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은 과제까지만 제시하고 ‘교사 중심의 기획팀’을 공모하여 세부 실천 계획을 짜게 했더라면 훨씬 현장의 가슴에 와 닿는 대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교육공동체가 되도록 많이 함께 참여할수록 복잡해지고, 지연될 것이란 구습도 벗어야 되지 않을까. 이런 교육 방안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어 한국 교육의 개혁에 견인차 역할을 하기 원한다면, 모든 계획의 시작부터 교사의 참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세계 각국이 학력 높이는 데 주력 21세기를 과학 기술의 시대요, 지식 정보화의 시대라고 한다. 정보와 지식 사회에서 학력은 곧 국가 경쟁력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새삼스레 교육이 중요한 화두에 오르게 되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교 대상이 되는 미국의 경우,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공교육개혁법 ‘어떤 아이도 낙오되지 않게 (No child left behind)’는 학력 저하를 국가의 위기로 단정하고 학력 중시정책으로 궤도를 수정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이 법에 따르면 각 주(州) 정부는 공립학교 3~8학년 학생의 읽기와 수학에 대해 2005년부터 의무적으로 매년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학부모에게 통보해야 한다. 특히, 이 시험에서 학교의 평균성적이 2년 연속 ‘적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학부모는 교육당국에 자녀의 전학을 요구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통학 비용은 교육당국이 부담해야 하며, 3년 연속 미달할 경우에는 학교선택권에 성적이 나쁜 학생들의 보충수업비와 과외교습비까지 주어야 한다. 4년 연속 적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해당 학교의 교직원 교체 및 학교 경영권의 축소 등과 같은 강력한 제재 조치를 받게 된다.
미국은 1965년 초중등교육법 제정 이후 공교육 개선을 위해 1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지만, 계층간, 집단간 학력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미국의 장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반영이라고 보인다.
아시아 각국도 교육개혁에 국운을 걸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등의 국가도 교육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돈을 투자하고 정책의 방향을 맞추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동아시아 교육허브’를 국책 차원에서 구축하겠다는 각오를 발표한 싱가포르의 경우, 미국 MIT와의 공동 운영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에만 7년간 2억 달러를 쏟아 부었을 정도. 그 결과 외국인 유학생이 5년만에 50%나 늘어났고, 인시아드 MBA 프로그램은 지난 1월 24일 발표된 파이낸셜타임스의 세계 1백대 MBA 프로그램 순위에서 당당히 8위에 올랐다.
중국의 경우 ‘211 공정’이 가장 대표적인 교육개혁이라 할 수 있다. ‘211 공정’은 21세기에 100개 대학과 중점 학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한다는 것으로, ‘211 공정’의 출현 배경은 중국이 산업화되면서 고급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즉 이론 위주였던 대학교육에서 벗어나 경제발전과 학문을 조화시킬 수 있는 인재를 전략적으로 양성하자는 개혁 프로그램이다.
학력차 해소와 기초학력 신장 계속돼야 2004년 4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이화여대가 주최한 ‘남·여학생의 학력 차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성별 수학·과학 학력 차이 실태 및 원인 해소방안에 대한 논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력차 실태는 지난 1995년과 1999년 38~41개국의 초등4년 및 중2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TIMSS)’와 2000년 32개국의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PISA)’ 결과를 토대로 분석됐다. 수학의 경우, 남녀 학생 점수 차이는 1995년 17점(588~571점), 1999년 5점, 2000년 27점이었다. 2000년 조사 대상 국가 중 한국 학생의 수학 전체 순위는 2위, 남녀 차이 순위도 2위였다. 과학의 경우, 남녀 학생의 점수차는 25점, 15점, 20점으로 격차가 일정하게 컸다. 2000년 한국 학생의 과학 전체 순위는 1위, 남녀 차이 순위는 2위였다. 연구진은 한국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수학과 과학을 잘하지만, 남녀 점수 차이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2003년 10월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전국 초등학교 3학년의 3%인 545개 교, 2만556명을 표집해 실시한 ‘2003년 초등학교 3학년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영역별 평균점수(100점 만점)는 읽기 91.05점, 쓰기 92.64점, 기초수학 91.77점이었고, 기초학력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기준 점수는 읽기 66점, 쓰기 76점, 수학 75점이었다. 2002년도 자료와 비교할 때, 읽기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남 4.50%, 여 1.80%로 남학생이 2.5배 많았고, 쓰기의 기초학력 미달자는 남학생(5.70%)이 여학생(1.56%)의 3.7배였으며 수학은 남학생(미달 비율 5.36%)이 여학생(미달 비율 4.96%)보다 조금 뒤떨어졌다.
