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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학교 운영해 보니... "새 교육과정, 융통성 있게 적용해야"

교육과정 선진화를 통한 교육의 질 향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현장 교원들과 교과교육 관련 단체 및 교직단체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가지 면으로 오해받고 있기도 하다. 과연 그 이유와 그 문제점은 무엇이며,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그 본래의 개정 취지에 알맞게 현장에 적용되려면 어떤 점이 보완되고 지원체제가 마련되어야 할까. 연구학교를 운영해본 경험을 토대로 중학교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김광하 서울 잠신중 교장, 서울중등교육과정연구회장

‘2009 개정 교육과정’은 2009년 12월 23일 고시되어 2011학년도부터 전국의 초 · 중 · 고 저학년부터 적용될 예정인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기준이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기준은 원래 2006년과 2007년에 개정돼 2009학년도에 초등학교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어 2010학년도에는 중학교 1학년, 2011학년도에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2009년 6월에 학교 자율화 조치의 일환으로 단위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교과별 이수시간의 20% 증감 운영, 학년, 학기별 집중이수 도입, 창의적 재량활동과 특별활동 통합 운영 등)을 발표했으며, 단위학교가 자율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학교현장 지원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2010학년도부터 전체 초 · 중 · 고등학교에 동시 적용되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은 제7차 교육과정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되어 온 단위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 다양화 · 특성화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교육과정 선진화 노력의 일환이며,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로서의 위상을 갖는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 적용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워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후 2009학년도부터 2012년학년도까지의 시기에는 학년별로 다른 여러 개의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초 · 중 · 고등학교에 적용되고 있으면서도, 2011학년도부터 초등학교 1, 2학년과 중 · 고등학교 1학년에 적용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 대비를 해야 하는 가장 어렵고 혼란한 시기이다. 즉, 국가수준 교육과정 적용의 역사상 가장 과도기적 시기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과도기의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을 해결해주고 새 교육과정으로의 이행을 촉진하는 종합적이고 탄력적인 운영 방안이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교과부가 국가수준 교육과정 기준을 고시한 이래, 학교 교육과정 편성 · 운영 절차와 일반적인 내용을 담은 <2009 개정 교육과정 적용을 위한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매뉴얼>을 학교급별로 발간 · 보급하고, 새 교육과정 연수 · 홍보 실시, 해설서 발간을 추진하는 등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몇 가지 융통성 있는 조치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현장의 입장에서 보면 제7차 교육과정, 2007년 개정 교육과정, 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 등을 적용하다가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이행하는 데 따르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유권해석이나 종합적 고려가 담겨 있는 문서를 현장에 보급하지는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유권해석 담은 해설자료는 없어

만약 교과부가 이런 방안을 마련하는데 무리가 있었다면, 새 교육과정으로 이행하는 조치를 마련할 권한을 시 · 도교육청이나 단위학교에 부여해줄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교과부에서 종합적이고 탄력적 방안 또는 유권해석의 성격을 띠는 해설 자료를 내놓거나 ‘2009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급별로 전체 학년에 적용되기 전까지의 과도기적 시기에는 새 교육과정 조기 적용 또는 융통성 있는 적용(예 - 학기당 8과목 이내 편성의 융통성 부여, 희망하는 학교에서는 2011학년도에도 2, 3학년에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요소 부분 적용 허용 등)을 할 수 있는 자율권을 시 · 도교육청이나 단위학교에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 입장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학교 교육과정 편성, 즉 학기당 8과목 이내 집중이수와 교과군별 수업시수 20% 증감 운영 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다음 학년도 학년별 학급 수 배정과 그에 따른 교원 정원 배정 등의 교원 수급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다음 학년도 학급 수가 언제 최종적으로 정해지는가, 교과별 교원 정원은 학교가 원하는 대로 오는가 등이 명확할 때 비로소 다음 학년도 교육과정을 안정적으로 편성할 수 있으며, 그 시기가 1학기 중에 이루어지도록 제도화되어야 교육과정 편성, 교과용도서 신청 등과 제대로 연결이 된다.

