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사진동호회 설레임 회원들이 보탑사(寶塔寺)와 길상사(吉祥祠)에 다녀왔다. 보탑사는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길상사는 계단을 따라 키가 큰 벚나무가 자리하고 있어 요모조모 둘러보며 이것저것 소재를 찾아낼 수 있는 출사장소다.
보탑사는 '생거진천(生居鎭川)'으로 불리는 살기 좋은 고장 진천의 보련산 자락에 있는 사찰이다. 사찰이 있는 연곡계곡 주변은 교통이 발달하기 전에는 오지였던 곳으로 삼국시대 신라와 고구려의 국경지대였고, 이곳에서 태어나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 장군과 관련된 유적들이 많다.
17번 국도를 달리다 태락교차로에서 내려서 사석삼거리와 보탑사삼거리를 지나면 김유신탄생지를 만난다. 김유신탄생지에서 계곡의 끝에 위치한 보탑사까지는 드라이브하기에 좋고 못미처에 있는 연곡 저수지의 풍광도 빼어나다. 보탑사는 비교적 역사가 짧은 비구니 사찰이지만 고려시대의 절터로 전해지는 곳에 우리나라 최고의 장인들에 의해 삼국시대 목탑 건축의 전통을 잇는 웅장한 삼층목탑이 완공된 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사찰 앞에 있는 수령 300년의 느티나무(진천군보호수 제4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느티나무를 둘러보고 밖에서 사찰의 전체 모습을 살펴보면 전각의 지붕과 소나무가 멋진 풍경을 만든다.
돌계단을 오르면 쌍둥이 전각인 범종각과 법고각이 맞이한다. 보련산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방이 연꽃처럼 둘러 쌓여있는 곳에 낮은 산자락을 배경으로 산만큼 높이 솟아 더 웅장해 보이는 목탑이 우뚝 서있다.
탑신의 높이는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108척이고, 쇠못 하나 쓰지 않고 건축하여 2천 년대의 문화재라 자랑할 만큼 국보급 천년고찰로 착각하게 한다. 신라 황룡사 9층탑과 같이 겉모습은 탑이지만 내부는 각 층마다 법당인 다층집으로 계단을 통해 오르내릴 수 있는 목탑인데다 이층과 삼층의 큰 창으로 절 앞의 아름다운 시골풍경을 내다볼 수 있어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삼층목탑 양 옆과 뒤편에도 볼거리들이 많다. 부처님이 비구니들에게 설법하던 모습을 재현한 영산전을 시작으로 비구니들이 기거하는 선행당, 상하 2층 기단 위에 삼층의 탑신을 얹은 고려시대의 삼층석탑, 장군총의 모습을 재현한 지장전, 통나무에 너와지붕을 얹은 귀틀집 형식의 산신각, 세 번 웃는 집 삼소실, 부처님의 와불 열반적정상을 모신 적조전 등이 차례로 보탑을 감싸고 있다. 작아서 더 아름다운 두 곳의 연못 등 정원도 예쁘게 꾸며놓았다.
보탑사는 늘 꽃이 지천이다. 꽃을 가꾸는 사람들은 그 꽃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제일 행복할 것이다. 나이 든 아줌마들이 꽃 앞에서 소녀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을 비구니들이 미소로 바라보는 꽃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탑사에서 만난다.
글자 없는 비석을 무자비(無字碑) 또는 백비(白碑)라고 한다. 보탑사 연못 옆에 고려 초의 것으로 추정되는 연곡리석비(보물 제404호)가 있다. 본래 연곡리 마을 논 가운데 있었던 것으로 연곡리백비로도 불리는 석비의 비신에 처음부터 비문이 없었는지 글씨가 닳아 없어진 것인지 알 수 없고 비석에 글자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온다. 석비는 말을 닮은 귀부의 머리, 용의 형체를 새겨 장식한 비석의 머릿돌,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난 거북의 등이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삼국통일의 주역이자 흥무대왕으로 추존된 신라의 명장 김유신은 만노군(진천) 태수였던 김서현의 아들이다. 그래서 진천에는 김유신 장군의 태실 및 돌담, 유허지 등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유적들이 많다. 충북 진천군 진천읍 벽암리에 위치한 길상사(충북기념물 제1호)는 김유신장군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사당으로 홍살문, 흥무전, 관리사, 내삼문, 협문이 있다. 영정은 본전인 흥무전에 모셨고, 입구에 길상사중건사적비, 안뜰에 김유신장군사적비, 뒤뜰에 흥무대왕신성비가 서있다.
길상사의 봄은 경사진 곳에 있는 키가 큰 벚나무 고목들이 운치를 더해준다. 바람이라도 불어오는 날은 마치 꽃비가 내리듯 황홀한 풍경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