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morning! How are you?”, “I’m fine, thanks. And you?” 매일 아침 8시 전남 보성남초(교장 문덕근)는 이렇게 영어인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아침 영어로 학생 마중하는 교장
‘꿈동이 아침마중’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풍경은 평소 글로벌인재 육성을 위한 영어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이 학교 문덕근 교장이 매일 아침 교문에서 영어로 학생들을 마중하면서 시작됐다.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을 들고 눈 오는 날에는 눈을 맞으면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8시부터 40분간 아이들을 영어로 맞이하고 있다는 문 교장은 “외진 시골에 살아 도시 아이들보다 영어를 접할 기회가 적은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영어에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말로 취지를 설명했다.
이렇게 교문에서 교장의 영어 마중을 받은 학생들은 교실에서 다시 한 번 담임교사의 영어 마중을 받고,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아침방송을 들으며 발음을 연습한다.
방학까지 이어지는 영어교육
보성남초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영어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교실은 물론, 급식실, 화장실, 특별실 등 학교 곳곳에 장소에 맞는 상황영어를 익힐 수 있도록 영어 게시물이 설치돼 있고, 복도에 잉글리시 라인을 설치해 그곳을 통과할 때는 영어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보성지역 영어교육 거점학교로서 교내에 설치된 보성영어체험센터를 활용해 방과후학교와 여름과 겨울 각각 2주간의 방학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체계화된 가상공간에서 요리, 놀이, 스포츠, 게임 등 체험활동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어를 즐겁게 배우도록 한다.
또한 수업시간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영어대화인증 도서를 발간, 3~6학년 학생들이 8~10단계에 걸쳐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연습하도록 하고, 교내 영어대화대회나 월 1회 발간되는 신문영어작품코너를 통해 수업시간에 익힌 영어실력을 펼치도록 하고 있다.
병설유치원까지 총 13개 학급의 소규모 학교인 보성남초에는 현재 원어민 강사 2명과 한국인 강사 2명, 총 4명의 영어강사가 상주하며, 병설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아침활동, 정규수업, 재량활동시간 등을 활용해 다양한 방식의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유치원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영어 전문 강사로부터 수업을 받다 보니 영어와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이밖에도 외국인과 메신저를 통해 영어대화를 하거나 외국 대사관에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메일을 보내는 등 학생들이 영어를 사용할 기회를 적극 조성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힘과 동시에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국제적 감각을 키우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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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교사도 영어 열공
영어교육에 대한 보성남초의 열기는 교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외국인 강사를 초청해 영어 수업 방법에 관한 강의를 듣고, 교사들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한 맞춤형 자율 연수를 주기적 실시하고 있다. 보성남초의 교사 연수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원어민과 함께하는 수업’으로 이를 위해 부산외대 줄리 교수 등 4명의 외부강사를 초청해 연수를 실시했다.
교직원 체육활동 시간에도 서로 영어로 대화하도록 하고 있는데, 운동경기 중에 사용되는 짧은 말들을 영어로 하다 보니, 부담 없이 영어사용 횟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금까지 영어 사교육을 받지 않은 6학년 한송화 학생이 전라남도 ‘여름방학 영어 체험마을’에 참가한 780명의 영어 영재 중 9명을 선발한 미국 미주리대 연수 장학생으로 뽑히는 성과를 거뒀고, 학교를 방문한 한 전남도교육청 영어과 특별교사는 “학생들 영어실력이 다른 학교와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며 보성남초의 영어교육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올바른 인재가 꿈을 이루는 것
“교실에서만 잘하는 것은 강사, 학교에서 잘하는 것은 교사, 학교 밖에서까지 잘하는 것을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문 교장이 말하는 스승론이다. 그는 영어교육 성과를 기뻐하면서도 그것이 교육의 본질은 아니라면서 교육을 비롯한 모든 활동에 있어 ‘본질’이 무엇인지를 늘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글로벌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꿈을 이루는 데 있어 세계 공용어인 영어가 최소한의 필수조건이지만, 그 자체가 교육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올바른 인성을 갖추고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도록 얼마나 학교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성남초는 학생들의 인성지도와 학교 밖 생활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7개 트랙으로 이뤄진 수요자중심의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교사들에게 학교를 마친 후 학생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를 꼼꼼히 파악하도록 하는 한편, 지역주민들과의 교류를 통해 학생지도에 협조를 구한다. 이를 위해 학부모 간담회는 물론, 관내 이장들을 초청해 ‘학교발전 5개년 계획’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작년 후반기부터 실시한 매주 토요일 스포츠데이에는 올해부터 5개 구기종목을 선정, 이 지역 생활체육지도자를 강사로 초빙해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소통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른만이 아니다. 보성남초는 학생들과 교사 간의 소통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생들을 교장실로 불러 인성교육을 겸한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으며, 아침 등교 시간에도 영어로 학생들의 꿈과 학교 안팎의 이모저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학교 홈페이지 역시 대화창구로서 적극 활용되고 있어, 보성남초 홈페이지에는 새로 올라온 글이 빼곡하다.
이밖에도 학생이 교사와 함께 행동으로 실천하는 교육을 위해 공수인사, 다도체험, 봉사활동 책임제 등 인성교육 프로그램과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교내에 동물 농장을 조성해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배움과 동시에 책임감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졸업 후에도 학생들의 생활 살펴학생에 대한 관심은 졸업 후에도 이어진다. 교육도 일종의 서비스업이라고 본다면, 보성남초에서 교육받은 학생이 졸업 후 생활이 어떤지 살피는 것은 매우 당연한 사후 서비스라는 것이다. 그래서 학기 초에 학교가 안정되는대로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졸업생들이 진학한 학교를 찾아 학생들의 생활을 살피고, 관리자나 담임교사와의 면담을 통해 학생 이모저모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시간을 갖는다.
끝으로, 문 교장은 다시 한 번 스승론을 언급하며 교육의 본질을 찾아 행동으로 실천하는 학교를 만들어 공교육의 자존심을 되찾는 데 일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 강중민 jmkang@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