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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즈 기법을 수업에 적용하기

지난 호에 이어 트리즈(Triz)기법을 수업에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예제를 통해 살펴보려 한다. 실생활의 사례들을 수업에 적용한다면,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스스로 원리를 깨우치려는 능동적인 태도를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된 아이디어 중심의 초창기 트리즈 학습
트리즈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에게 몇가지 트리즈 원리를 가르쳤고 이러한 원리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스스로 좋은 아이디어를 새로 만들어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았기 때문에 몇몇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친 것이다.
학생들이 이러한 원리를 문제 해결에 적용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산출했으며, 다양한 사례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원리는 ‘트리즈의 40가지 원리’에 모두 포함된 내용이다. 좀 더 체계적인 학습 과정으로 학생들을 교육한다면 학생들이 더욱 더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생각을 쏟아내지 않을까?

문제를 통한 트리즈 학습 방법
트리즈 학습 방법으로는 다양한 것이 있는데, 문제를 중심으로 한 학습이 학생들에게 재미와 함께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다양한 사례를 보여 주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문제1:  5분안에 기차를 출발시키는 방법
기차에 대형통나무를 싣고 있다. 검사관은 지붕이 없는 기차의 화물의 양을 계산하기 위해서 통나무의 지름을 하나하나 측정하고 있었다. 수십 개나 되는 통나무의 지름을 일일이 측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자연히 기차가 지연되기 일쑤였다. 자, 기차에 실려 있는 통나무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해야만 한다. 하지만, 기차가 정시에 출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다.
여러분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습니까? 한 번 생각해 보고 아래의 글을 읽어보세요. 아래에 제시된 예 중 몇몇은 틀린 답입니다.

- 한 번에 몇백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통나무를 잡고 지름을 측정한다.
- 눈으로 보고 평균지름을 결정한 다음, 통나무의 개수를 센다.
- 기차를 출발시킨 다음에, 운반 중인 기차 위에서 정확하게 잰다.

이 문제는 사진을 찍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사진을 찍을 때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통나무의 옆에 자를 놓고 같이 찍는 것이다. 기차가 떠난 후 사진을 현상해, 여유 있게 지름을 계산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2 :  다원 아빠의 양복 맞추기
다원 아빠가 있었다. 그는 굉장히 까다롭고 난폭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다원 아빠가 양복을 입을 일이 생겼다. 하지만, 다원 아빠는 아주 까다로워 재단사가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재단사는 입장이 참 난처했다. 양복을 맞추려면 다원 아빠의 몸에 손을 대야 하는데, 난폭하기로 소문난 다원 아빠를 건드렸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니, 건드릴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 되었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겠습니까?

위에 제시한 트리즈의 방법론을 이용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우선 다원 아빠를 거울 앞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그런 후 거울에 반사된 다원 아빠의 치수를 재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이것은 트리즈의 방법론 중에서 ‘복제품을 만들어 그것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수학에서 이러한 문제를 이용하면 어떨까?

문제3 뫼비우스의 띠
여러분들에게 종이가 한 장 주어졌다. 모든 종이에는 앞면과 뒷면, 즉 두 개의 면이 있다. 그렇다면 한 면만 있는 종이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세상에 한 면만 존재하는 종이가 있을까? 가능할까?

<어둠의 벽(The Wall of Darkness)>이라는 소설을 보면 이 물음에 대한 정답이 나와 있다. 제목에서 짐작했겠지만, 종이 한 장을 가지고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면 가능하다. 종이의 한쪽 끝을 180도 꼬아 붙여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고 손으로 직접 따라가 보면, 한 면만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의적인 문제해결에 ‘뫼비우스의 띠’를 이용한 예는 많이 있다. 고리모양의 띠가 있는데, 바깥쪽에 연마 물질(돌, 쇠붙이 따위를 갈고 닦는 데 쓰이는 물질)이 덮여 있다. 이 띠를 어떤 기계에 설치해 물건을 회전하는 띠에 눌러주어 가공하면 물건에 광을 낼 수 있다. 이런 가공을 하다 보면 띠에 붙어 있는 연마 물질이 닳아 없어지고, 이렇게 되면 띠를 교체해 주어야 한다. 띠를 교체해주는 시간이 늘어나면 작업의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때 사용되는 띠를 ‘뫼비우스의 띠’처럼 만든다면, 띠의 길이를 2배로 늘이지 않고도 띠의 수명을 2배로 늘일 수 있다. 이것은 트리즈의 방법론에서 ‘뫼비우스 띠의 기하학적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이런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필요한 이유를 실례를 들어서 잠깐 알아보자. 아래의 문제는 과거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과학영재를 판별해내기 위해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출제한 시험문제이다.