학교 여건에 맞는 교원 수급 방안 마련해야

2011, 2012학년도 같은 과도기에는 거의 모든 학교에서 집중이수를 하는 교과 등에서 교원수급상 학년 또는 학기별 시간 강사를 활용해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게 되므로, 각 시 · 도교육청에서는 단위학교에 그에 대한 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2011년도 예산 편성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교육청과 단위학교에서는 순회교사 또는 겸임교사, 학기별 순환 근무, 공 · 사립학교 간 부분 교환 근무제 도입 등 교원수급의 유연화 방안을 지역과 학교 여건에 적합하게 정착시키는 데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현장 교원의 복수 교과 담당 자격연수 확대 및 단계적으로 수업시수가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교과의 교사들에게 전문상담교사나 ‘직업과 진로’ 지도교사 등의 자격을 갖출 수 있는 연수 과정을 개설해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장기적으로는 교원 양성 및 임용 과정에서 복수 교과 담당 전문성을 강화하고, 학교 단위에서 요구하는 교원수급을 적극 반영해 시 · 도교육청별로 교과별 교원 정원을 정하도록 해 단위학교 차원에서 안정적인 학교 교육과정 편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적용 시 2011학년도부터 각 학교에서는 과학, 기술 · 가정, 예술(음악/미술) 교과(군) 등에서의 집중이수로 실기 및 실험 · 실습 관련 시설이 일시적으로 부족하게 되어 일부 시간은 일반 교실에서 수업하게 될 가능성이 크며, 그 필요한 시설 내용이 다음 해에는 또 바뀔 가능성이 많다.
또한, 집중이수제와 블록타임제 도입 등으로 사회, 역사, 도덕 등의 교과에서도 토의 및 발표 학습에 적합한 교실 등 새로운 시설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각 학교에서는 교과교실 확대는 물론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특별교실 확보에 노력해야 하며, 교육청에서는 관련 예산 지원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성, 제약 모두 갖고 있어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지금까지의 어떤 국가수준 교육과정보다 단위학교 차원의 학교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측면(학년군 및 교과군 도입에 따라 3년간의 수업시수만 제시, 교과군별 수업시수의 20% 증감 운영 자율권 부여 등)이 있는 반면에, 다른 한 편으로는 학교 교육과정 편성 · 운영의 방향을 강력하게 제약하는 측면(모든 학기에 학기당 8과목 이내 과목 편성 등)을 함께 갖고 있다.

먼저, 자율성 부여의 측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 교과 중심으로 증배하고 기술 · 가정, 음악, 미술, 도덕 교과를 주로 감축 운영한다고 해서 국가수준에서 제시한 교과군별 20% 증감의 범위를 지키고 있다면 이에 대해 조정하라고 장학 지도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자율성 제약의 측면을 살펴보면, 학기당 8과목 이내 편성을 모든 학교의 모든 학기에 강제하는 것은 각 교과별 교육과정에서 규정된 교육내용을 발달 수준에 알맞게 적합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따라서, 학교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측면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한을 두어, 교과별 교육과정에 제시된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범위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 제시된 교과별 수업시수의 2/3(67%) 또는 3/4(75%)는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학교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측면에 대해서는 약간의 융통성을 부여해 선택 교과를 8과목 이내 편성 과목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학기당 8과목 이내 과목 편성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부분적으로 왜곡되는 교육과정 편성을 바로잡을 수 있고, 모든 과목을 학년집중으로 편성하는 학교에서도 ‘1학년 도덕 85시간, 2학년 사회 85시간, 3학년 역사 85시간’ 등과 같이 3개 학년으로 발달단계에 따라 편성되어 있던 교육내용을 1개 학년에 집중해서 배우는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

수업시수 증감에 따른 가이드라인 필요

교과군별 수업시수 20% 증감 운영의 자율성을 단위학교에 부여함에 따라 국어, 영어, 수학 중심 증배 편성의 문제를 교직단체에서 제기하고 이에 대한 장학지도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로 얼마만큼 증배 편성되었으며, 그에 대한 대책에 대해 검토해 보기로 한다.

