가 제도적으로 시원하게 뚫려 동포 사회 교사들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지원되고 더불어 한국의 고급 인력도 호주에서 기회를 갖게 하도록 할 수는 없을까.
다시금 그 때 메일을 보냈던 분이 생각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그 분은 마침 남편의 직장관계로 가족들 모두가 당분간 호주에 머물 예정이라 기왕이면 본인도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호주에서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경력을 갈고 다듬은 노력이 역력한 그 분의 이력서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 길을 열어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비단 그 분 뿐이랴, 현직 국어교사로서 호주 연수 기회를 얻는 방법 등도 고려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