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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몸과 마음 호강하는 산청 백운계곡

8월 15일, 청주아름다운산행에서 지리산의 동쪽에 위치한 경남 산청군 단성면의 백운계곡으로 트레킹을 다녀왔다.

산청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나는 곳으로 지리산 등 천혜의 자연이 배경인 산림으로 둘러싸여 명산과 청정계곡이 많은 휴양명소다. 백운계곡(백운동계곡)은 조선시대 은거 처사였던 남명 조식 선생의 발자취가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중산리계곡, 선유동계곡과 함께 산청을 대표하는 여름 피서지다.

출발지인 청주종합운동장으로 가는데 아침 일찍부터 길거리의 태극기들이 바람에 휘날리며 광복 70주년을 축하한다. 휴가철이라 7시 출발시간이 되어도 모인 인원이 단출하다. 중간에 회원들을 태운 후 남쪽으로 향한 관광버스가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인삼랜드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린다.

차안에서 동행 총무님의 사회로 굴비 회장님의 굵고 짧은 인사말과 캠프 부회장님의 일정 안내가 이어졌다. 먼 산이 가깝게 보일만큼 맑은 날씨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멋지다. 경호강 물줄기를 따라 생초와 산청을 지나고 산청휴게소에 들른 관광버스가 단성IC를 빠져나온다. 20번 국도를 달리며 오른쪽 길가의 남사예담촌을 보여주고 10시 50분경 백운리 민박촌에 도착했다.


백운계곡은 상류의 계곡이 2㎞를 조금 넘는 거리에 있어 트레킹하기에 알맞은 코스이고 비가 오지 않아도 물이 떨어지지 않아 여름휴가지로도 안성맞춤이다. 폭이 넓지 않은 계곡에 들어서면 각양각색의 너럭바위와 기암괴석, 물을 가득 담은 소와 담, 아담한 폭포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멋진 풍경을 만든다.

백운계곡에는 조선 중기 성리학의 대가인 남명 조식(1501~1572년) 선생이 남긴 글씨가 많이 남아 있다. 펜션과 민박집을 지나쳐 계곡으로 들어서면 옳은 소리만 듣는다는 청의소(聽義沼)를 초입에서 만난다. 좁고 긴 용소의 오른쪽 바위에 嶺南第一泉石(영남제일천석)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곳이 등천대다. 물놀이하기 좋은 아함소는 바로 위편에 있다.


계곡의 그늘에는 삼삼오오 자리 잡고 물놀이를 즐기거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눈부시게 화창한 여름날 햇빛에 반사된 폭포수가 아름답고 물놀이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부럽다. 배낭을 벗어놓고 용문폭포의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용문천(龍門)이 새겨진 바위 주변도 경치가 멋지다.


백운계곡은 규모가 웅장하거나 거대한 물줄기가 흐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길을 붙잡아 짐을 내려놓게 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이름 없는 폭포와 소(沼)들이 줄줄이 이어져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잠시나마 여유를 누리며 ‘푸른 산에 올라보니 온 세상이 쪽빛과 같은데, 사람의 욕심은 그칠 줄 몰라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도 세상사를 탐한다’는 조식 선생의 시처럼 잔뜩 움켜쥐고 있는 것은 없는지를 생각한다.


백운(白雲)은 구름같이 하얀 바위자락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백운계곡의 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이 하얗고 너른 평평한 바위 사이를 타고 흐른다. 물줄기가 가늘지만 백운폭포는 제법 그럴듯한 모습을 갖췄다. 널찍한 쉼터가 있어 주변에 사람들도 많다.


소에 고인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고 다시 모이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계곡을 만든다. 백운계곡은 아기자기한 폭포가 끝없이 이어지는데 안내판이 없어 어느 폭포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목욕을 하면 절로 아는 것이 생긴다는 다지소(多知沼)를 지나왔지만 아래편 어디쯤인지 가늠하지 못한다. 그래도 날씨 좋은 날 폭포의 물줄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후련해지고 청량감이 느껴진다.


지리산 자락 동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백운계곡은 계곡 자체가 거대한 암반덩어리다. 산과 물이 어우러진 계곡이 낙원처럼 펼쳐지고 크고 작은 폭포와 소, 널찍한 바위들이 그림 같은 풍을 만들며 옛 선인들의 풍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옷을 입은 채 폭포수를 뒤집어쓸 수 있는 곳이 수없이 많다. 한참동안 물가에서 자유를 누린 후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동심으로 돌아갔다.


백운계곡 트레킹은 힘들지 않게 걸으면서 몸과 마음이 호강한다. 계곡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폭포인양 같은 듯 다른 폭포와 소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백운계곡에서는 어느 곳이 어떤 이름을 가진 폭포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수없이 만나는 폭포들도 절벽이 나지막해 정면에서 폭포를 바라보며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기에 좋다. 계곡을 가로지른 나무다리 옆에 서있는 장승을 구경하고 왔던 길을 되짚어 아래로 향한다.


3시 10분경 주차장에 도착해 늦게 내려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다 4시 20분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로 향했다. 경호강의 맑은 물이 흐르는 어서리에 생초국제조각공원과 민물전시관이 있다. 매운탕이 맛있는 생초식당(055-973-5757)에서 메기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겸한 뒤풀이를 하고 늘비물고기공원, 경호정, 보호수를 구경한 후 왔던 길을 되짚어 청주로 향했다.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인삼랜드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온 관광버스가 어둠이 내리는 청주종합운동장 앞에 도착하며 아름다운산행 회원들과 함께 했던 백운계곡 트레킹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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