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퇴임하는 권정호 경남교육감은 23일 "교육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바른 방향이다 싶으면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육감은 이날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40여년 교육인생을 마무리하는 심경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선생님의 권위가 사라져 학습권과 교수권이 침해되고, 정권이 교육을 정권유지 차원에서 바라본 것 등으로 인해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1966년 진주교대 국어과를 졸업하고 고성군 하일초등학교에서 처음 교단에 선 권 교육감은 진주중, 진주여고 등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모교인 진주교대로 옮겨 조교와 전임강사, 교수를 거쳐 총장까지 올랐다.
2007년 12월 첫 직선제 경남교육감 선거에 당선돼 2년 6개월간 경남교육을 이끌다 6·2 지방선거에 낙선했다.
다음은 권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 선거 후 마무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 가깝게 정을 나눈 사람들을 만나면서 교육감 재임 중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오전에는 급한 결제를 하고 오후에는 교육감 선거에 도움을 줬거나 정을 나눈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 임기동안 꼽을 만한 성과는. ▲ 교육감에 취임하면서 공약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약속한 것이 있다. 하나는 교육청 관리자들의 권위주의 일소, 두번째는 교육자의 권위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교육에 권위주의가 들어가면 경직이 된다. 정과 정이 흘러야 학생들이 감화되고 감화가 되야 교육이 된다는 것이 지론이다. 교육청 내부에 팽배한 권위주의를 없애는데 신경을 썼는데 거의 일소가 된 것 같다. 반대로 일선 선생님들은 권위를 세워줘야 된다. 권위가 있어야 선생님들의 말이 학생들의 귀에 들어간다.
- 공교육이 무너진 원인을 진단한다면. ▲ 공교육이 무너진 이유가 3가지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옛날에는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그림자도 안밟았는데 선생님들의 권위가 없어지면서 학습권과 교수권이 침해받았다. 두번째는 역대 정권에서 교육을 정권유지 차원에서 본 점이다. 정권이 교육자를 정권유지 차원에서 바라보면서 때로는 폄하하고 권위에 손해가는 정책들을 내놨다. 나머지 하나는 언론인데 나쁜 교육자가 한두명 있을 수 있지만 전체인 양 보도하면서 전체 교육자들의 위신이 추락한 것 같다.
- 공약 이행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다면. ▲ 경남매니페스토실천본부 평가를 보면 영어교사 집중연수·해외연수 확대사업과 지역교육청 교육분쟁조정위원회 설치·운영 등에 대해 성과가 없거나 미흡하다고 봤다. 그런데 해외연수는 신종플루 우려 때문에 보내지 못했고 분쟁조정위원회는 20개 시·군에 모두 설치는 했지만 문제해결 실적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매니폐스토실천본부가 공약 이행률을 76%로 평가했지만 개인적으로 무상급식 공약을 점차로 늘려가는 등 90% 가량 이행했다고 본다.
- 가장 애착이 가거나 자랑스럽게 여기는 공약은. ▲ 교육자적 양심으로 보면 교육본질에 충실하려고 한 것이 가장 애착이 가지만 가시적으로 보면 무상급식 실시가 가장 자랑스럽다. 무상급식 실시를 처음 공약으로 내놨을 때 누구도 긍정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정당과 교육감 출마자 모두 무상급식을 내세울 정도로 이번 선거정국을 이끌었다.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제시했던 정당과 출마자들 모두 정치적, 경제적 논리만 앞세웠던 점은 아쉽다. 의무교육을 규정한 헌법정신을 구현하고 학생들의 입맛을 바꿔 평생건강을 지키면서 지역민과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무상급식이다.
-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 선생님들의 권위를 살려 교권을 확립하고픈 거대한 포부를 가졌었는데 아직까지 미진한 것 같다. 취임하면서 전국 최초로 사표(師表)헌장을 만들었고 선생님들에게 "당당해지자"고 했다. 당당하려면 부정과 속임이 없어야 하고 부당한 외부 압력에 맞서야 되는데 아직까지 모두 갖춰지지 않은 것 같다. 조금 더 (교육감직을) 했더라면 그것만이라도 만들어놨을텐데. 경남교육에서 민족의 미래를 찾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 경남 교육가족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 교육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바른 방향이다 싶으면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이어가면서 교육풍토가 바르게 설 수 있도록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 각자가 맡은 업무에 충실해 국가와 민족에 봉사하는 공무원이 됐으면 한다.
- 퇴임 후 계획은. ▲ 원래 진주교대 총장을 하고 정년퇴임 한 뒤 고향인 고성에서 과수원을 하다가 제자들의 간청에 의해 2007년 12월 교육감 선거에 나와 당선됐다. 내가 10대 종손인데 퇴임하면 종가를 지키고 과수원을 돌보면서 손자들 교육에 열중하겠다. 다른 계획은 아무것도 없다.
- 후임 교육감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 교육현장을 잘 아는 분이 오는 만큼 퇴임하는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