<표 1>과 같이 제7차 교육과정과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국어, 영어, 수학 과목 수업시수에 심화보충학습 시간을 배정한 시간만큼 증배한 경우에는 실제로 수업시수가 늘었다고 볼 수는 없으며, 각 학교에서는 현재의 교과별 교원수급을 고려해 교육과정을 편성하게 되므로 이러한 학교들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전체 학교 중에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교과의 시수를 증배한 학교가 전체 학교 중 반수를 넘는다고 해서 이들 과목 중심으로 편중되게 증배되었다고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전후 비교 등을 통해 분석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특정 교과의 시수를 과도하게 증배하거나 감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가수준 교과별 교육과정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각 교과군의 각 교과별로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 제시된 교과별 수업시수의 2/3(67%) 또는 3/4(75%)는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함으로써 특정 교과의 수업시수를 과도하게 감축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특정 교과의 시수를 과도하게 증배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교과군별 수업시수 20% 증감 운영에 있어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교 여건이나 교사수급 또는 설문조사 등에 의해 획일적으로 특정 교과를 증감해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경향이 많다. 단위학교 교육과정 자율화의 흐름 속에서 학교 교육과정 편성의 특색을 살리는 차원도 있고, 학생의 특성과 진로 희망을 반영한 교육과정 이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또한 교과별 교사수급 조절 장치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각 단위학교에서는 학생, 학부모의 의견과 요구를 수렴해 교과(군)별 수업시수를 증감 운영하는 방안(<표 2>참조)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교육청에서는 이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집중이수로 인한 교육과정 재구성의 어려움

학기당 8과목 이내 편성에 따른 집중이수로 인해 해당 교과 담당 교사들은 3개 학년에 걸쳐 학생 발달 단계에 맞게 구성된 교육내용으로 되어 있는 교과서를 1〜개 학년에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내용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학년별로 편찬된 교과서 내용 순서에 따라 1학년 교과서를 배운 뒤 2학년 교과서를 배우는 방식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3개 학년 교과서의 내용을 관련 단원의 내용끼리 연계해 학습하도록 새롭게 재구성할 것인가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학교별로 학생집단의 수준에 알맞게 교과별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다양한 교과서 필요해

따라서 현재까지의 교과서 발간 체제는 이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학교에서는 적합하지 않으며, 학교마다 특정 교과를 편성하는 학년, 시간 등이 서로 다르므로 향후에는 학년당 1권(3권), 상, 하 2권 또는 전학년 통권(1권) 등으로 다양하게 교과서를 만들고, 학교에서 교과 교육과정 편성 · 운영하는 방식에 알맞은 교과서를 선택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교과용도서 발간 · 유통 구조를 공급자 중심 체제에서 수요자 중심 체제로 전환해야 함을 의미한다.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방침 분명히 해야

2010학년도 1학기는 교과부, 시 · 도교육청, 단위학교들이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접하고 이해하면서 2011학년도 초 · 중 · 고등학교 동시 적용을 위해 나름대로 해야 할 일, 그 중에서도 특히 총론 차원에서의 학교 교육과정 편성과 교원수급 방안 마련 등에 정신없이 매달리면서 지나갔다고 할 수 있다.

이제 2학기에 학교에서는 이미 마련된 학교 교육과정 편성(안)에 따라 교과별로 협의회와 공동 작업을 통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늘어난 주당 수업시간수 등을 고려한 교수 · 학습 및 평가 방안 개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시 · 도의 교육과정 정책연구학교 및 선도학교는 단위학교들이 실제로 2009 개정 교육과정을 학교현장의 교실수업에 적용하는 데 관련된 교육과정 재구성과 교수 · 학습 및 평가 자료 개발에 연구위원들의 지혜와 노력을 한데 모아야 할 것이다.

교과부와 시 · 도교육청,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같은 연구기관에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현장 적용과 관련된 쟁점에 대한 입장과 방침을 분명하게 밝혀 현장의 혼선, 불안과 불만을 최소화하고, 교원수급, 시설 개선, 교육과정 재구성 · 운영 관련 자료 개발 · 보급 등의 지원체제 구축과 예산 확보에 최선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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