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서나 초․중등교육은 국가 교육체계 중에서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다. 때문에 모든 국가에서 초․중등교육의 내실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역시 그동안 정부차원에서 초․중등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교육정책을 집행하여 초․중등교육이 외형적으로는 많은 발전을 하였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들이 존재하고 있어 향후 중국 교육의 발전 및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현행 중국교육의 문제점과 관련하여 최근 중국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인민망(人民網)’에는 중국의 현직교사가 쓴 ‘중국 초․중등교육에 있어서의 7가지 병’이란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글쓴이는 이 글에서 현행 중국 초․중등교육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7가지로 지적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서 우리 교육의 현실과 비교해보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한다.
우선, 학교에서 교사를 평가할 때 지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교사의 능력을 주로 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률 및 명문대학 진학한 학생수에 따라 평가하는 것으로 진학률이 높고, 학생수가 많을수록 우수한 교사로 평가받고 그렇지 못할 경우 교육자적 자질이 있음에도 우수한 교사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렇듯 교사의 평가에 있어 지나치게 눈에 드러나는 지표에 집착하는 것은 과거 계획경제시대 때부터 계속되어 온 업적을 과시하기 좋아하는 중국 사회의 특성상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자신의 업적 과시용으로 학생들의 명문대학 진학률을 최고의 지표로 삼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의 혈관에 해당하는 우수한 교사들이 부족한 현상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우수 교사의 부족 현상은 교사의 사회적인 지위가 높지 못한데 있는데, 사회적으로 낮은 교사의 지위로 인하여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에 우수한 인재들이 진학하려 하지 않아 질 좋은 교사의 학교 현장으로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학교 내에서도 실질적인 업무능력이나 수업능력이 배제된 채 서열에 의해 우수교사로 선정되고, 교사의 승진에 있어서도 개인의 능력보다는 고위관료들과의 친분이나 심지어는 금전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교사들의 직업에 대한 열의 및 애착이 부족하다. 그리고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훈련도 교사들의 질을 높이는 데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셋째, 초․중․고의 학교 수업에 있어 교과서, 교실, 숙제 등을 중시하고, 학생들의 개성을 소홀히 하는 현상이 만연되어 있다. 중국의 학교 교육에서는 단지 수업을 잘 듣고, 숙제를 잘 하며, 시험을 잘 보는 획일적인 학생들만을 양성해내고 있는데, 이러한 획일적인 학생들의 육성에 대한 일차적인 원인은 국가의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즉 국가의 교육정책이 입시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학입시를 위해서는 학교 교육에서 주지교과에 비중을 두는 반면 음악, 미술, 체육 등의 과목은 소홀히 여겨지고 있는 게 중국 교육의 현실이다.
넷째, 현행 중국의 학교 교육에서는 도덕 교육이 소홀해지고 있다. 학교 교육에서 도덕교육은 자라는 학생들에게 사회생활에 필요한 남과 어울리는 법을 가르치고 그들과의 관계에서 지켜야할 예절 등에 대한 교육을 필요로 한다. 현재 중국의 학생들 가운데는 인터넷에 중독 되고, 대중스타에 중독 되고, 폭력 영화 및 공포만화에 열광하는 현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학생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유는 학교 교육에서 도덕교육이 부족하고, 실시되고 있는 도덕 교육마저도 학생들이 싫어하고 무관심하다는 이유로 대충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등 제대로 된 도덕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중국 초․중등교육에서의 학교 운영자금 부족 현상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도시지역을 제외한 발달되지 못한 지역 및 기타 농촌지역에서는 학교 운영비가 태부족 상태로 많은 수의 학교 운영이 학생들이 내는 학비나 학생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잡부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교 운영비의 부족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선진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없고, 질 좋은 기능 훈련을 받을 수 없는 등 초․중등교육의 질 저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학교 운영비의 부족현상은 정부의 지원부족과 더불어 주로 학교 경영자들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데 중국에서는 교사와 학교 건물만 있으면 학교의 설립 및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학교 경영자들은 학생들의 교육시설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학생들의 교육에 투자를 하기 보다는 학교를 보다 나은 값으로 팔아넘길 생각을 하는 등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학교를 직접 경영하는 학교장들의 자질부족으로 인한 학교 운영의 문제를 들 수 있는데, 학교 경영자로서의 학교장의 무능은 그 학교의 교사들에게도 그대로 전파되어 결국은 학생들의 교육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같은 문제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다 시간이 흐르고 경력이 되어 학교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행정기관에서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낙하산식으로 학교장이 되거나, 기타 비정상적인 수단을 통하여 학교장이 되는 승진제도의 문제, 학교장을 감독할 수 있는 감독기구의 부족 및 학교장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일곱째, 중국의 초․중등교육에서는 상부에서 혹은 기타 지역에서 어떠한 교육방법이 유행하고 있다고 하면 그 학교의 실제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좋다는 방법들만을 모방하여 차용하는 유행병이 심각한 문제다. 이러한 유행병들은 자신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 및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아 각 학교들로 하여금 자기네 학교의 특성을 갖추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학교 교육에 있어서도 일관성 및 지속성을 가지고 학교 교육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중요한 원인으로는 현재 중국의 각 학교들에서 내실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단기적이고 피상적인 효과만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중국 교육에 있어서의 중요한 문제점들은 비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육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교육개혁을 외치며, 수요자 중심교육이니, 교사들의 자질 함양이니, 충분한 교육예산 확보니 하는 말들을 무수히 쏟아놓았지만 과연 우리의 교육현실이 중국의 교육현실과 큰 차이가 있는지?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과연 그 백년 앞을 내다보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중국의 사례를 통하여 다시금 우리 교육의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