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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말 ㆍ고운말을 꿈꾸는 즐거운 국어수업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잘못된 언어가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대인 관계를 손상시키며 범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국어교과에서의 수업방안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본다.

욕설 · 비속어가 습관화된 학생들
집 주변의 놀이터에 나가서 초등학생들의 대화를 듣고 화들짝 놀란 경험이 있다. 친구를 부르는 호칭과 감정을 표현하는 부사가 대부분 욕설과 비속어였던 것이다. 학생들은 순진한 얼굴로 해맑게 웃으며 무시무시한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뱉고 있었다. 또한 극장, PC방, 편의점,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듣게 되는 중 · 고등학생들의 언어도 욕설, 비속어, 은어, 인터넷 용어로 가득 차 있었다.
잘못된 청소년 언어는 일상생활 속의 장소뿐만 아니라 교육기관인 학교 안에서도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언어가 소수의 학생만 쓰는 전유물이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생활어, 습관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학교 폭력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가정과 학교의 대인 관계를 손상시키며 범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잘못된 청소년 언어는 교과 · 영역 · 대상을 막론하고 모두가 참여해 개선해야 하는 시급한 사회 현상이 되었다.
본고에서는 교육과정에서 가장 관련이 깊은 국어 교과를 중심으로 몇 가지 수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자 한다. 개정 교육과정에도 청소년 언어에 대한 반성, 바른말 교육과 관련한 내용 요소가 있는데, 이를 좀 더 확장해 학생들의 동기와 참여를 유도하는 ‘매체 결합 프로그램’과 ‘개선과 실천을 강화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제안해 보고자 한다.

수업 구안을 위한 준비

교육과정에 대한 섬세한 분석 필요
기존 교육과정에도 언어 순화와 관련된 학습목표와 내용이 제시되었는데, 실제 수업 현장에서는 지식 요소로만 배우거나 학습 내용을 간략하게 다루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따라서 2007 개정 교육과정,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명시된 ‘우리말 순화, 바른말 사용’과 관련된 성취기준과 내용요소를 먼저 분석하고, 국어교과서의 내용을 수업할 때 명료하고 철저하게 가르쳐야 한다.
교육과정을 섬세하게 분석한 후에는 교과서의 일부 내용을 변용하거나 연계해 특색 있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목할 때에는 성취기준과 수업 차시를 고려해 실시해야 한다.

문제 상황 인식이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얼마 전에 학생들이 쓰는 적나라한 언어를 문제로 제시해 맞히는 ‘은어, 비속어 퀴즈 풀이’를 보았다. 학생들은 평소에 많이 써온 욕설, 비속어에 대한 문제가 나오자 너나없이 손을 들고 거침없이 문제를 맞혀 나갔다. 선생님은 문제를 맞힌 학생에게 그런 말을 쓰지 않거나 바른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하자고 독려해 주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수업 상황에서 비속어, 은어를 정답으로 이야기하며 재미를 느끼거나, 그런 말을 모르던 학생들도 간접 학습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 상황을 인식한 후에는 개선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강력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즉, 청소년 언어생활의 심각성을 학생 스스로가 인식하도록 유도하며, 단순한 문제 제기보다는 개선과 실천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안해야 한다.

다양한 수업 사례

사례 1 신문 기사나 칼럼을 활용한 NIE 수업
신문을 활용하는 NIE(신문활용교육)는 생동감 있는 정보를 제공해 학생들이 문제 상황을 스스로 인식하게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먼저 청소년 언어에 대한 적절한 최신의 신문 기사를 제시하고, 내용 확인 질문, 경험 연상 질문, 토의 질문을 통해 청소년 언어 문제를 숙고하도록 한다.

사례 2 머리띠 역할 놀이
머리띠 역할 놀이는 청소년 언어와 관련된 상황의 머리띠를 쓰고 대화를 주고받는 소집단 또는 중집단 활동 프로그램이다. 수업 진행 방법은 다음과 같다.

사례 3 ICT 자료를 활용한 탐구학습
인터넷을 검색하면 우리말 오용과 관련된 멀티미디어 자료가 많이 탑재되어 있다. 적절한 플래시 자료와 학습지를 제공하고, 조별 · 모둠별로 탐구학습 질문에 대한 답을 작성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도한다.

