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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남해 금산에 울려 퍼진 색소폰 연주

휴일이면 거리 불문하고 여행을 떠나는 내가 자주 찾는 곳 중 하나가 남해다. 남해는 창선삼천포대교와 남해대교, 금산과 보리암, 충렬사와 이락사, 가천암수바위와 다랭이마을, 죽방렴과 물건방조어부림, 상주해수욕장과 송정솔바람해변 등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 볼거리들이 많다.

그중 금산(명승 제39호)은 기암괴석과 바다의 어우러짐이 소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아름답다. 금산의 정상 부근에 낙산사 홍련암, 강화 보문사와 함께 3대 기도처로 손꼽히는 보리암이 있다. 보리암 주변에는 자연 그대로가 절경인 볼거리들이 많다. 그중 한 곳인 쌍홍문에 들려 상주해수욕장 방향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여러 번 봐왔던 터라 지난 5월 29일 몽벨 서청주 산악회의 금산 산행에 따라나섰다.

아침 6시, 회원들을 태운 두 대의 관광버스가 청주를 출발했다. 제법 찬바람이 불었지만 통영대전고속도로 덕유산 휴게소의 야외 쉼터에서 아침을 먹었다. 늘 그렇지만 반찬 주위로 둥그렇게 둘러서서 찰밥을 먹는 풍경이 보기 좋다.


남해고속도로 사천IC를 빠져나온 차가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녹도대교,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 남해에 들어선다. 다시 창선교를 건너 상주해수욕장이 있는 상주면소재지를 지나면 오른편으로 상사암 주변의 멋진 바위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등산로 입구에 '한려해상국립공원 금산' 표지석이 서있는 금산주차장이다.

북쪽으로 접어들어 돌탑을 지나면 산길이 점점 가파르다. 두 마리의 거북이 입에서 물이 나오는 도선바위약수터를 만난다. 이곳이 쉼터로 좋은 '산과 바다의 어울림' 테마공원이다. 대부분의 산길이 돌길과 돌계단으로 되어있다. 나무계단을 지나 경사가 급한 돌계단을 오르다보면 동서남북에 흩어져있던 네 신선이 모여 놀았다는 암봉 사선대, 장군이 칼을 집고 동쪽을 향하여 서있는 형상인 장군암, 금산의 경관을 대표하는 쌍홍문을 만난다.


쌍홍문은 암벽에 눈처럼 두 개의 큰 구멍이 뚫려있는 석굴로 상주방향에서 금산 정상에 이르는 출입문이다. 속이 비어 있는 석굴 안으로 들어가면 천정부근이 뻥 뚫려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잡힐 듯 보이고, 나선형 돌계단을 올라가면 산길과 연결된다. 쌍홍문에서 바라보는 장군암과 다도해, 나선형 석굴의 내부 풍경이 일품이다.




쌍홍문을 나와 조금만 오르면 산 아래 풍경이 다 들어온다. 부처를 좌우에 모시고 불법을 지키는 제석천이 내려와 놀다갔다는 제석봉이 상사암 가는 길옆에 있다. 이곳에 오르면 상주해수욕장과 상사암 주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높은 곳에서 층암절벽을 이룬 세 개의 바위가 위치에 따라 날 일(日)자와 달 월(月)자로 보이는 일월봉은 고개를 쳐들고 봐야 보이고 가까운 곳에 구암으로 불리는 흔들바위가 있다. 거북 모양의 흔들바위는 목 부분을 위로 추켜세우듯 밀면 흔들린다.

헬기장에 자리 잡고 점심을 먹었다. 산에서는 오이, 고추, 김에 고추장만 있어도 진수성찬인데 막걸리 한잔 줬다고 옆자리 사람들이 김치와 나물을 준다. 오가는 음식 속에 정이 듬뿍 들어있어 우리네 인생살이가 더 재미있다.


점심을 먹고 색소폰 소리가 들려오는 상사암으로 갔다. 상사암은 금산에서 가장 큰 암봉으로 기암과 암봉이 이어지는 금산, 기암절벽 사이에 자리 잡은 보리암, 상주해수욕장과 주변의 작은 섬 등 이곳에서 바라보는 금산과 바닷가 풍경이 아름답다.

정상은 여러 명이 함께 쉴 수 있는 평면바위지만 주변의 바위들은 생김새가 다양하다. 상사병에 걸린 남자 돌쇠와 주인 과수댁의 전설이 전해져오는 이곳에 색소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삶이 행복하다. 봉사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공무원 퇴직 후 색소폰 연주로 봉사활동을 하는 회원 덕분에 몽벨 서청주산악회원들이 행복했다. 멋진 풍경과 멋진 음악의 조화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헬기장과 평탄한 산길을 지나면 키보다 크게 자란 산죽이 늘어서 있다. 단군성전을 구경하고 바위사이로 난 좁은 길로 가면 그 뒤편 금산 정상에 문장암과 망대가 자리 잡고 있다. 명필바위로도 불리는 문장암은 금산의 정상에서 마주하고 망대에 오르는 길목을 지킨다. 고려 의종 때 설치해 조선시대까지 사용했던 최남단 봉수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망대는 금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701m)로 조망이 좋다. 남해의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찾는 이곳에 서면 금산 삼십팔경과 금산을 에워싼 아름다운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능선길을 따라 내려가면 신라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보리암이다. 보리암은 바로 뒤에 우뚝 솟은 모습이 대장을 연상시키는 대장암을 비롯해 화엄봉, 일월봉, 삼불암 등이 호위하듯 절을 둘러싸고 앞으로는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져 어느 곳에서 바라보든 절경이다.

보리암이 위치한 금산은 원래 보광산이었는데 금산에서 백일기도를 드린 후 새 나라를 세운 이성계가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산 이름에 '비단 금'자를 넣었다는 설화가 있다. 계단을 따라 사찰 아래로 내려가면 조망이 좋은 쉼터가 있다. 이곳에서 올려다보는 보리암과 대장암, 건너편의 기도터와 암자 주위의 기암괴석들이 멋지다.

쌍홍문 방향으로 내려서면 고려시대 탑으로 추정되는 보리암전 3층 석탑과 해수관음상이 있는 탑대가 있다. 이곳 아래편의 깎아 세운 절벽이 높이가 만장이나 된다는 만장대이다. 탑대에서 쌍홍문으로 가다보면 굴속에 들어가 바닥을 두드리면 장구소리가 들린다는 음성굴과 용이 살다가 하늘로 올라갔다는 용굴이 만장대 아래편에 있다.


왔던 길을 되짚어 산 아래로 내려가 상주해수욕장으로 갔다. 금산에서 한눈에 보이는 상주해수욕장은 남해에서 가장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은모래 백사장과 비취색 바닷물, 부채꼴 모양의 해안과 눈앞에 펼쳐진 작은 섬, 잔잔한 물결과 백사장을 감싼 송림이 한 폭의 수채화다.

하루 종일 신선이 되는 날이다. 해수욕장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송림에 앉아 회를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해수욕장에 울려 퍼진 색소폰 연주는 피로를 풀어주는 피로회복제였다. 어떤 여행지든 떠날 때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다녀온 곳을 다시 찾는 게 여행이기도 하다. 백사장을 거닐다 청주로 향하는 관광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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