Q: 물체의 운동을 측정할 때 초시계를 많이 쓴다. 그러나 초시계를 누를 때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기 어렵다. 사람이 누르지 않고 시간을 정확하게 재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반 학생들이나 저학년 학생들이 풀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트리즈 방법론을 참고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아래는 힌트가 되는 트리즈 방법론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답을 몇 가지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답 1) 비디오를 촬영해 저속으로 재생(n분의 1)한 뒤 n배를 해 시간을 측정한다.
답 2)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출발점과 끝나는 점을 감지해 측정한다.
답 3) 속도 감지계, 적외선 센서
답 4) 센서, 무비카메라, 기계 특수장치
답 5) 초시계를 기계나 물체로 작동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다섯 가지 답 중 1번이 구체적이고 정교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답 2’의 경우는 단순한 설명으로 인하여 감점되며, ‘답 3’〜‘답 5’의 경우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지 않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답 5’의 경우는 5점이 만점이라면 1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창의적인 해결을 요하는 문제가 영재 선발이나 입시의 심층면접에서 채택되고 있다. 그들의 평가기준은 ‘학생들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느냐를 보는 것’이다. 트리즈 기법은 여기서 필요한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교육 · 심리학자들은 “창의적인 사람은 대체적으로 자주적이고 스스로 만족해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는 경향이 높고, 어떤 물질을 조작하는 데 흥미를 느끼며, 과학 실험을 보통 사람보다 즐긴다. 어떤 문제를 접하면 끝을 보는 집착력도 창의적인 사람들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라고 말한다.

미션 수행을 통한 트리즈 학습
단순한 문제를 이용한 수업에 비해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의 수업은 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조별 토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협동심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션 1. 여객선의 침몰을 막아라
1000명의 승객과 선원을 싣고 부산항을 출발해 미국으로 향하던 우리나라 호화 여객선 꽃님호가 일본을 경유해 항해하던 중 전복하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다. 800여 명이 실종되고, 175명이 사망했으며, 단지 25명이 구조되는 대형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선박 회사가 있는 옥포 조선소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게 됐다. 여객선을 이용한 사람들은 대개 부유층으로, 이들은 대개 자신의 고급 승용차를 가지고 여행을 즐기기 때문에 엔진룸 위의 여객선 중앙 내부 갑판에는 이들의 자동차가 실려 있었다. 폭풍우가 심하게 치는 날, 높은 파도와 함께 바닷물이 배 안으로 순식간에 밀려들어와 그림과 같이 배가 전복된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어떻게 하면 바닷물이 배에 들어와도 전복되지 않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을까?

▶ 미션 해결

이 회사가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자동차가 실려 있는 공간을 분리해 폭풍우에 바닷물이 들어오더라도 모든 공간에 물이 차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유조선 침몰 시 배에 저장돼 있던 모든 기름들이 바다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와 비슷한 것이었다.
2년 후 최초에 제시된 아이디어는 선체의 옆쪽 벽에서 문이 슬라이딩 도어의 개념으로 발전됐다. 차량이 좀 더 빨리 들어오고 나갈 수 있게 개선된 아이디어였다.
다시 2년 뒤에는 슬라이딩 도어를 천장에서 내려오도록 해 차량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단축시키는 아이디어로까지 발전시켰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비용 문제로 실제로는 적용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극적인 해난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이번 문제에 트리즈의 원리인 ‘안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 활용하기’를 적용해보자. 여기서 물은 폭풍우가 몰아칠 때 배 안으로 들어와 배를 전복시키므로 ‘유해한 자원’이다. 하지만 이왕 들어온 물을 잘 활용해 오히려 물이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배가 뒤집히지 않고 더 안정되게 할 수는 없을까? 갑판에 구멍을 뚫어 들어온 물을 배의 밑바닥으로 유도하면 폭풍우 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배는 무게 중심이 더욱더 밑으로 쏠려 마치 오뚝이처럼 풍랑에 잘 견딜 수 있게 된다.

