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와 교통수단이 발달하는 만큼 생활영역이 넓어지다 보니 각자 사는 곳이 다르고 생업에 얽매여 가족끼리 얼굴 보는 것도 쉽지 않다. 7월 9일, 처가 남매들이 어렵게 시간을 맞춰 처의 고향인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에서 가까운 경북 상주시 화북면 상오리로 피서를 다녀왔다.
상오리 가는 길에 청천면 이평리 정류장에 차를 세우고 삼송리와 뒤편으로 보이는 중대봉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는다. 이곳을 떠난 30여년의 세월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늘 정류장에서 자식들 반갑게 맞이하고 떠날 때는 완행버스의 꽁무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던 어른들과의 추억을 생각하며 화북으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피서지인 상오리 솔숲에 도착하니 비가 내린다. 상오리 솔숲은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이 들어차있어 예전에는 소나무 군락지로만 알려졌던 곳인데 상주시가 맥문동 군락지를 조성하면서 맥문동 꽃이 절정을 이루는 8월 말경이면 전국 각지의 사진작가와 화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솔향을 맡으며 하늘 향해 키를 키운 소나무 사이를 산책하다 정자에 올라 구불구불 자연스럽게 뻗은 소나무의 아름다운 모습, 보랏빛 융단을 깔아놓은 듯 만개한 맥문동, 감출 것과 보여줄 것을 구분해주는 안개와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든 햇빛이 어우러지며 만든 풍경을 상상해 본다. 길 건너편에 경상북도 상주학생수련원이 있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화북면은 오송폭포, 옥양폭포, 장각폭포, 심원폭포 등 유난히 폭포가 많은 청정지역이다. 솔숲에서 500여m 거리에 웅장한 물줄기가 아름다운 경관과 어울려 조화를 이룬 장각폭포가 있다.
장각 폭포는 속리산의 천왕봉에서 시작한 시냇물이 장각계곡을 굽이쳐 흘러 6m 높이의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다. 주변을 둘러싼 소나무 숲, 폭포 위의 기암에 세워진 정자 금란정, 시원한 물줄기,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용소가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경을 만든다. 산, 폭포, 정자가 조화를 이룬 모습이 무인시대, 태양인 이제마, 불멸의 이순신, 낭만자객 등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던 촬영지다.
안내판의 내용에 의하면 금란정(金蘭亭)은 ‘주위에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그 이로움은 쇠붙이도 끊을 수 있고 마음을 같이 한다는 말은 그 냄새가 난보다 향기롭다’라는 뜻이다.
상오리 칠층석탑(보물 제683호)은 장각폭포에서 1.4㎞ 거리에 있다. 천왕봉 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경천애인(敬天愛人) 장각동 신선(神仙)마을’ 표석이 길가에 서있다. 청정자연 속에서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신선과 다를 게 뭔가.
칠층석탑은 길에서 오른쪽으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만난다.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한일합병 후 일본 헌병이 허물어버린 탑신을 원형대로 복원하였으며, 주변에 사찰이 있었다는 것도 짐작일 뿐이다. 1층 몸돌이 유난히 높지만 전체적으로는 균형을 잃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