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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대청호반의 석탄리와 오대리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날씨에 알맞은 레저가 빙어낚시다. 꽁꽁 언 얼음에 구멍 뚫을 장비, 낚싯대와 미끼만 있으면 된다.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 없어 남녀노소 같이 즐기기에도 좋다.






옥천IC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의 동이면 석탄리 안터마을 앞 대청호는 주말 4천여 명이 몰리는 전국 최대의 빙어 낚시터다. 올해 얼음 위에서 트랙터로 겨울 문화축제를 준비하던 주민이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불미스러운 일로 축제를 열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안전을 위해 축제장 출입을 통제한다.

‘금강인어절씨구’와 ‘대청호보전하세’가 쓰인 목각장승, 석탄리(안터) 마을 자랑비, 지석묘와 입석이 있는 선사공원을 마을 입구에서 만난다. 안터마을은 2010년에는 대청호보전 최우수마을로 선정되었고, 2012년에는 대한민국 농어촌 마을대상에서 색깔있는 마을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마을을 돌아보고 호반을 따라 오지마을 옥천읍 오대리로 향한다. 오대리는 대청호와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자동차 길이 없는 섬마을이다. 겨울철 호수 결빙으로 선박 운행이 막히면 생필품 구매나 병원치료 등 위험을 무릅쓰고 얼음 위를 걸어야 한다. 얼음이 깨져 위험에 빠질 경우를 대비해 길게 밧줄을 설치하고 긴 장대를 들고 건넌다. 오대리로 가며 만나는 겨울 풍경들이 멋지다.


청주삼백리 회원들 여럿이 얼어붙은 대청호를 조심조심 걷는다.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올 때는 간담이 서늘하다. 해빙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을 건너야하는 오대리 주민들의 고통이 느껴진다.

겨울철만 되면 호수가 꽁꽁 얼어붙어 고립되던 옥천읍 오대리, 동이면 청마리, 군북면 막지리 등 6개 마을 55가구 주민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수면, 얼음, 눈 위에서 사계절 운행할 수 있는 수륙양용선(호버크라프트) 4대를 투입해 겨울철의 불편을 덜어주기로 충청북도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합의했다. 안터마을에서 만난 박효서 번영회장은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나는 갈수기가 문제라며 주민들에게는 수륙양용선보다 출렁다리가 실용적임을 강조했다.




낮은 담장, 장독대, 토종닭 등 행정구역상으로 옥천읍에 속하지만 대청호의 물길이 가로막아 오지가 된 마을 풍경이 소박하다. 달나라를 오가는 세상이다.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얼음 위로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마을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오대리 마을은 개짓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을 만큼 조용하다.

호수는 꽁꽁 얼어붙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인심은 훈훈하다. 우리 일행들을 만나 잠깐 일손을 멈춘 김용재씨는 현재 11가구 28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대청호가 완공되기 전에는 물길 건너편으로 국도가 지나고 주민수가 많아 배도 자주 다녀 교통이 불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려움을 서로 돕자. 잘못은 서로 바로잡자.’는 오대마을 향약이 길가의 담장에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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