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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생태문화탐방 제대로 하려면...

11월 21일, 청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순천만자연생태공원, 벌교, 태백산맥문학관, 낙안읍성 민속마을로 생태문화탐방을 다녀왔다. 청주삼백리가 진행한 이번 행사는 청주의 젖줄인 무심천의 생태보존과 청주의 사라진 문화재 복원방법에 대한 방안을 찾아보기 위해 계획되었다. 이른 시간이었고 날씨마저 추웠지만 45인승 관광버스를 가득 채우는 뜨거운 열정으로 7시 15분경 흥덕구청 앞을 출발했다.

처음만나 서먹서먹하거나 얼굴과 이름만 알뿐 대화를 나누지 못한 사람들을 고려하여 청주삼백리 송태호 대표가 개인별로 참석자들을 소개했다. 면면이 말을 앞세우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청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라 충북을 앞에서 이끌어가는 사람부터 사창동의 진범령 어른과 초등학생인 명종이 형제까지 참석한 사람들이 다양하다.



부지런히 달리던 관광버스가 잠시 덕유산 휴게소에 들렀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1시간 30여분이면 이렇게 먼 곳에 와있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다. 이곳에서 대전-통영 고속도로 준공기념탑인 '창조의 빛'이 하늘을 향해 비상한다.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드는 창조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본다.

차가 다시 출발하자 무심천생태조사 팀장인 연규방 충청대교수가 추석 전 서울지역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 대비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연 교수에 의하면 인공의 저수지인 유수지나 배수로를 통해 모여드는 물을 주위에 모아 두는 저류지를 만들어 집중호우시 하천의 수량을 조절하고 있으며 내덕동, 모충동 등 지대가 낮은 지역은 물 저장 탱크인 저류지를 많이 만들 계획이란다.

송 대표는 청주읍성을 해체하던 일제강점기에 무심천을 직강하천으로 정비하며 모래톱. 습지, 소가 사라진 것을 지적했다. 또 육거리 시장 앞에 커다란 모래톱, 4집이 살던 월교리, 남석교가 옛 지도에 그려져 있다며 아이들이 발가벗고 목욕하던 깨끗한 수질을 부러워했다. 도심지에 공원을 많이 만들고 무심천에 물이 많이 흐르게 해 폭염을 대비하는 것도 얘기했다. 저울로 재듯 어느 것이 더 소중한지 단정하기 어려운 개발과 보존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김춘곤 안내대장이 습지와 바다,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를 설명했다. 내륙습지는 육지 또는 섬 안에 있는 호 또는 소와 하구이고, 연안습지는 만조시에 수위선과 지면이 접하는 경계선으로부터 간조시에 수위선과 지면이 접하는 경계선까지의 지역이다.

같은 곳을 순천만과 여자만으로 부르는 이유도 생각해봤다. 꼬막, 피조개, 장어 산지로 유명한 순천만은 보성군ㆍ순천시ㆍ여수시ㆍ고흥군으로 둘러싸여 있는 내해이다. 순천만은 만의 북쪽에 위치한 순천지역, 여자만은 만의 중앙에 위치한 여수시 화정면 여자도를 중심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의 공습으로 미국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하와이의 진주만과 이름이 같은 진주만이 여수 건너편에 있다.

무심천에 자생하는 가시박 퇴치 작업 등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청주시자연보호협의회 박종천 회장이 자연보호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박 회장은 청주삼백리의 지역사랑 활동을 열심히 후원하는 청솔관광 사장이다. 섬진강의 두꺼비 섬(蟾)자를 얘기하며 섬진강 휴게소에 들렸다. 세 쌍의 부부를 돌로 쌓아 형상화한 조형물 '화합의 상' 같이 개발과 보존이 화기애애하게 맞물려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다냄새가 물씬 풍겨오자 '철새도래지 순천만'이 써있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11시 18분경 우리 일행을 태운 관광버스가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어린아이 키만큼 큰 강아지의 주인이 왜 출입을 막느냐며 화를 내고 있다. 어느 사회이든 공동의 이익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순천만은 순천만자연생태공원 홈페이지(http://www.suncheonbay.go.kr)에 나와 있듯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해안하구의 자연생태계가 원형에 가깝게 보전된 습지보존지역이다. 물새의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람사르협약에 등록되었고, 고밀도로 단일 군락을 이룬 갈대가 자연정화 역할을 하며 새들에게 은신처와 먹이를 제공하는 희귀 조류의 월동지이다. 자연생태관, 천문대, 갈대열차, 선상투어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자연생태관 앞에 모여 기념촬영을 한 후 11 30분에 갈대밭으로 향했다. 순천만은 광활한 갈대밭과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갯벌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광장이다. 색 바랜 흑백사진처럼 단색의 갈대밭에서 쓸쓸함이 묻어나지만 들녘을 가로지르는 나무 데크 길을 따라 거닐며 갯벌 속에서 게, 짱뚱어 등 생명체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바라보며 인생을 되돌아보고, 갈대밭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오감을 일깨우는 것도 좋다. 관광객들이 넘쳐나지만 갈대밭에 휴지한 장 떨어져 있지 않은 것도 우리에게는 희망이다.



