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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소양호 옆 오봉산과 청평사

17일, 충북청풍명월산악회원들과 오봉산 산행을 다녀왔다. 청평사와 소양호를 여러 번 다녀왔지만 비로봉, 보현봉, 문수봉, 관음봉, 나한봉의 다섯 봉우리가 하나로 이어진 오봉산은 바라보기만 했던 터였다.

오랜만의 산행에 아내마저 외출 중이라 알람 시간에 맞춰 반찬을 준비하느라 부지런을 떨었다. 출발지인 한벌초등학교로 향하는데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관광버스에 오르니 내가 좋아하는 오른쪽 뒤에서 두 번째 자리가 비어있다. 기다려주는 것도 미덕이다. 조금 늦은 회원이 있어 7시 10분경 34명이 춘천으로 향한다.

회장님의 인사와 임원진 소개, 산대장의 산행안내와 안전산행 당부가 이어졌다. 산악회는 여러 사람이 모여 이뤄진 모임이라 임원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혼자 앉아 자유를 누리며 어느 곳에서나 꼭 필요한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봤다.

관광버스가 중부고속도로와 8월 12일 개통한 음성충주고속도로를 달린다. 규모가 작은 금왕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용계저수지와 백야산 중턱에 걸친 구름이 만든 멋진 풍경을 구경했다. 599번 지방도로 중원고구려비(국보 제205호)를 지나는데 8월 25일부터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중앙탑(국보 제6호) 옆 탄금호가 먼발치로 보인다. 중앙고속도로의 홍천강휴게소 앞 강물은 수량이 적다.


호반의 도시 춘천을 지나 10시 25분경 춘천시 신북면 발산리 배후령에 도착했다. 해발이 600m나 되는 곳이라 나뭇가지가 춤을 출 만큼 바람이 세다. 산대장을 따라 준비운동을 한 후 산행을 시작한다.

산악회의 리본이 많이 걸린 초입부터 15분 정도는 산길이 가파르다. 이후 나뭇잎이 가려 조망이 나쁘지만 뒷동산처럼 완만한 산길이 이어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휴, 행복해서 좋다”

여자 회원분의 얘기에 덩달아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다. 가끔은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행복바이러스가 고통과 무더위를 이기게 한다. 시원한 바람에 매미는 노래하고 마음은 살찌는 산행이다.

1봉과 2봉을 지나며 배후령길과 수풀무산(해발 700m)을 바라보고, 예술작품처럼 가지를 사방으로 뻗은 멋진 소나무와 조망이 좋은 바위를 만난다. 오봉산은 산행사고가 많은 곳이라 사진 촬영시 추락을 조심해야 한다.

산길을 걷다보면 눈앞에 날카로운 바위가 나타난다. 밧줄을 잡고 급경사를 오르면 바위 위에 소나무가 한그루 서있다. 하나의 바위덩어리가 조각으로 나뉜 청솔바위, ‘청솔바위 올라가지마세요’가 써있는 표석, 소나무가 하나로 멋있게 어우러진다.


청솔바위를 지나며 만나는 3봉, 4봉, 5봉은 굴곡이 심한 암릉 구간이다. 멀리 소양호와 산 아래 풍경을 바라보고 해발 779m의 오봉산 정상에 오른다. 표석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고 주변에서 점심을 먹었다. 밖에서 바라본 것과 달리 산등성이에서는 각각의 봉우리를 구분하기 어렵다.


정상에서 1.4㎞ 거리의 망부석기점 사이에 멋진 풍경이 많다. 소양호를 바라보고 있는 멋진 소나무와 바위, 구멍바위로 불리는 홈통바위, 모양이 신기한 소나무가 눈요깃거리다. 홈통바위는 바위들이 구멍을 만들어 몸무게가 가벼운 사람도 자세를 낮추고 몸을 움츠려야 통과할 수 있다.


망부석기점에서 해탈문 방향으로 급경사 1.5㎞ 거리에 청평사가 있다. 산사태로 길이 사라져 한참동안 힘든 산행을 한다. 하늘만 빠끔히 바라보이는 하산 길은 바람 한 점 없다. 연세 드신 분은 몇 번 엉덩방아를 찧으며 고생했지만 옆에서 안전하게 모시는 회원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그래도 힘을 내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반갑습니다"
"수고하십니다"
"힘내세요”

수량이 적은 계곡에서 물줄기가 가는 폭포, 이자현이 손과 발을 씻기 위하여 네모로 두 개의 구멍을 파놓은 진락공 세수터, 높이 10m 정도의 2단 폭포인 식암폭포, 바위에 앉아 참선수행을 하면 번뇌와 망상이 사라진다는 척번대, 청평사 해탈문, 환적당과 설화당 부도, 공주탕을 차례로 만난다.


오봉산의 봉우리 아래로 소박한 느낌의 천년고찰 청평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깊은 산속에 있어도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다섯 개의 봉우리와 소양호의 젖 줄기 중 하나인 청평계곡의 풍광이 뛰어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려시대 청평거사로 불렸던 이자현과 조선시대 금오신화를 지은 김시습도 이곳에서 은거를 했다.

