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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구례 산동의 산수유마을

봄, 봄, 봄. 봄은 화려한 꽃 때문에 더 생기가 넘친다. 늦었지만 3월이 가기 전에 남녘의 꽃들이 보고 싶었다. 31일 아침 일찍 섬진강을 향해 차를 몰았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 끝에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면 한편에서 노란 산수유가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곳이 섬진강이다.

개나리와 함께 이른 봄 산천을 노랗게 물들이는 꽃이 산수유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산수유를 대표하는 곳이 구례군 산동면이다. '산동'이라는 지명은 1000년 전 중국 산동성 처녀가 지리산 산골로 시집오면서 가져온 산수유 묘목을 이곳에 심었다 하여 붙여졌다.


구례가 가까워지며 길가에 산수유꽃이 자주 보인다. 처음 도착한 곳은 전날까지 산수유꽃축제가 열렸던 구례군 산동면의 산수유문화관이다. 월요일이고 축제가 끝나 관광객이 적다. 한가롭게 여유를 누리며 산수유문화관의 내부와 옥상, 산수유사랑공원을 둘러보았다.

바람개비와 하트 조형물이 입구에서 맞이하는 산수유사랑공원은 산수유꽃과 수석들에 둘러싸여있다. 천천히 공원에 오르면 조망이 좋아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바라보이고 여러 가지 산수유 조형물과 정자 등 추억거리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사랑공원 뒤편 언덕에 방호정(전라남도문화재자료 제32호)이 꽃 속에 숨어있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을 시로 달래며 소일하고자 1930년 지역의 유림들이 뜻을 모아 계곡의 암반 위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 건립한 방호정은 전형적인 한국의 정자로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의 단층 구조다.


구례는 지리산의 산줄기가 뻗어내려 섬진강에 발을 담근 곳이다. 이곳의 산수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산수유마을을 대표하는 상위마을을 비롯해 반곡마을, 계척마을, 현천마을까지 한 번에 둘러봐야 한다.

산수유는 여러 그루가 한꺼번에 노란 꽃무리를 지어야 화사하다. 상위마을은 마을 전체에 3만여 그루의 산수유가 빼곡하게 심어져 있다. 맑은 물이 졸졸졸 흐르는 계곡에 들어서면 주변이 온통 노란색이다. 마을 옆 높은 곳에 위치한 정자에 오르면 마을 전체가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반곡마을은 산수유 꽃담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산수유가 돌 틈을 비집고 나온 꽃담길을 걸으며 마을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수유사랑공원이 가깝게 보이는 마을 앞 계곡으로 나가면 너른 암반과 맑은 물이 산수유꽃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일품이다.


산수유꽃이 만든 풍경을 호젓하게 즐기고 싶으면 19번 국도 건너편에 위치한 계척마을과 현천마을로 간다. 계척마을의 시목공원에 중국 산동성에서 시집온 여인이 가져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심었다는 산수유 시목(始木)이 있다. 수령 1000년이 넘는 이 고목은 '할머니 나무'로도 불린다.


현천마을에 들어서면 저수지를 끼고 지천으로 늘어선 산수유가 노란 자태를 뽐낸다. 집들이 옹기종기 어우러진 마을 풍경과 산수유꽃이 만발한 돌담길에서 고즈넉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저수지의 제방 아래편에서 연세가 지긋한 분이 현천마을의 멋진 풍경을 화폭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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