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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주문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 둘째 날

10일 아침, 설악동에서 둘째 날을 맞이했다. 밤새 비가 내린 날씨가 아침까지 오락가락한다. 아침을 먹고 식당 밖으로 나오니 운무가 설악산을 감췄다. 어느 곳이든 길로 연결되어 여행지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신흥사와 권금성으로의 여정을 포기하고 7번 국도를 달려 청간정으로 갔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은 설악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청간천이 동해와 만나는 언덕에 위치한 조선시대의 정자다. 정자 주변에 멋진 노송들이 있어 경치가 아름답고 팔작지붕 추녀 밑에 이승만 대통령이 쓴 현판이 걸려있다.

정자에서 바라보면 천진해수욕장 주변과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관동별곡 8백리 길을 따라 청간리해수욕장까지 해변을 산책할 수 있다. 청간리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청간정의 풍경도 일품이다.


다시 북쪽으로 달려 가진과 간성을 지나 명태로 유명한 거진으로 간다. 거진항은 전국의 명태 어획량 중 60% 이상을 출하하는 곳이고 명태 덕분에 부촌을 이루었지만 요즘은 지구 온난화로 명태의 어획량이 많이 줄었다.

거진항 뒤편 산위에 해맞이공원이 있다. 계단을 따라 산위로 올라가면 등대와 명태축제비를 비롯한 조형물이 있다. 이곳에서 천천히 걸으며 삼림욕을 하노라면 고깃배들이 부지런히 거진항을 드나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해맞이 공원을 내려와 풍경이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달리면 가까이에 화진포가 있다. 화진포는 둘레가 16㎞에 이르는 동해안 최대의 호수로 남북의 높은 사람들이 모두 탐냈을 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김일성·이승만·이기붕의 별장이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보고 있다. 왜 화진포에 김일성 별장이 있는지는 6.25사변 전에는 이곳이 북한 땅이었음을 이해하면 된다.

수천 년 동안 조개껍질과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진 화진포호수는 서식어가 많고, 겨울철에는 백조(천연기념물 201호)가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송림이 감싸고 있는 호수와 바다 사이의 백사장은 최적의 해수욕장으로 피서객들이 많이 찾고 광개토대왕의 능이라는 자료가 발견된 거북이 형상의 작은 섬 금구도가 앞바다에 있다. 별장을 돌아보며 권력무상을 배우는 것은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의 몫이다.

해수욕장, 해양박물관, 박물관수족관을 돌아보고 동해안 최북단 항구 대진항을 지나 팔도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금강산 관광 활성화로 남북이 왕래하던 시절 사업차 금강산에 자주 갔었다는 식당의 남자 주인은 남북이 외교를 단절한 후 주변의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긴 것을 걱정한다.


민통선 안에 있는 통일전망대에 들어가려면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의 통일전망대출입신고소에 입장료를 지불하고 신고서를 내야 한다. 출발시간을 기다리다 방송을 듣고 최북단마을인 명파리를 지나 통일전망대 차량출입통제소로 갔다. 이곳에서 군인들이 나눠준 허가증을 받은 후 통일전망대로 향하는데 왼편의 동해선 도로남북출입사무소와 철로남북출입사무소가 썰렁하다. 남북이 빨리 화해무드를 조성해 출입사무소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발고도 70m 높이에 2층 슬래브 건물인 통일전망대에 올라 북한 지역인 금강산 줄기와 해금강을 바라봤다. 맑은 날은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은 물론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로 유명한 감호 등 해금강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지만 날씨가 흐려 조망이 좋지 않았다. 기념사진을 남기고 전망대 주변의 통일기원범종, 민족웅비탑, 전진십자철탑, 마리아상, 통일미륵불, 351고지 전투전적지 등을 돌아봤다.


통일전망대에서 내려오니 갈 길이 멀다. 그만큼 많이 보고 느낌이 큰 여행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문어를 사려고 마지막 여행지인 주문진항에 들렸다. 처음 부산-원산간 항로의 중간기항지로 개항한 강릉의 외항 주문진항은 근해에 오징어, 명태, 꽁치 등 어족이 풍부해 사시사철 먹거리를 즐기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건어물 가게를 돌다보면 청주, 충주, 증평에 청주의 젖줄인 무심천까지 내륙도 충북의 지명을 사용한 상호들이 많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상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새 충북의 지명이 써있는 가게를 기웃거린다. 그게 인지상정인데 어쩔 것인가. 동해안 여행지에서 새로운 인생살이를 배우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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