미션 2. 냉장고 홈바의 제작 단가를 낮춰라
요즘 나오는 냉장고에는 ‘홈바’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홈바를 설치해야 하는 경우 양 옆에 스테인리스 스틸로 지지 막대를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이 스테인레스 스틸의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고민이 크다. 좋은 해결안이 없을까?

▶ 미션 해결
이 미션의 해결방법은 아래 그림과 같이 홈바의 지지 막대가 가지고 있던 기능을 홈바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해 홈바의 지지 막대를 제거하는 것이다.

미션 3. 단단한 남극 바닥에 빠지지 않는 말뚝을 박아라
남극의 세종 기지로부터 새롭게 남극에 건설한 8차 기지가 밤새 불어왔던 강풍에 처참히 무너졌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이에 남극 기지 건설단은 이 기지가 무너지게 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려고 한다.
건설단은 우선 기초적인 환경 조사와 기지 설계에 있어 1차적인 문제점을 발견했다. 8차 기지의 경우 기존의 방법과는 달리 말뚝을 이용한 텐트형이라는 새로운 기술로 지어졌는데, 단단히 얼어붙은 남극의 바닥에 말뚝을 박기 위해 말뚝 끝을 뾰족하게 만든 것이다. 끝이 뾰족한 말뚝은 땅에는 비교적 쉽게 박혔지만 밤새 불어온 강풍에 쉽게 빠져 건물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말뚝의 끝은 뾰족해야 하지만 동시에 뾰족하지 말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이 모순돼 보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 미션 해결
‘시간의 분리 방법’을 생각하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시간의 분리라면, 말뚝을 박을 때와 말뚝을 박고 난 후의 시간관계를 잘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뾰족한 말뚝의 끝부분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 말뚝이 들어갈 때는 뾰족하고 말뚝이 다 들어간 후에는 다이너마이트를 폭파시켜 말뚝의 끝이 불규칙적인 모양이 되게 하면 말뚝이 단단히 땅 밑에 박혀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쉽게 들어가지만 절대 뽑히지 않는 완벽한 말뚝이 된다.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에는 바퀴를 사용하고 비행 중에는 동체 속에 넣어 공기의 저항을 받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이 ‘시간의 분리 방법’을 사용한 예다.

미션 4. 적지 한가운데에 통신 안테나를 설치하라
추운 겨울, 적지 한가운데에 적의 정보를 수집하고 아군에게 전송하는 안테나를 설치하고자 한다. 이 안테나는 아군 혼자서도 적지로 운반할 수 있도록 가벼워야 한다. 그런데 안테나 제작을 위한 기획 과정에서 문제점이 나타났다. 안테나에 쌓인 눈이 얼어붙어 이 얼음의 무게로 안테나가 부러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 미션 해결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해결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기둥의 지름을 늘려 기둥을 강화시키는 방법, 얼음을 녹이는 가열 장치를 추가하는 방법, 기둥을 지탱하기 위한 지지대를 추가하는 방법, 안테나에 소금을 뿌리는 방법, 안테나의 각도나 모양 또는 형태를 바꾸어 눈이 그 위에 쌓이지 않도록 하는 방법, 안테나를 흔들게 하는 장치를 추가하는 방법, 눈이 쌓이지 않도록 안테나에 기름 성분의 물질을 입히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여기서는 얼음이라는 것이 문제의 발생 요소이기 때문에 얼음을 제거하는 방법에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고이다.
그러나 창의적인 사고에서는 문제 발생의 요소인 얼음을 역으로 문제 해결 요소로 사용한다. 쉽게 생각해내는 답안들은 다른 외부의 요소들을 추가시켜 해결안을 만드는 것이지만, 이러한 외부의 요소 없이 기존의 주어진 자원의 범위 내에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문제의 경우에는 안테나에 흠집을 내어 그 사이로 눈이 달라붙어 얼음으로써 오히려 기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창의적 문제해결 과정 통해 능동적 학생을 키우자
이렇게 우리 실생활이나 남극 기지처럼 학생들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문제를 교실로 들여와서 학생들과 함께 해결한다면 더욱더 좋은 수업이 가능하다.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사례를 가지고 수업한다면 주어진 문제를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단순히 외우려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원리를 깨우치려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능동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수동적인 학생이 아닌 능동적인 학생으로 변화시키는 작업, 이 과정이 21세기를 살아가는 미래지향적 교사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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