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참성단이 있는 마니산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마니산은 한라산과 백두산의 가운데 지점인 강화도의 남서쪽에 자리 잡은 민족의 영산이다. 고조선의 단군 왕검이 쌓았다고 알려진 제단 참성단에서 매년 전국체전 성화를 채화하고, 등산로를 따라 돌계단을 올라가노라면 서해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아침 7시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해 회원들을 태운 후 강화도로 향한다. 행복산악회는 오가는 길에 입이 즐거워 행복하다. 운영진에서 가래떡, 빈대떡. 사과는 물론 커피까지 타서 자리로 배달한다. 200회 산행을 기념하는 뜻 깊은 날인데 차안 분위기와 달리 창밖은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 잔뜩 찌푸린 날씨다.
평택제천고속도로 안성맞춤휴게소에 들른 후 달콤 회장님의 인사, 석진 산대장님의 산행일정 안내, 첫 참여자 자기소개가 이어진다. 어느새 서울로 들어선 버스가 거북이걸음을 반복하는 사이 한강과 남산, 63빌딩과 국회의사당이 창밖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서울 시내를 벗어나고 한참을 달리자 물가로 철책선이 보여 남북분단의 현실을 실감한다. 강화초지대교를 건넌 관광버스가 10시 20분경 상방리 매표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 짐을 꾸리고 기념촬영을 한 후 10시 30분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TV에 비친 칠선녀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성화를 채화하는 장면만 생각하고 마니산 산행을 시작하면 초입부터 지친다. 지루하게 오르막으로만 연결된 개미허리와 헐떡고개에서 1004개의 계단이 기다린다. 가끔 뒤돌아서 아래쪽 풍경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흐린 날씨 때문에 바다 건너편의 석모도가 자취를 감췄다.
참성단(塹星壇)은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은 제단으로 전해지는 사적 제136호로 자연 상태의 돌을 다듬어 상단부는 사각형, 하단부는 원형으로 쌓아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세계관을 반영했다. 해마다 개천절에 이곳에서 단군의 제사를 지내며, 전국체육대회 때는 칠선녀들이 이곳에서 대회장에 타오르는 성화를 채화한다. 참성단에 있는 소사나무(천연기념물 제502호)는 문화재로 지정된 최초의 소사나무다.
마니산의 높이가 ‘네이버지도 472m, 다음지도 469m, 국토포털 469m’로 다르다. 사이버관광 강화에도 지도에는 469.4m, 설명에는 472.1m로 다르게 기록되어 혼동을 준다. 등산지도에 '참성단 465m, 마니산 469m'로 되어 있고, 이곳에 다녀간 사람들의 글에서도 마니산의 높이가 가지각색이다. 왜 그럴까? 참성단 입구의 안내판에 ‘마니산 정상(해발 472.1m)에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하여...’라는 문구가 있다.
문구대로라면 참성단이 마니산 정상이다. 하지만 마니산 정상은 참성단에서 바로 앞으로 보이는 헬기장이 있는 곳이다. 헬기장 옆 암봉에 서있는 나무표석에 '摩尼山 472.1m'라고 써있다. 마니산 정상보다 3,4m 낮은 참성단을 정상으로 보는데서 생긴 오류라고 생각된다. 한편 민족의 영산 마니산의 높이가 하루빨리 하나로 통일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정상에서 내려서면 가파른 바위 윗면을 손질하여 참성단을 중수한 사실을 기록한 참성단중수비(인천광역시문화재자료 제13호)가 있다. 마니산은 화강암 암반이 넓게 깔려 있는 곳이 많고 산정 부근은 경사가 심한 기암절벽이 솟아 있다. 땅속 깊이 묻혀 있던 암석이 땅 표면에 드러나 하중이 제거되면서 균열이 생기는 것이 판상절리다. 날씨가 맑은 날은 판상절리가 길게 이어진 바위능선을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인근의 섬과 김포 벌판, 간척지와 염전 등을 조망할 수 있다.
능선에서 아래쪽 함허동천으로 향하면 가까운 곳에 함허동천과 정수사 갈림길이 있다. 일행들과 동행하느라 천년고찰 정수사 경내에 있는 대웅전(보물 제161호) 구경은 다음기회로 미뤘다. 마니산 동쪽의 함허동천(涵虛洞天)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을 뜻하는 계곡이다. 마니산은 국내 산 중 기가 가장 센 산으로 알려져 있다. 팔각정자를 내려서니 강남산악회에서 시산제를 지내고 있다. 조경이 멋진 강남교회와 순무김치를 판매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구경하고 함허동천 주차장으로 갔다.
2시 35분 주차장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아웃도어 매장이 많은 경부고속도로 기흥휴게소에 들르고, 5시 25분경 오창과학단지 중소기업청 앞 전주할매집(043-241-9898)에 도착해 200회 산행기념 회식을 했다. 청주로 가는 차안에서는 회원 몇 명이 인생살이 별수 없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도찐개찐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만들었다. 부지런히 달려온 관광버스가 7시 15분경 최종 목적지인 임광아파트 옆에 도착하며 마니산 산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