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과 창의를 기본 이념으로 하면서 수요자 중심, 학습자 중심 을 핵심 아이디어로 표방하고 지난해부터 연차적으로 일선학교에 적용되기 시작한 제7차 교육과정이 많은 문제제기와 함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실 제7차 교육과정은 우리 나라가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진입할 것을 예상하고 최신의 학습이론을 토대로 선 진국형의 교육 모델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 대표적인 내용이 수준 별 학습의 도입, 학생들의 과목선택권 부여, 학교 중심의 재량활동 시간 확대 등이다. 그러나 제7차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육과정 자체의 개발에만 신경을 썼을 뿐, IMF 등을 핑계로 학교 현장의 준비와 여건 조성을 위한 투자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이제 새로운 교육과정을 시행하려고 해도, 학교 현장의 상황은 그것을 받아들일 시설이나 인적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것이다. 학급당 학생 수만 40∼50명에 이르는 콩나물교 실 속에서 학생들의 개인차를 고려한 수준별 학습지도를 한다는 것은 애당초 어려운 이야기이다. 고등학교에서 70-80개의 선택교 과를 개설하고 학교재량 활동까지 운영한다는 것은 시설면에서나 교사의 수급 차원에서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7차 교육과정의 시행을 각급 학교에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방식으로 밀어 붙인다면 학교 현장은 더욱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학교는 결국 보고와 평가를 위한 실적위주 의 운영으로 나가게 될 것이고 교사와 학생들은 형식적인 수업 속 에서 갈등과 위선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제7차 교육과정의 확대 시행을 서두르거나 강행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현장 교사들의 동의와 참여가 없이는 교육과정의 적용과 운영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들도 제7차 교육과정을 무조 건 반대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이 우리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이라면 긍정적인 수용 자세도 필요하다고 본다. 여건을 탓하 며 언제까지 획일적인 일제식 수업에만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는 7차 교육과정의 확대 시행에 보다 신축성을 가지고 학교 현장과 생산적인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