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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미꾸라지

초등학교 6학년 때 일이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만큼 60년대 농촌 형편은 꽤 초라했다. 그
때문에 수학여행을 간다는 것은 쉽게 엄두를 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무섭기로 소문난 호랑이 선생님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수학여행을 가야
한다는 엄포를 내려 아이들 모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런 일이 있은 며칠 뒤, 시장마을 친구 세 명이 이틀동안 집단 결석을 했다. 처음에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선생님도 연 이틀이나 아이들이
출석하지 않자 내심 걱정이 됐는지 수소문을 시작했다. 처음엔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아 소재파악에 애를 먹었지만 선생님의 집요한 추궁에 실종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났다. 그리고 며칠 후, 선생님이 특파한 급우들에 이끌려 세 친구가 교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된 거야?"
바지를 둘둘 걷어올린 채 흙탕물을 뒤집어 쓴 그 친구들은 선생님의 물음에 대답조차 못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이틀 동안 무단 결석을 했으니
불호령이 떨어질 게 뻔했으니까. 반 아이들도 잠시 후 벌어질 사태를 예감하며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했다.
"빨리 대답해!"
"…저 그게…미꾸라지 팔아서 수학여행 가려구…"
우물쭈물 하던 친구들의 입에서 나온 사건의 진상은 정말 뜻밖이었다. 돈을 벌려고 미꾸라지를 잡느라 등교할 수 없었다니….
어려운 살림 때문에 부모님이 수행여행비를 대지 못하자 궁리 끝에 생각한 방법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나와 다른 친구들은 그 순간 가슴이 찡했다.
돈 나올 곳 없는 안타까운 부모님과 수학여행은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선생님 사이에서 친구들은 그렇게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돈 버는 방법이라고는 오로지 미꾸라지를 잡아 시장에 파는 것 밖에 몰랐던 친구들. 가난에 찌든 친구들을 벼랑 끝까지 내몬 선생님의 처사가 그땐
무척 원망스러웠다.
수학여행이라면 한이 맺혔을 법한 당시의 친구들을 동창회 모임에서 자주 보곤 한다. 그리고 모두들 그 때 그 눈물겨운 사연이 생각나서인지 잠시
숙연한 미소를 짓기도 한다. <성병조·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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