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문화의 뿌리인 불교문화가 경주의 남산, 토함산, 함월산에 흔적을 남겼다. 동해의 아름다운 바닷가를 따라 높이가 다른 산들이 이어진다.
감포에서 포항으로 가는 14번 국도변에 불국사보다 200여년 먼저 창건 되었을 만큼 유서 깊은 절이 있다. 경주시 양북면 안동리에 위치한 골굴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동물의 뼈를 닮은 바위가 절을 감싸고, 돈황동굴처럼 움푹움푹 패인 바위 틈새에 자연동굴들이 많다.
골굴사는 원효대사께서 입적하신 절로 알려져 있고 한국 불가의 전통 무예인 ‘선무도’의 총본산이다. 선무도는 불가의 전통 수련법으로 살생을 금지하는 계율에 따라 방어 위주의 동작이 주를 이룬다. 불교 탄압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승가의 선승들에 의해 비전되던 선무도를 양익스님이 체계화했다.
양익스님의 제자로 현재 최고 고수인 적운스님이 골굴사의 주지를 맡으며 선무도가 한국과 불교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골굴사가 선무도의 수행도량으로 알려지면서 동양무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주문이 있는 입구에서 선무도의 동작을 표현한 조형물들이 맞이한다. 오후 3시 30분이면 대웅전 앞 마당에서 선무도 공연이 펼쳐진다.
소형주차장 앞에 있는 ‘동아보살 공덕기’를 읽어보면 겨울에 태어나 동아라고 불리는 진돗개가 있었다. 이 개의 하는 짓이 예사롭지 않아 불심이 깊은 개로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었다. 유명세를 타며 유럽에까지 20여 차례 그의 강아지들을 분양하며 선무도 대학 건립에 도움을 줬다. 그런데 사람이 개만도 못한 행동을 해서야 되겠는가.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면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산책코스처럼 경사가 낮은데다 거리도 짧다. 바닷가와 가깝고 주변에 소나무가 많아 공기도 맑다. 작아서 정이 가는 세심정에서 물도 한 모금 마신다.
골굴사는 불교문화가 번창하던 6세기경 서역(인도)에서 온 광유성인 일행이 석회암 절벽을 깎아 12처 석굴로 가람을 조성하여 법당과 요사로 사용해온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이다. 맨 꼭대기에 제작 연대가 정확하지 않은 높이 4m, 폭 2.2m 정도의 마애여래좌상(보물 제581호)이 조각되어 있다. 골굴암의 주존불인 마애여래좌상의 천년 세월을 이어온 미소가 온화하다. 천장과 벽이 모두 돌이라 겨우 소나기만 피할 수 있는 석굴들이 칠성단, 약사굴, 라한굴, 관음굴로 불리며 일반 절과 같이 전각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민족 신앙은 토속 샤머니즘이 주를 이뤘다. 대웅전 옆 남근바위와 산신당의 여궁에는 자손귀한 집안의 부녀들이 남근상을 참배하고 여궁을 깨끗이 청소한 뒤 판자를 깔고 그 위에 앉아 밤새 기도하면 소원 성취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선무도 공연이 펼쳐지는 대웅전 옆 언덕에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진 오륜탑이 있다. 아래부터 모양이 다른 조형물들이 땅, 물, 불, 바람, 하늘을 상징한다. 소나무가 둘러싼 이곳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골굴사를 내려다보며 편히 쉬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