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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부산 갈맷길4코스 트레킹

지난 3월 14일, 청주4050토요산악회에서 갈맷길 트레킹을 다녀왔다. 부산하면 갈매기가 떠오르듯 갈매기에 길이 더해진 갈맷길은 느림과 웰빙을 추구하는 문화에 맞춰 해안길, 숲길, 강변길, 도심길을 지형에 맞게 9개 코스로 구분한 부산의 명품 걷기 길이다. 이날 회원들은 감천항에서 두송전망대를 거쳐 몰운대로 이어지는 4코스 2구간을 걸었다.

오전 7시 10분 산악회원을 태운 관광버스가 청주체육관 앞을 출발한다. 달리는 차안에서 회장님의 인사, 산행대장님의 트레킹 일정 안내, 첫 참여자 소개가 이어진다. 청주상주고속도로 화서휴게소에 들러 산악회에서 준비해온 아침을 먹었다. 따뜻한 미역국과 맛있는 겉절이가 입맛을 돋웠다.

뜨거운 커피를 들고 휴게소에서 일하는 분과 부딪혀 손에 화상을 입은 여자 회원이 있어 인근의 상주에 들러 약을 구입하느라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를 거쳐 부산에 도착해서는 지루할 만큼 목적지를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12시 25분경이 되어서야 감천항한보부두 앞 구룡삼거리에 도착해 트레킹을 시작했다.


구룡삼거리에서 이정표를 따라 시멘트포장 언덕길을 오르면 왼쪽으로 군사적 요충지였던 강천항과 부두, 구덕산(높이 562m)과 산비탈의 주택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 너머에서 왼쪽 바닷가 산길로 접어들어 두송전망대로 가다보면 동백 숲도 지난다. 가끔 만나는 이정표의 거리가 들쑥날쑥해 혼동을 주는 게 ‘옥에 티’다.


다대포항과 감천항을 좌우로 끼고 남쪽으로 길게 뻗어 내린 두송반도는 오랫동안 군사 작전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다. 헬기장 끝 바다방향으로 벤치가 있는 평지가 두송전망대다. 잔뜩 기대를 하고 온 사람들은 나무들이 가린 풍경에 실망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아래편으로 내려가 더 갈 곳이 없는 낭떠러지에 서면 해안절벽과 망사섬, 아들섬, 거북섬(오리바위) 등 가슴이 뻥 뚫릴 만큼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두송전망대에서 산길 1㎞ 지점의 삼거리에서 야망대 방향으로 내려서 산허리를 이은 등산로를 따라간다. 한적하고 멋들어진 숲길을 걷는 내내 왼쪽 바닷가에 위치한 대선조선의 선박 건조 모습과 다대포항이 바라보인다. 나무계단을 통해 산길을 내려서면 대선조선 진입로와 만나는데 이곳의 경치가 아름다운 낫개바닷가에 지질공원 안내판이 서있다.


짧은 거리지만 운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체육공원의 우레탄트랙을 걷는다. 게이트볼 경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노인들도 만난다. 방파제를 걸으며 방금 지나온 두송반도와 낚시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좌우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다대포수산시장이 있는 다대포항은 갈맷길 이정표가 서있는 야망대식당 옆으로 작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바닷가를 걸으면 골목에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해삼, 멍게, 전복 등 수산물이 지천인 다대포수산시장에 들어서면 삶에 활력이 넘친다. 막 배에서 내린 수산물을 경매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수산물 냉동창고 앞을 지나면서부터는 이정표를 확인하며 왼쪽으로 해변길을 찾아가야한다. 동이 틀 무렵의 사진으로 유명한 다대포 선착장을 돌아보고 횟집의 골목길을 통과하면 몰운대 입구에 도착한다.


몰운대는 몰운도로 불렸던 섬이 자연스럽게 육지와 연결되어 반도가 되었다고 한다. 몰운대 표석을 지나 숲길로 들어선 후 화손대 1.2㎞를 알리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군부대 철조망을 지나면 한적한 솔숲길이 이어진다. 몰운대의 숲길은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그늘의 연속이다. 이곳에서 청주로 시집간 따님이 겨울에 많이 추워한다고 걱정하는 어르신을 만났다. 화장실 앞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 위에 주변이 탁 트인 화손대가 있다. 바다와 맞닿은 낚시터로 내려서면 건너편의 두송반도와 솔섬, 모자섬, 쥐섬 등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화장실 앞 갈림길에서 왼쪽 바닷가로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구불구불 산책로를 따라간다. 나무가 우거진 길옆 쉼터에서 첫 번째 전망대를 만나고 음수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자갈마당과 낚시터가 널찍하고 쥐섬과 동섬이 가까운 두 번째 몰운대전망대를 만난다. 몰운대가 '구름 속에 빠져 보이지 않는 섬'에서 유래했듯 이곳에 부산 최고의 낙조 감상 포인트로 손꼽히는 비경이 숨어있다.


전망대에서 나오면 다대포객사(부산광역시유형문화재 제3호)를 만난다. 다대포객사는 다대초등학교 안에 있던 것을 1970년 현 위치로 옮겨 복원한 조선시대의 건축물이다. 정운공순의비(부산광역시기념물 제20호)는 객사 앞 갈림길 왼쪽의 민간인 통제구역 내에 있다. 다대포객사에 입구까지 힐링 숲길이 이어진다.


몰운대 입구 광장에 한국 최대 분수로 인증 받은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가 있다. 다양한 음악과 함께 분수 공연이 펼쳐지는데 4월부터 가동된다. 다대포해수욕장은 양질의 모래밭과 완만한 경사, 얕은 수심과 따뜻한 수온으로 널리 알려진 피서지이다.

낙조분수가 있는 광장과 해수욕장을 돌아보고 4시 30분부터 정우장횟집(☎051-262-3121)에서 저녁을 겸해 회와 술을 먹었다. 인생살이는 어느 날 갑자기 바뀐다. 아직 팔팔하고 나이 먹는 것 서러운데 같은 자리에 앉은 일행들이 술잔을 줄때마다 어르신이라고 불러 거북하다.

6시 40분 청주로 향한 관광버스가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휴게소에 들르며 빠르게 달려 10시 20분경 청주에 무사히 도착했다. 날씨가 맑지 않았지만 모처럼만에 만난 청주4050토요산악회원들과 바닷가를 트레킹하며 행복하게 보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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