돌계단을 오르면 일주문으로 불리는 키가 큰 나무가 두 그루 서있고, 그곳을 지나면 청평사를 대표하는 보물 제164호 회전문을 만난다. 천둥번개와 비로 공주를 쫒아온 뱀을 되돌려 보냈다는 곳이다. 본래 천왕문의 기능을 담당했을 회전문은 윤회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자 만든 마음의 문이다.

사찰의 중문인 회전문을 지나면 누각 경운루가 있고, 대웅전 뒤편 옆에 극락보전이 있다. 이자현이 만든 문수원 정원은 청평사 뒤편 등산로를 따라 자연과 어우러지며 작은 폭포와 기암절벽이 선경을 이루는 곳까지 이어진다. 경운루에 올라 바라보는 회전문의 지붕과 밖의 풍경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고려 광종 때 선사 승현에 의해 백암선원으로 창건된 후 보현원과 문수원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경내에 221칸의 방과 3km에 달하는 정원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지만 한국전쟁 때 대부분 소실되는 바람에 국보급 유물마저 사라진 지금의 청평사는 작아서 서글프다. 그래서일까. 중장비까지 동원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어수선하다.

청평사에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극락보전, 삼성각, 관음전, 나한전 등의 건물과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진락공 이자현 부도, 영지가 있다. 회전문(보물 제164호), 삼층석탑(강원도문화재자료 제8호), 절터(강원도기념물 제55호)는 사찰을 대표하는 주요문화재다.


수령 280여년의 은행나무 보호수를 뒤로하고 사찰을 나오다 가깝게 지내는 후배들을 만났다. 세상은 참 넓고도 좁다. 그게 인연이다. '찰칵' 추억도 남겼다.

청평사를 나서면 계곡을 따라 장수샘, 영지, 영지 명문바위, 진락공 이자현 부도, 삼층석탑, 구송폭포, 제2구송폭포, 거북바위, 상사뱀과 평양공주 조형물을 차례로 만난다.

영지는 몇 개 남아있지 않은 고려시대의 인공연못으로 청평사와 관련이 많은 고려시대의 학자 이자현이 오봉산의 봉우리가 비춰지도록 설계했다. 영지 명문바위에는 스님이 깨우침을 얻고 나서 쓴 시가 새겨져 있다. 이자현의 부도는 일반적인 부도와 달리 학자를 모셨다는 점이 이채롭다. 공주탑이라 불리는 삼층석탑은 구성폭포 건너편 산비탈의 바위에 서있다. 구송폭포는 주변에 소나무가 아홉 그루 있는 높이 약 8m의 수직폭포로 아홉 가지 청아한 소리를 내어 구성폭포로도 불리는데 제2구송폭포가 가까이에 있다. 거북바위는 자연암석으로 거북이가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크청평사가 게 융성할 것이라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공주가 손바닥의 상사뱀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는 조형물은 공주를 사랑하다 상사병으로 죽은 당나라 청년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전설을 전한다.


청평사선착장에 관광객들이 많다. 2시 45분 관광선을 탔다. 휴일이라 관광선이 자주 지나간다. 모터보트의 물보라도 구경거리다. 흐르는 물은 스스로 소용돌이와 물보라를 만들지만 고여 있는 물은 바람이 불거나 배가 오가야 한다. 상류에서 흘러온 물을 가두고 있는 소양호에 파문이 인다.

'저 깊은 푸르름 반짝이는 햇살/ 내가 살던 세상은 호수 저편에/ 아직도 눈에 밟히는 그리운 사람 두고/ 나는 아득함에 끌려 당신께 가네...'

뱃전에서 ‘부~웅~’ 울리는 뱃고동이나 '청평사 가는 길'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시간을 잘 맞추면 소양호의 일출과 일몰,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도 감상할 수 있다.

3시 3분경 관광선에서 내려 느린 걸음으로 소양강처녀 조형물, 88서울올림픽성공개최기념 조형물, 소양댐 준공 기념탑, 전 박정희 대통령의 소양호 준공 기념 휘호와 댐 아래편의 물줄기를 구경했다.


쉼터에 도착해 하산주를 마시며 피로를 풀었다.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원과 여행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혼자 여행을 즐기기로 마음먹은 날이라 친구의 이름을 자주 거론하는 옆 사람들의 대화도 못 들은 척 했다.

9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하늘공원에서 시민음악회를 여는 중앙고속도로의 춘천휴게소에도 들렸다.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귀에 리시버를 꽂은 채 음악 감상을 하며 상품이 푸짐하게 걸린 회원들의 노래를 들었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뜻하는 청풍명월(淸風明月), 그리고 충북청풍명월산악회. 오봉산 산행을 회장님이 회원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산대장이 회원들의 안전에 신경쓰는 충북청풍명월산악회원들과 함께 해서 즐거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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