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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무심천 & 자전거’ 자연 속에서 행복 찾기

일요일, 모처럼만에 집에서 자유를 누리는 날이다. 무심천의 자연 속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무작정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무심천은 시내의 중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유유히 흘러가는 청주의 젖줄로 직지, 가로수길, 상당산성, 우암산과 함께 청주시민이 선정한 '청주의 자랑 10선'을 대표한다. 옛 이야기를 가득 담고 일상을 같이하는 곳이라 청주 시민들은 무심천에 대한 애착심과 자부심이 크다.


용암동에서 자전거 도로로 가며 다리 위에서 바라본 무심천의 모습이 평화롭다. 도로변에는 만개한 꽃들이 탐스럽다. 평소 같으면 무심천 둔치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야외로 피서 나가기 좋은 날씨라 오가는 사람들이 적다. 신분증을 지참하면 추억남기기를 할 수 있도록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는 무료대여소도 있다. 사방이 길로 연결되어 자전거 도로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물가에도 가보고, 억새들이 만든 오솔길을 달리며 자유를 누린다.


서문다리는 옆에 있던 서문철교와 함께 청주를 대표했던 다리로 한때 노점상들의 상가(풍물시장)가 들어섰다가 아름다리(인도교)로 새로 단장했다. 청주의 생김새가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닮아 '주성(舟城)'이라는 지명을 사용했었다. 옛 지명 주성을 상징하는 아름다리 조형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했다. 제방과 하상 바닥은 배의 선체, 교량 상단은 갑판, 철 구조물은 돛을 형상화하여 배가 진행하는 모습이다.

뒤편의 청주대교는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서문철교를 철거한 자리에 세운 도심의 관문교량으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는 양편에서 오색 깃발이 펄럭인다. 증기기관차가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철교 위를 달리던 모습은 옛 사람들의 추억 속에나 있다. 무심천의 동편에서 우암산(높이 353m)이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우암산은 청주의 진산으로 산세가 소가 누운 모습을 하고 있어 와우산으로도 불린다.


계속 앞만 보고 달리면 재미가 없다. 가끔은 발길을 멈추고 왔던 길을 뒤돌아봐야 한다. 인생살이도 그렇다. 그동안 살아온 과정을 되짚으며 잘못을 줄여야 더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다. 방금 지나온 서원대학교 방향이 한눈에 들어온다.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게 행복이다. 똑같은 것이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무심천의 물길, 가깝게 보이는 우암산, 둔치에서 키를 키운 억새, 고개를 내밀고 좌우를 살피는 철새, 도심의 초록세상이 행복을 한아름 안겨준다. 시간이 맞으면 기차가 철교 위를 달리는 풍경도 만난다. 세상사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쉬지 않고 달리는 화물 열차가 산업발전을 앞에서 이끌었다고 생각하니 새롭게 보인다.


새로 놓은 다리가 진천방향을 연결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면 무심천의 물줄기가 아래로 길게 이어지고 우회도로를 연결할 다릿발 사이로 문암생태공원이 보인다. 무심천과 미호천의 물이 합류하는 합수머리는 4대강 사업으로 아래편에 작천보가 건설되며 수상 레저 활동을 해도 될 만큼 수량이 많아졌다.

물가로 가면 여기저기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와 마음이 포근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이곳에 온갖 식생들이 살림을 차렸다. 한국 초기의 토성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는 정북동토성(사적 415호)이 건너편 제방 너머에 있다.


4대강 사업의 공과를 떠나 수질 오염으로 한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채 방치되던 까치내가 말끔히 정비되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환영할 일이다. 작천보 주위의 잔디광장에 조형물을 세우고 아치형 다리와 시냇물을 만들어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다가 없는 내륙도 사람들은 작천보 위로 물이 찰랑찰랑 넘치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속이 시원하다.


중부고속도로 다리 밑 광장에 사람들이 제법 많다. 간편 음식과 음료수를 파는 간이음식점도 그럴듯하게 자리 잡았다. 넓은 다리가 하루 종일 그늘을 만들고 물가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 흘리며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쉼터로 제격이다.

자전거만 타거나 자연풍경만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면 세상이 더 아름답다. 여행을 하다보면 낯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나눈다. 마음이 맞으면 대화가 길게 이어지고 소주도 한잔 나눈다. 일부러 억지를 부린 가식이 아니라 우연찮게 그냥 만들어진 인연이 때로는 소중하다. 이날 꽃길에서 사진 촬영을 부탁해온 병걸 후배와 오랫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끔은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겨야 편할 때가 있다. 만개한 꽃들이 6월의 길가에서 바람결에 나풀나풀 춤을 추는 모습이 인생살이를 닮았다. 배에서 '쪼르륵~' 신호를 보내는데 금강의 물줄기로 이어진 자전거 도로가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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