전체적으로 기초 학력 미달 비율에서 읽기와 수학은 줄어들었고 쓰기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모든 영역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중·소도시가 가장 적고, 그 다음이 대도시, 읍·면지역 순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전체적인 학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남녀간, 지역 간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녀간,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하면서 학력을 높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부정할 수 없는 ‘학력 신장’ 2005년 2월 ‘서울학생 학력 신장 방안’이 일선학교로 전달되었다. 거기에서는 ‘학력’의 개념을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이 얻게 되는 지식, 기능, 태도, 가치관 등을 포괄하는 능력과 성향을 일컫는다. 학습의 결과이며 교육목표의 달성도로서 학습을 통해 습득한 교과 지식뿐만 아니라 사고력, 문제해결력, 창의력 등의 지적 능력과 성취동기, 호기심, 자기관리 능력 등의 정의적 능력까지를 포함한다.”라고 정의했다. 교육관련 모든 당사자가 원하는 것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학력을 갖춘 학생을 길러내자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제 1영역은 책임지는 수업, 충실한 평가이며, 제 2영역은 수업 개선을 위한 장학 및 환경 조성이다.
제 1영역이 교사 몫이라며, 제 2영역은 교육청이 담당할 몫으로 구분되어 상호협력을 이루어서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 육성’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책임지는 수업과 충실한 평가를 위한 과제를 4가지로 제시했는데, 첫째, 학생 맞춤식 교수-학습 전개 둘째, 사고력·문제 해결력 중심 평가 셋째,, 서울학생 기초학력 책임 지도 넷째, 교과와 연계한 독서교육 강화로 되어 있다. 제 2영역은 수업 개선을 위한 장학 및 환경 조성으로 첫째, 교실 수업 개선 중심의 교과장학 실시 둘째, 교원 연수·연수 지원체제 혁신 셋째, 공부하고 싶은 학교 만들기로 되어 있다. 추진 배경도 간결할 뿐 아니라 하위 과제들 역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절한 항목들을 담고 있다.
세계 일류 기업들의 제품은 ‘리콜 제도’가 기본이고, 그 기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점을 본다면 교육에서도 피드백은 반드시 필요하며 힘들어도 담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은 실력을 갖춘 교사로도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잘 가르쳐서 수업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도록 압박해 오고 있다. 스스로도 고통스럽고 두려운 일이지만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총론을 무색하게 만드는 각론 그러나 과제1(‘학생 맞춤식 교수-학습 전개’)을 해결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수준별 이동 수업의 내실화’ ‘영재교육’ ‘사이버 가정학습 지원체제’가 제시되고 있다. 수준별 이동수업은 이미 7차 교육과정이 실시되기 시작한 이래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성공과 실패 사례가 인터넷에 많이 공개되어 있다.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S고교의 경우도 ‘교사들의 열의, 학부모의 신뢰, 합리적인 시스템이란 3박자가 갖춰져야 수준별 수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시범학교를 실시할 때는 예산과 가산점 등 당근이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불편해도 참아내지만, 교사 수가 부족하고 교재 개발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교사의 반발이 예측된다. 문제는 현장 교사의 반발을 교사의 사명감 부족 정도로 치부하며 밀어붙이려는 교육 관료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아직도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열반에 속해서 학습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으려 하고, 과외를 시켜서라도 우반에 넣고 싶어 한다. 또한 평가에 대해서도 신뢰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동일한 맥락에서 영재교육과 엘리트 교육의 개념이 혼용되어 있으며, 교육열 1위의 학부모들은 영재로 인정받기 위한 사교육비 부담을 해야 할 것이다.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항상 이런 식이다. S고교 교감이 지적했듯이, ‘교사들의 열의’가 담보되려면 자발성, 자율성, 유연성이라는 토양과 생태 환경을 만들려는 노력을 먼저 했어야 한다. ‘공문으로 내려 보내고, 불러다 연수하고 교장과 교감을 닥달하면 하는 거지 별 수 있나!’라는 사고로 세부 계획을 만들었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교사가 창의성과 자율성으로 넘치지 못한다면 그런 학생들을 길러 낼 수 없는 법이다. 