힘이 들어도 용산 전망대(해발 95m)에 올라야 순천만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높이가 낮아도 다리 아픈 길과 명상의 길로 나눠질 만큼 한참을 걸어야 사람들이 많은 정상을 만난다. 조망이 좋지 않은 날씨였지만 S자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순천만의 모습이 아름답다. 시간상 사진작가들이 으뜸으로 꼽는 순천만의 낙조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며 전망대를 뒤로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야외에서 오순도순 둘러앉아 점심 먹는 시간이 제일 즐겁다. 각자 집에서 싸온 음식을 펴놓으니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서로 자기가 싸온 음식을 먹어보라며 정을 돈독히 나눴다. 주고받는 소주잔에도 정이 철철 넘쳤다.

점심시간은 입뿐만 아니라 귀도 즐겁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충청도에서 서울로 올라간 교사가 학생들에게 '베름빡(벽)에 먼데기(먼지)를 없애'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었다는 지역별 사투리에 관한 얘기부터 힘이 센 것이 자기들 영역에 들어오면 날개로 열을 내 데워 죽일 만큼 생태가 오묘한 벌들이 떼죽음을 당한 생태환경 걱정까지 대화의 폭이 넓다. 세상에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돌고 돌은 이야기의 결론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관광버스에 올라 소설의 첫 장면처럼 현부네집과 소화의 집이 있는 제석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태백산맥문학관으로 향했다. 문학관이 위치한 벌교는 1948년 10월부터 1953년 10월까지 5년에 걸친 격동기를 ·'제1부 한(恨)의 모닥불, 제2부 민중의 불꽃, 제3부 분단과 전쟁, 제4부 전쟁과 분단'으로 구성한 조정래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이다.

소설 태백산맥은 문학관 홈페이지(http://tbsm.boseong.go.kr)에 나와 있듯 우리 민족이 겪었던 역사적 수난과 아픔을 쓰고자 했던 작가의 염원에 의해 탄생했다. 문학관을 돌아보며 해방 직후에 발생한 좌우의 대립을 단순한 이념이 아니라 지배와 피지배(지주와 소작농) 관계의 착취 제도에서 비롯된 대립으로 그려낸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 4년의 준비과정과 6년의 집필과정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거치며 대하소설을 탄생시킨 열정과 작가정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벌교의 장터풍경을 구경하기 위해 시장으로 갔다. '현부자네 꼬막정식, 외서댁 꼬막나라' 큼지막한 상호에서 알 수 있듯 지금도 벌교는 태백산맥과 꼬막의 무대였다. 늘어선 가게마다 망에 담긴 꼬막과 석굴이 수북이 쌓여 있다. 꼬막을 직접 맛볼 수 있는 가게들은 시장 외곽도로변에 있다. 꼬막은 추울 때가 제철이라 해마다 11월 초에 벌교에서 꼬막축제가 열린다. 



마지막 탐방지는 순천시 낙안면의 사적 302호 낙안읍성 민속마을(http://www.nagan.or.kr)이다. 넓은 평야지대에 쌓은 읍성 안의 민속마을은 우리 선조들이 살던 모습 그대로 280여동의 초가집에서 120세대 220여명의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오순도순 살고 있는 생활형 마을이라 더 정이 간다.

민속마을은 유ㆍ무형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고, 읍성군악놀이ㆍ판소리ㆍ가야금병창ㆍ대장간을 구경하며, 전통 민속놀이ㆍ소달구지ㆍ떡메치기ㆍ새끼 꼬기ㆍ초가 이엉 잇기를 체험할 수 있어 사람냄새가 난다.

