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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모산재 풍광에 반하는 황매산

5월 17일, 청주직지산악회원들이 황매산으로 철쭉산행을 다녀왔다. 가끔은 욕심을 비우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더불어 살아야 편하다. 비가 내린 후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철쭉꽃이 다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약속을 지키는 것이 먼저였다.

황매산(黃梅山)은 경상남도 합천군과 산청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5월 중순경이면 산줄기가 붉디붉은 선홍빛으로 물드는 철쭉군락지로 유명하다. 높이 1108m의 고봉으로 상봉·중봉·하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와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아기자기하게 삼라만상을 펼쳐놓은 모산재의 바위산이 절경이고, 남쪽 기슭에 있는 고찰 영암사지(사적 131호)가 유명하다.

황매산이라는 이름은 정상에서 바라본 주변의 풍광이 활짝 핀 매화꽃 속에 홀로 떠 있는 느낌을 주어 붙여졌고, 고려시대 호국선사였던 무학대사가 수도했던 장소였으며, 황매산의 황(黃)과 매(梅)가 부귀와 풍요로움을 상징하여 소원을 이뤄주는 기도터로도 알려져 있다.


여행지는 늘 다른 모습을 보여줘 감흥이 새롭다. 철쭉꽃이 진 자리를 초록으로 채우고 새로운 풍경을 만들었을 텐데 오늘따라 유난히 빈자리가 많다. 통영대전고속도로 인삼랜드휴게소와 함양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온 관광버스가 10시경 이번 산행의 들머리이자 영화주제공원이 있는 법평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면 주차장 아래편의 법평리와 마을뒤편의 황매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준비물을 챙긴 후 법평리, 임도, 능선, 황매산 정상, 황매평원, 베틀봉, 모산재, 순결바위, 영암사로 이어지는 산행을 시작했다. 아픈 무릎 때문에 되도록 산행거리를 줄이려고 철쭉군락지 바로 아래 주차장까지 3㎞ 거리의 임도는 요금 10000원인 택시로 편안하게 이동했다. 관광버스를 타고 온 산악회원들이 땀을 흘리며 걸어야 하는 1시간 거리의 고갯길을 택시는 잘도 달린다.

택시에서 내려 임도를 따라가다 왼쪽편의 군락지로 들어서면 키가 큰 철쭉들이 터널을 이룬다. 팔각정자와 산신제를 지내는 제단을 지나면 철쭉터널이 미로처럼 사방을 연결한다. 낭떠러지로 되어있는 서쪽 정상을 구경하며 40여분이면 황매평원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도착한다.


아래에서 위쪽을 바라보면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가깝게 보인다. 목장의 울타리를 닮은 나무 계단과 숲길을 오르면 암봉으로 된 정상을 만나는데 주변은 크고 작은 바위들을 연결하며 기암절벽을 이룬다. ‘황매봉(黃梅峰)’이란 글이 음각되어 있는 정상의 키 작은 표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만들었다. 정상은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서야 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빼어나다. 지리산의 천왕봉과 웅석봉, 왕산, 합천호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무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황매평원 주변의 풍경도 일품이다.


정상 아래로 내려오면 해발 800~900m의 평원으로 옛날 목장지대였던 황매평원이 이어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황매산은 억새도 많아 계절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산으로 알려져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은 후 베틀봉, 산불감시초소, 제2철쭉군락지, 철쭉제단, 제1철쭉군락지를 지나 모산재로 향한다. 꽃이 져 초라한 군락지에서 색 바랜 꽃들을 드문드문 매단 철쭉나무들이 뒤늦게 꽃구경 나온 사람들을 반긴다.


모산재(높이 767m)는 합천팔경 가운데 제8경에 속하는 명승지로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가 절경을 만든다. 황매산의 한줄기로 본래는 신령스런 바위산을 뜻하는 영암산이었는데 주민들은 잣골등이라고 부른다. 재와 재를 잇는 길 가운데에 있어 높은 산의 고개가 된 모산재에서 동남쪽을 바라보면 돛대바위가 있는 철계단 방향과 독도바위와 순결바위가 있는 영암사 방향의 멋진 바위들이 산 아래편의 대기저수지와 어우러진다. 이곳에 돌탑과 고사목이 있는데 고사목에 써있는 길은 걸어가야 만들어진다는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이 눈길을 끈다. 대기저수지 주변의 다랭이논도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건너편의 돛대바위와 철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영암사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모양이 다양한 바위들을 만난다. 커다란 바위 두 개가 우뚝 서있는 독도바위를 지나면 남녀의 순결을 시험할 수 있다는 순결바위가 있다. 안내판의 내용에 의하면 평소 사생활이 순결치 못한 사람은 들어갈 수 없고 들어간다 해도 바위가 오므라들어 나올 수 없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숲길에 있는 국사당은 태조 이성계가 등극하기 위하여 천지신명에게 기도를 올렸다는 곳이다.

산행 끝머리인 황매산 남쪽 기슭의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에 위치한 영암사지는 정확한 창건 연대가 알려지지 않았다. 영암사지는 발굴·조사로 사찰의 규모가 부분적으로 밝혀졌는데 쌍사자석등(보물 제355호), 삼층석탑(보물 제480호) 등은 문화적 가치가 크다.

4시 10분경 모산재 주차장에 도착해 늦게 내려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다 4시 30분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에 위치한 생초식당으로 향했다. 생초식당(055-973-5757)은 맑은 물이 흐르는 경호강 옆에 있어 매운탕이 맛있는 집으로 소문났다. 이곳에서 메기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겸한 뒤풀이를 하고 왔던 길을 되짚어 청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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