진정으로 교육이 우리의 미래요, 경쟁력이라면 교육 관료들은 철저하게 섬기고 봉사하고 지원하는 위치에서 일하고 사고하는 태도로 변해야 한다. ‘학생 맞춤식 교수-학습 전개’ 과제를 제대로 수행해 내는데 얼마나 많은 양의 ‘열정과 헌신과 땀’이 필요한지 계산해 보았다면, 수준별 우수 교사팀에게 국내외 연수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썰렁한 제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외 연수라는 것이 ‘논공행상’식으로 주어지는 것이라면, 연수 본래의 목적과도 위배되는 것이다. 변화를 강조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들은 결코 변화하지 않은 관료주의와 행정편의주의적 사고는 ‘위로부터의 개혁’이 갖는 한계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사이버 가정학습 지원체제에서는 사이버학습 콘텐츠 개발을 통해 풍부한 학습자료를 제공하려고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사이버상에서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현재 교육방송에서도 많은 교과의 내용을 송출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다시 보기를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콘텐츠의 종류가 다양해져서 소비하는 학생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환영한다.
‘좋은 수업 분위기 만들기’운동은 식상하는 느낌을 준다. 세부 실천계획이라는 것도 초등학생들에게는 적용 가능할지 모르지만, 중·고등학교 학생에게 공허한 구호가 될 가능성이 많다. 건국 이래 수없이 많은 종류의 ‘운동’이라는 것이 학교 현장으로 내려 왔지만 제대로 정착되어 뿌리를 내린 경우가 몇이나 되는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라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없다. 그저 환경 미화 자료로 게시판에 붙여지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현장 실정 무시한 평가방법 개선안 과제 2는 ‘사고력·문제 해결력 중심의 평가’이다. 당연히 서술형·논술형 문제를 늘려가야 할 것인데,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문항 개발과 평가 기준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고려해야 한다. 서술형·논술형 수행평가를 30% 실시해야 하는 과목 중 사회, 수학, 과학의 경우 주당 3시간인 학년의 경우 적어도 7반, 약 260여 명 이상의 문제지를 읽고 채점해야 한다. 또한 공정성 확보를 위해 채점 즉시 공개하고 이의 신청 기간을 설정해서 운영한다는데, 매우 당연한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소모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 과목들은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 수업부담도 많은 교과라 지치기 쉽다.
이런 문제점 해소를 위해, 교육청은 다양한 문제 유형과 평가 기준을 개발하여 현장에 보급해 주어야 할 것이며, 기간제 교사 대신 정규교사로 발령해야 할 것이다. 기간제 교사에게는 책임있는 교무 분장을 주지 못하다보니 학급수가 적을 경우, 몇 가지 업무를 함께 맡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교육청, 지역교육청, 학교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업무가 개별적으로는 적은 듯하지만 모아져서 한 사람의 교사에게 쏟아지면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학급수가 적은 초등학교의 경우, 공문서 처리를 하느라 수업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학부모들은 부장교사가 담임이 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는 이미 일간 신문 등에서도 지적했듯이 분명한 기준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언론에 당당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자율 실시라고 했지만, 속내까지 자율인지 의심하는 교사들이 많으며, 소신 없는 교장들은 ‘교장회의’ 등을 통해 일치된 행동을 취하므로 다수 속에 숨으려 할 것이다. 학교별 자율이 그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현장의 교사들이 거의 없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지 의심스럽다.
‘수업개선지원단’ 긍정적 효과 기대 ‘수업개선을 위한 장학 및 환경 조성’부분을 언급해 보자. 영역1과 2는 수레의 두 바퀴처럼 균형있게 짜여지고 굴러간다면 서울교육의 학력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과제5(‘교실수업 개선 중심의 교과장학 실시’)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교과교육담당장학관제’나 ‘수업개선지원단’을 운영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보며, 특히 교육청에 신설되는 직제는 현장을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지 성과 결과물 보고를 받거나, 지나치게 감독·평가에 중점을 둔다면 옥상옥이 되어 현장을 부담스럽게 만들 수 있다.