주 출입구이자 동문에 해당하는 낙풍루에 들어서면 초가집과 함께 대장간, 옛날장터, 임경업군수비각, 객사, 동헌 및 내아, 낙민루, 낙안읍성자료관, 서문, 전시가옥(짚물), 전시가옥(길쌈), 남문, 쌍청루, 옥사, 연지를 성안에서 만난다. 산책을 하듯 성곽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본 후 성 안으로 내려가 옛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성곽과 9채의 가옥은 국가지정문화재, 객사ㆍ임경업군수비각ㆍ노거수는 도지정문화재이다.



낙안읍성에 들릴 때마다 임경업군수비각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아쉬워한다. 충북 충주 출생의 임경업은 조선 중기의 명장이다. 충민공 임경업은 지금부터 400여 년 전인 33세에 낙안군수로 부임해 읍성을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하고 군민들에게 선정을 베풀었다. 군수 임경업 선정비(郡守林慶業善政碑)가 새겨진 비각은 선정을 베푼 것을 기리는 선정비라 그가 얼마나 훌륭한 인물이었는지를 알게 한다.

농협 뒤편 쌍암식당(061-754-6767)에서 갈비탕으로 저녁을 먹었다. 맛깔스런 반찬만큼이나 아주머니의 인심이 후덕해 막걸리를 대여섯 잔 마셨지만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감동을 주는 게 정이다. 작으나마 베풀며 살면 좋은데 그걸 못하고 아등바등 몸부림치는 날이 많다.



5시 20분경 탐방을 마친 버스가 청주로 향했다. 이제부터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을 청주사랑으로 연결하는 시간이다. 오가는 차안에서 공부하는 자세에 감탄했다는 진범령 어른의 말씀처럼 무심천 생태계를 보존하고 사라진 문화를 복원하기 위한 새싹을 키워야 한다. 먼 길을 부지런히 달리는 차안에서 청주의 발전방안을 찾아내느라 열기가 뜨겁다.

습지를 매립하지 않고 자연습지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인 순천만과 같이 청주시를 가로지르는 무심천을 생태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문학사에 획을 그은 소설 태백산맥이 벌교라는 작은 지역이 무대가 되었듯 벽초 홍명희, 단재 신채호 등 역사적 인물부터 인기 드라마작가 김수현까지 지역의 인물들을 제대로 대우하고 활용하자. 낙안읍성을 보면 상당산성과 함께 청주의 자부심이었을 청주읍성이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것이 아쉽다. 청주문화사랑에서 겉모습이 사라지고 땅속에 터만 남아있는 청주읍성의 문터에 표석을 세웠으나 재개발을 막을 방법이 없으므로 상징적인 문이라도 하나 복원하되, 청주시나 충북도청의 힘으로 할 수 없다면 모금운동이라도 벌여 시민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게하자. 고기 잡고, 조개 줍고, 수영하던 추억속의 무심천으로 되돌리려면 예산이 많이 수반되는 사업이지만 시와 도,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시민들이 힘을 모아 무심천 생태관을 건축하자.

잘잘못을 따지기 어려운 개발과 보존의 당위성에 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초가 세 칸 집에 살며 민박을 하는 90살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오신 분은 10년 전 살기 싫다고 아우성치던 낙안읍성의 초가집에 상상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현실, 사람이 살기 편하도록 1자 정도 기둥을 덧대는 바람에 높아진 집의 모양과 군불을 사용하지 않는 아궁이 등 구조적인 변형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원형보존 여부로 세계문화유산을 지정하고 하회마을, 양동마을, 외암민속마을은 변질되지 않았다는데 눈길을 돌려야 한다.

곡성, 여산휴게소에 들러 휴식을 취한 차가 청주에 도착할 때까지 좋은 이야기만 나누는 알찬 시간이 이어졌다. 종합적으로 침묵하지 않아야 발전한다는 게 결론이었다.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가 함께하면 좋아지고 알차지며, 작은 변화가 큰 발전의 디딤돌이 되듯 작은 사안이라도 의견이나 내용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찾아보는 만큼 알게 되고 바라보는 만큼 사랑하게 되듯 지역사랑 운동에 같이 참여하며 청주를 발전시키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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