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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다시,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교육에 대한 원초적 질문

솔직히 이 책은 2008년도에 제목에 이끌려서 샀었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라. 요즈음처럼 교육 문제로 시끄러운 세상에서 가르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학교 폭력과 따돌림, 학력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신음하는 아이들의 차가운 가슴, 스펙쌓기를 향한 무한질주. 모두가 피곤함에 지쳐 있다. 이 책을 읽던 4년 전에는 지금보다 마음이 무겁지 않았다.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계기는 바로 교육 현장의 무거움과 닿아 있다.

내가 선각자도 아니고 지혜자도 아닌데 가르치는 자리에 서 있다는 정체성의 혼란이 엄습해 오는 요즈음, 이 책의 제목은 가슴을 때린다. 2008년 샀던 책인데 솔직히 그때는 이런 두드림이 없었다. 그 사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니, 우리 교육계에 그만큼 태풍이 불었다는 표현이 더 맞다.

파커 J. 파머는 1998년 전미 1만여 명의 교육기관 관계자들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고등교육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중의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지성, 감성, 영성을 하나로 통합하는 그의 교육철학은 가르침과 배움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아서 '교사들의 교사'로 불린다.

이 책은 모두 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 교사의 정체성과 성실성을 화두로 교사의 마음 문제를 다룬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학교 문제의 대부분을 들여다보면 교육 관리자나 교사들의 정체성과 성실성 부족으로 인해 생긴 부끄러운 모습임을 생각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교사가 되는데 가장 먼저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교육철학의 방향성을 짚고 있다.

파커 J. 파머는 들어가는 글에서 내면으로부터의 가르침을 주제로 교사는 결국 자신의 자아를 가르친다고 말한다. "교사의 자아의식은 무엇인가?" 이것이 교육과 교육자에게 던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며, 이 문제를 열린 마음으로 정직하게 거론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좀더 충실하게 봉사할 수 있고 교사 자신의 안정감을 높일 수 있으며, 교사들과 공동의 연대를 맺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이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30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며 '훌륭한 가르침은 하나의 테크닉으로 격하되지 않는다. 훌륭한 가르침은 교사의 정체성과 성실성에서 나온다.'라는 논지로 시작된다. 매우 지당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정체성이 바르게 서 있지 않은 교사에게서, 성실성이 낮은 교사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단순히 안정적이라는 직업의식으로 출발한 교사들이 보여주는 정체성의 혼란으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돌아본다면 그 답은 좀더 분명해진다.

스승의 힘은 교수방법과 인품이 일치할 때 가장 강력하게 발휘된다는 것을 알아 내어 그것을 교수방법과 일치시키려고 길고 긴 과정을 찾아가는 것이 가르칠 수 있는 용기라고 말한다. 의무사항만 수행하다 보면 윤리적으로는 칭송받겠지만 진정한 교사의 일은 하지 못하므로 가르치는 일이 자신을 기쁘게 하지 않는다면, 그 일을 그만두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 보라고 충고한다. 진정한 자신의 직업이 아닌 일을 맡는 데서 오는 고통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교사가 얼마나 많으냐며 질책한다.

교사의 권위는 그 자신에게서 나온다

그는 권위와 권력에 대한 개념도 확실히 지적해 준다. "우리는 종종 권위와 권력을 동일시하지만 이 둘은 다르다. 권력은 외부에서 내부로 작용하지만, 권위는 내부에서 외부로 뻗어 나간다. 권위는 자기 자신의 말, 행동, 삶 등의 주인이 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교사가 법의 강제적인 힘인 테크닉에 의존한다면 권위를 잃게 될 것이다. 내가 나의 정체성과 성실성을 회복하고 나의 자아의식과 소명의식을 기억한다면 권위는 저절로 찾아 온다."라는 말로 1장의 무게를 더한다.

뼈 아픈 충고다! 학교 현장에서 벌어진 실추된 교사의 권위를 강제적인 테크닉이나 법적인 장치로 찾으려는 우리의 모습을 10년 전에 지적한 저자의 통찰과 혜안 앞에 머리가 숙여진다. 그의 지적에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은 아무래도 구차한 변명 같다.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먼저 나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다. 선생으로서 가르침의 진정한 정신이 있는지 돌아보라고 묻는다. 그것은 가르치는 자로서 충실한 내면을 지녔냐는 것이다. 사랑이 있는지, 따스한 가슴이 있는지, 제자를 인생의 동반자로 보려는 배려심이 있는지…

공포의 문화를 다룬 2장에서는 교육과 단절된 삶의 모습을 드러내며 저자 역시 교실로 들어갈 때마다 공포를 느낀다고 고백한다.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 말도 안 되는 갈등이 벌어졌을 때, 교사 자신이 헤매기 때문에 학생들도 헤매는 강의를 할 때와 같이 교사라면 누구나 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모습에 나 또한 공감을 느꼈다.

이러한 공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이 책의 2/3를 할애하며 '커뮤니티 속에서 인식하기, 커뮤니티 속에서 가르치기, 커뮤니티 속에서 배우기'를 갈망하며 본론을 이끌어 간다. 커뮤니티에 대한 갈등과 인식, 거듭남을 통해 희망의 가슴으로 가르침으로써 더 이상 분열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책 한 권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야 한다면, '교사로서 확실한 정체감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학생과 동료, 조직 속에서커뮤니티를 완성하여 희망을 품은 교사라면 새로운 전문인으로 거듭나서 변화를 위한 교육을 감당할 수 있다.'

아무래도 나는 '교사로서 확실한 정체감과 성실성'이라는 대목에 99% 공감하는 바이다. 그 이유는 교사로서 올바른 가치관과 방향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생선 요리에 비유한다면 '깨끗한 바다에서 자란 싱싱한 물고기'라는 원재료가 좋아야 맛있고 품격 있는 음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썩은 생선을 아무리 좋은 양념으로 요리를 해서 멋진 접시에 담아 내놓은 들,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사의 필독서

그런 점에 비추어본다면 이 책의 서문과 1장, 덧붙이는 글은 두고두고 읽어야 할 교사의 지침서라고 생각한다. 그대의 양심을 찌르지 않는 책은 좋은 책의 반열에 들 수 없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오래 된, 빛바랜 꿈을 다시 돌아보며 느린 걸음으로나마 다시 교사의 천명을 깨달으며 교실에 다시 서는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었다.

파커 J. 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는 교단 현장에서 3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치며 실제로 경험하고 고뇌하며 현실 개선을 위해 고독한 사색을 거치며 일궈낸 교육 지도자이자 사회운동가의 실천적 지혜를 바탕으로 집필된 책이기에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머리로만 가르치는 사상가가 아니라 머리와 가슴으로 가르치는 그의 목소리는 읽는 이에게 커다란 울림을 주리라 확신하며 교사라면 반드시 사서 읽어야 할 책임을!

좋은 책은 영원한 스승입니다!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섭습니다. 교사로서 다시금 신발끈을 동여매고 올바른 방향으로 달려가야 함을 깨닫습니다. 파커 J. 파머, 당신에게 마음으로 부터 깊은 존경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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