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생신 언제예요?" "으응∼갑자기 왜? 내일모레인데…" "정말이요?" "응" 첫 시간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었다. 여느 때처럼 내 책상 주위에 빙 둘러선 아이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때, 유달리 질문이 많은 지은이가 느닷없이 내 생일을 물었다. 그런데 그건 정말 시의 적절한 물음이었다. 왜냐하면 진짜 내 생일이 내일모레였기 때문에. 이틀 후 아침 출근시간. 현관문을 들어서는 데 날렵하기로 소문난 현승이가 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연락병으로 파견 된 현승이는 "선생님, 교실에 들어오실 때 앞문 말고 뒷문으로 들어오세요." "왜?" "그냥요." 마침 우리 교실은 2층 계단을 올라가 뒷문을 지나야 앞문으로 갈 수 있기에 현승이 말대로 뒷문을 열었다. 그런데 `아니, 이런 진풍경이….' 우리 반 26명의 천사들은 교실 앞에 나가서 합창대회에 출전이라도 하는 듯 남학생은 교단 위에, 여학생은 그 아래 질서 정연하게 서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칠판에는 큼직한 글씨로 `선생님 생일 축하해요'라는 예쁜 문구가 쓰여 있었다. "생일 축하합니다∼.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생일 축하합니다∼." 축하노래와 함께 우렁찬 박수 소리가 초록 향을 한껏 내뿜고 있는 운동장 저편 플라타너스 나뭇잎 새까지 울려 퍼졌다. 담임 선생님 생일 날. 4학년 개구쟁이들이 화려한(?) 생일 축하 파티를 마련한 것이었다. 책상 위에는 남민이가 그 동안 아끼고 아껴왔던 거금을 서슴없이 투자해 마련한 초코파이 12개가 켜켜이 쌓여 있고, 오색 초 대신 `선생님♡해요.'라고 하얀 종이 위에 새겨져 있었다. 교사만이 경험할 수 있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얘들아, 고맙다. 아마. 오늘 같은 생일 파티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걸. 난생 처음 받아 본 생일 파티. 잊지 못 할거야.' 농촌 아이들의 순박함이 묻어나는 감동이 내 작은 가슴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살포시 내려앉는 하루였다. <김미자 전북 오산남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