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서울교대 다문화교육연구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교대 다문화교육연구원은 2008년 4월에 설립된 다문화교육 연구기관으로, 초등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동안 학생, 교사, 학부모를 대상의 연수 사업과 다문화가정교육을 위한 이중언어 교수요원 양성 및 다문화 사회통합 ABT(Active Brain Tower)대학 사업 연구 등 정부기관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 · 연구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또한 2008년 전국 최초로 대학원에 다문화가정교육전공 석사 과정을 개설했으며, 지난해부터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초등교원 양성 대학 다문화교육지원 사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관계 8부처가 서울교대에서 다문화 사업계획을 발표 · 조율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습니다.”
10년 후 초등학생 30%가 다문화가정 출신
다문화교육에 대한 관심이 점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다문화교육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십시오.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자녀는 약 11만 명입니다. 현재 40%가량이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데, 그 중 80% 이상이 초등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래서 초등교육현장이 다문화사회로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아직 전체 외국인 자녀의 60%가량이 아직 미취학 아동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교육현장의 다문화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다문화가정 학생은 매년 40%가량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는 초등학생의 1/3정도가 다문화가정 학생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청 자료 등을 보면 방금 말씀하신대로 초등과 관련한 것들은 비교적 눈에 띄는 데 반해 다른 학교급의 준비는 조금 소홀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아직 대다수의 다문화가정 학생이 초등이하의 연령이기 때문에 중등에서는 다문화교육의 필요성을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범대의 상당수가 아직 다문화교육관련 강좌를 개설조차 하지 않은 것이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개설된 강좌도 올해 처음 시작하는 것들입니다. 초등 역시 아직 많은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이중언어 강사를 배출한 후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실사를 돌았는데, 다문화교육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중언어 강사를 말씀하셨는데, 여기서 잠깐 이중언어 강사가 무엇인지 짚고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중언어 강사는 초등학교에서 일반 학생 대상 국제이해교육과 다문화가정 자녀 보충수업 및 학부모 상담, 가정통신문 안내를 담당하는 강사로,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합법적으로 국내에 거주하고 있으며 한국어에 능통하고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외국인을 대상으로 선발됐습니다. 중국, 일본 등 13개국 출신자 중에서 선발, 900시간의 교육을 실시하고 지난해 8월 70명의 이중언어 강사를 배출했습니다. 현재 대부분이 서울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풀타임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가정방문까지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과도기적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교육현장에서 냉소적인 반응 보이기도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교육현장의 냉소적인 반응에 대해 이야기해주십시오.
“아무래도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단일민족주의 때문이겠지요. 대한민국에 살겠다고 왔으면, 온 사람들이 알아서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첨예한 일본인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비단 교육현장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볼 때, 지금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다문화교육은 지나치게 다문화가정 학생이 밀집해 있는 학교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다문화교육의 인프라를 구성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문화가정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교육 이상으로 다수자인 일반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학생의 인성이나 대인관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반 학부모들의 의식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연구원에서는 ‘오색 다문화공동체’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오색이란 교사와 다문화가정 학생, 다문화가정 학부모, 일반 학생, 일반 학부모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 사업은 교사를 중심으로 같이 어울리면서 서로를 이해하도록 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한 예로 서울 인헌초에서는 교장선생님의 열의와 이중언어 강사의 노력으로 다문화가정 학부모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했는데, 학교를 매개로 소통의 채널이 형성되는 등 바람직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여러 정책과 방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워낙 여러 나라, 여러 입장의 사람들이 있어 다문화교육의 방향을 정하기가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국제결혼가정의 경우는 어느 정도 틀이 만들어진 면이 있어 그래도 좀 상황이 낫지만, 북한이탈주민이나 외국인근로자와 관련해서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소수인데다가, 같은 민족임에도 문화적 차이도 많고 교육수준에 비해 나이가 많기 때문에 일반 교육기관에서 학업을 이어나가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외국인근로자 자녀의 경우도 초등은 국제협약에 의해 수학이 가능하지만 중학교부터는 학교장 재량으로 입학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사실상 학업을 이어나가기가 어렵습니다. 해외입국자녀 역시 일부 학교에서 특별 학급을 만들어 교육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교육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가 간의 관계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치 · 역사적인 배경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에서 온 학부모들은 우리나라에서 독도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자녀들의 안전에 심각한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따돌림을 받는 경우도 있고요. 사회 · 역사과목을 비롯한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보면 민족주의적 개념이 많이 들어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아단계부터 다문화교육 실시해야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말씀드린 대로 다문화사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수자인 다문화가정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만 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야 하는 교사에 대한 연수는 물론 교대 · 사범대의 교육과정에 다문화교육 관련 부분을 강화해야 합니다. 아까 언급한 공동체 사업과 같은 학부모 대상 교육도 중요하겠지요. 학생 교육과 관련해 이야기하자면, 지금까지 다문화교육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는데,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아교육과정의 다문화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마음이 열려 있는 유아 단계의 어린이들은 인종이나 문화에 대한 선입견 없이 서로 쉽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어린 아이들이 다문화 감수성을 느끼도록 교육하면 초 · 중등학교에서의 부담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초등학교 이중언어 강사를 양성했던 것처럼 올해는 유아교육과정을 위한 이중언어 강사를 모집할 계획입니다. 현재 유아교육과 커리큘럼을 보면 일부 과목에 다문화교육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전문 강좌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할 것입니다.”
교육 관계자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나 향후 계획이 있다면?
“아직 우리나라에서 다문화교육은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더 연구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학교급 간, 학문 간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는데, 최근 이러한 경계를 넘어 범학문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한국다문화교육연구학회를 창립하는 등 점차 활기를 띠어가고 있습니다. 저희 서울교대 다문화교육연구원에서도 기존 연구 · 교육활동에 더해 실질적으로 현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다문화교육이 성공적으로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특히 교육자 여러분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