평가도구, 문항 개발, 수업관련 Q&A 그리고 수업 시연 등은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수업개선지원단’ 운영이 분명 현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교육 여건이 열악한 중·고등학교를 우선적으로 선별하여 예산지원을 통해 단위 학교 자율 장학이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공감한다. 그리고 교직원 자체 연수를 강화하여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러한 학교 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눈에 보이지 않은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거론됐던 다양한 대안들을 잘 구조화했으나, 단위학교마다 선별적으로 선택하여 중점적으로 운용해 볼 수 있는 재량권을 주어서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했다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종합 장학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고 느끼는 교사가 몇 퍼센트나 될까? 교사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재와 같은 종합 장학은 시간과 인력의 낭비가 되기 쉽다.
교사 목소리 반영된 연수 체제 혁신 과제6의 ‘교원 연수·연구 지원 체제 혁신’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혁신’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그동안 연수 체제에 대한 교사들의 일관된 목소리가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고 느껴진다.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연수 점수를 승진 점수에 반영하는 제도 때문에 본말이 전도된 연수가 너무 많았다. 어린아이가 노른자만 먹고 계란의 흰자위를 버리는 것과 같다. 점수를 통해 연수의 집중도를 높이고 참여를 강화시키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지나친 점수 경쟁으로 치닫고 있어서 투입된 비용 만큼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다.
‘공부하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과제7에서도 ‘학급당 학생 수의 지속적 감축’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되어 있어서 신뢰성이 가지만, 감축률이 현장의 바람보다 너무 적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근무여건 지원에 있어서 ‘수업 및 사무보조원 배치’ 계획은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교원의 업무 경감은 오랜 숙원 사업의 하나이며, 교사에게 책무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도 화급히 구체화시켜야 할 것이다.
전쟁에서 보병이 진군하여 영토를 차지 못하면 완전한 승리가 아니듯이, 학생과 만나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선에 교사가 서 있다. 교육은 눈에 보이는 ‘휴대 전화’나 ‘냉장고’를 만들어 내는 생산 현장이 아니고, 학력, 사고와 인성, 가치관 등과 같은 추상적이고 고등한 대상을 다루는 곳이다. 짚불로 고구마를 구워먹던 어린 시절에 껍데기가 시커멓게 타면 고구마가 잘 익었겠지 하고 성급하게 먹곤 했다. 그러나 겉이 시커멓게 탈 정도가 되었더라도 속이 익지 않은 고구마를 많이 보았다.
역사의 교훈 반추해 볼 때 2월 달에 교감과 교무부장 회의를 통해 각 교육청마다 ‘서울학생 학력신장 방안’에 대해 연수를 실시했는데, 전달하는 방식에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교육감이 바뀌었고 이런 정책이 나왔으니 일선 학교에서는 세부 계획을 세워서 실천해야 한다는 방식을 탈피할 수는 없을까? 사전예고제라는 것도 있지 않을까? 현장이 이런 사고를 공유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고 뭔가 해야 하는 압박감에서 출발하게 되면 어떻게 유연한 사고, 자율적 사고가 길러지겠는가?
서울시 교육청은 과제까지만 제시하고 ‘교사 중심의 기획팀’을 공모하여 세부 실천 계획을 짜게 했더라면 훨씬 현장의 가슴에 와 닿는 대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교육공동체가 되도록 많이 함께 참여할수록 복잡해지고, 지연될 것이란 구습도 벗어야 되지 않을까. 교육청의 장학사들도 과거에는 교사였다. 이런 교육 방안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어 한국 교육의 개혁에 견인차 역할을 하기 원한다면, 모든 계획의 시작부터 교사의 참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8년간 서울 교육을 책임져 왔던 유인종 전 교육감은 2004년 8월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교육을 선진적으로 변화시키려 노력했는데 30%가량 목표를 달성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현장 교사들이 느끼는 성취도와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다). 8년이란 긴 시간동안 줄기차게 부르짖던 ‘서울교육 새 물결 운동’이 역사 속으로 그리고 교사와 학생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그냥 몇몇 통계자료만 서류 창고에 보존될 것이다.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자는 그 역사를 되풀이해서 살아야 한다’는 선현의 말이 다시 한 번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