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11.16 (토)

  • 맑음동두천 10.9℃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2℃
  • 맑음대구 13.6℃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1℃
  • 맑음부산 19.2℃
  • 맑음고창 11.3℃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구름조금금산 7.5℃
  • 맑음강진군 15.9℃
  • 구름조금경주시 14.7℃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반딧불 동굴 와이토모와 유황의 도시 로토루아

1월 5일 아침을 뉴질랜드 전체 인구의 25%가 살고 있는 최대의 도시 오클랜드에서 맞이했다. 오클랜드는 1865년까지 수도였고 지형상 해외무역이 발달했다. 현재의 수도는 웰링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오클랜드가 뉴질랜드의 문화와 경제를 이끌고 있다. 



6시 50분부터 호수를 닮은 바닷가를 산책했다. 한참을 걸은 후 산책로 끝에서 요트와 고깃배들이 떠있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이곳이 바다임을 실감했다. 아침을 맞는 바닷가의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멀리 물길이 바라만 보여도 집값이 비싸다는 곳이다.

바닷가를 돌며 부촌 사람들이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미끄럼틀, 평행봉, 산책로의 의자, 수변무대를 모두 나무로 만들었다. 뉴질랜드의 정책은 환경보존을 먼저 생각한다. 목재로 만든 제품은 수명을 다하면 바로 자연의 일부가 되니 나무가 많은 나라에서는 일석이조다. 목재 담장 밑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매단 호박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게 사람이라고 했다. 공원을 산책하며 노숙자를 만나지 않는 것도 행복인데 부부가 나란히 산보를 하고, 노인들이 바닷가 언덕에서 아침 운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더 아름다운 것은 빈 봉지를 들고 쓰레기를 줍는 백발노인이다. 이런 선행들이 모여져 청정 환경을 자랑하는 현재의 뉴질랜드를 만들었을 것이다.





8시 35분 호텔을 출발해 와이토모로 향했다. 시내에서 30분만 나가면 2㎞ 거리에 집이 한 채씩 있다. 땅이 넓어 2층 집을 지을 필요가 없다. 남진이 부른 노래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한 백년 살고 싶다. 누군가 끝없이 이어지는 풀밭들이 처음에 세운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초지일관을 닮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비옥한 땅만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네 산촌을 빼닮은 마을도 만난다. 마을 입구에 공동묘지도 있다.

오늘도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진다. 원주민들은 몽고반점이 있고 우리처럼 산에 묘지를 만든다. 유흥문화가 없고 처마 밑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마약을 단속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이곳 공항의 개들은 외국 과일과 농산물을 철저히 찾아낼 만큼 검색이 까다롭다. 생태계를 외래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세관원보다 농림수산부 직원의 권한이 크다.

높은 직위는 모두 여자인 여자들의 세상이다. 소, 사슴, 알파카를 많이 기르고 사료, 항생제,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누렁소는 젖소이고 검정소가 식용이다. 빈부격차가 없고 65세가 되면 복지제도가 행복한 생활을 책임진다. 비오는 날 빨래를 걷지 않을 만큼 청정지역이다.


날씨가 맑아 하늘의 구름도 예쁘다. 휴게소에 잠깐 들렀다. 소통을 이루는 방법은 참 다양하다. 나무 밑에 의자가 그려진 안내판이 길가에 서있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나무 밑 의자에 앉아 행복한 표정으로 음식을 먹고 있다. 바로 옆 놀이터의 놀이시설도 모두 나무로 만들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의지의 한국인을 만난다. 초등학교를 지나면 구릉지에 녹색 초원이 펼쳐지고, 양과 소들이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길가의 간판을 보고 샛길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가면 전원주택에서 태극기가 펄럭여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골프가 좋아 이곳에 정착했다는 교포가 관광객을 대상으로 자신의 농장 한쪽에서 운영하는 전원식당이다. 주인장 아저씨가 직접 스테이크를 구워 주는데 이곳에서 맛보는 와인이 여행의 피로를 풀어준다. 식당이 높은 곳에 있어 주위의 그림 같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식당 옆에 주인장 혼자 즐긴다는 골프장이 있다.


뉴질랜드 3대 볼거리 중 하나라는 반딧불 동굴이 와이토모에 있다. 이곳에 여러 개의 동굴이 있다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석회암동굴이다. 동굴에 입장해 설명을 들은 후 보트를 타고 강물을 따라 천천히 조금씩 이동하며 벽에 붙은 반딧불을 구경한다.

우리나라에서 봤던 반딧불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곤충 아라크노캄파 루미노사라가 먹이를 유인하기 위해 섬유질처럼 길게 빛을 뿜어내는 것이다. 반딧불의 모습이 환상적인데 반해 관람시간이 짧아 아쉽다. 사람들이 다녀가며 반딧불이가 많이 죽어 몇 년 동안 관람을 중지한다는 얘기도 있다.




로토루아로 가는 길목의 파라다이스 벨리에 들렸다. 누구나 걱정이나 근심 없이 행복을 누리는 파라다이스를 꿈꾼다. 원시림의 파라다이스 벨리는 동물과 물고기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부여된 천국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수령이 오래된 나무로 만든 의자가 맞이한다. 자연림이 빽빽하게 가꿔진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온갖 종류의 송어와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만져 볼 수 있다. 백 년 된 약수가 흐르는 연못에서 헤엄치고 있는 송어, 인기척에도 꿈쩍 않는 나이 140살의 나무기둥 같은 장어, 작아서 귀여운 멧돼지가 양과 염소와 가족을 이룬 공동체가 세월의 흐름을 잊게 한다.


수학여행이나 캠프파이어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노래가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으로 시작되는 연가다. 연가의 고장이 바로 로토루아다. 로토루아의 아름다움은 '뉴질랜드 아름답게 가꾸기 협회'에서 연말에 발표하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에 11번 중 6번이나 선정된 사실이 증명한다.

마오리족 문화가 잘 보존되고 관광산업이 활성화되어 뉴질랜드를 찾는 관광객의 대다수가 로토루아로 향한다. 사람과 자연의 기원을 알게 하는 로토루아 시내에 들어서면 독특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바로 유황냄새다. 유황냄새를 맡으며 르네상스의 장식적 요소를 수직 고딕 양식에 접목시킨 튜더양식 건축물 최초의 시청을 구경했다. 아름답게 꾸며진 영국식 정원에서 손바닥을 닮은 나무가 우뚝 서있다.


숙소인 수디마호텔 앞 해변의 풍경이 아름답다. 해변에서 일행들과 석양을 구경하고 아내와 폴리네시안 스파로 갔다. 노천탕에서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 사람들이 가득하다. 은은한 초록빛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푸는데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원주민 마오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전통 민속쇼를 관람하며 지열을 이용한 항이 정통 요리를 먹었다. 혀 놀림을 잘할수록 능력 있는 남자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관람객들을 동참시키고 결혼식으로 마무리한다. 아내와 주변의 밤거리를 구경하고 호텔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