사례 4 방송 · 영화 옴부즈맨(Ombudsman) 되기
텔레비전은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방송매체이다. 방송심의위원회에서 방송의 내용을 심의하고 검토하지만, 일부 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그대로 청소년들에게 전달되어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일부 연예인들이 쓰는 저속한 언어, 인터넷 용어는 어린 시청자에게 무비판적인 추종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영화를 통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데,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정하는 청소년 관람 영화에도 욕설이나 비속어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학생들이 직접 방송과 영화를 비판적으로 보고, 잘못된 언어 사용을 지적해 개선하는 옴부즈맨 활동을 권장할 수 있다.

사례 5 영상 시청 교육
최근 청소년 언어생활과 관련된 시사고발 프로그램, 다큐 프로그램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프로그램의 성격상 문제 상황을 제시하고 전문가 의견을 듣고 대안을 제시하는 형태로 구성되기 때문에, 방송 시간이 긴 특성이 있다.
방송 시간을 줄여서 보여주거나 부분을 편집해 활용할 수 있지만, 전체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이다.
KBS의 <10대, 욕에 중독되다>나 EBS의 <리얼 실험 프로젝트 X, 우리말 생활 보고서> 등의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사례 6 공익광고와 만평 만들기
청소년들의 멀티미디어 자료 제작 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디지털카메라와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접 공익광고를 만들거나 만평과 같은 만화를 그리는 활동도 효과적이다.
인터넷 용어를 주제로 한국방송공사에 탑재된 공익광고나 학생 만평을 보여주고 시각적 이미지와 문자 언어로 구성된 공익광고, 만평을 제작해 보도록 한다.

사례 7 우리말 관련 홈페이지 공부하기
우리말을 공부하거나 순화하는 인터넷홈페이지를 학생들에게 안내해 직접 언어순화에 참여하도록 하는 활동이다.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우리말다듬기 홈페이지(www.malteo.net)는 어려운 외국어 대신에 국민들이 뽑은 ‘다듬은 말’을 뽑아 널리 홍보하고 있다. ‘리플-댓글, 웰빙-참살이, 이모티콘-그림말, 네티즌-누리꾼, 파이팅-아자’ 등 순화된 말들을 둘러보게 한 뒤, 직접 순화어에 투표하게 해 언중(言衆)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그 외 디지털 한글박물관(www.hangeulmuseum.org) 사이트에서는 한글의 창제, 발전, 문자 생활사, 한글의 조형성에 대한 자료, 우리말 퀴즈가 마련되어 있다. 사이트를 살펴보고 새롭게 알게 된 정보나 자료를 찾아보는 활동도 가능하다.

사례 8 바른말 · 고운말 행동강령 만들기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토의 · 협의의 일환으로, 욕설, 은어, 인터넷 용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급회의를 실제 수업시간에 해보는 활동도 매우 유의미하다. 학급회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시 학습 때 학급회의의 안건을 알리고, 미리 사전 정보를 조사하도록 하면 좀 더 활성화된 토의를 유도할 수 있다.
학생들이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할 때에는 ‘해결 가능한 대안인지, 대안이 구체적인지, 다양한 각도로 생각한 방법인지’ 숙고하도록 지도한다.
회의의 말미에 학생들이 실천할 수 있는 행동강령이나 캠페인 문구를 만드는 방법도 권장할 만하다.

사례 9 우리말 동아리 만들기
언중들의 언어 현상을 바꾸는 최선의 방법은 역시 자정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청소년 언어생활의 문제점도 결국 언어문화의 주인인 청소년들이 자율 활동과 동아리활동을 통해 해결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동안 시도되어 온 일부 언어운동이 호응을 얻지 못하고 용두사미 격으로 끝난 전례를 교훈 삼아, 청소년이 활동의 주체가 되는 활동을 개발해야 한다.
각 학교에서는 우리말 동아리를 실제로 구성하고 우리말 지킴이를 하고 싶거나 필요성을 느끼는 학생들을 공모해 조직하기를 권장한다.

바른말 · 고운말 수업을 위한 제언
바른말 · 고운말 국어 수업이 잘 이루어지기 위한 제언을 몇 가지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학습자와 학교급을 고려해 맞춤식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 욕설과 비속어를 접하게 되는 경로가 연령층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학습자의 수준과 인지능력에 맞게 언어 프로그램을 투입해야 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욕설을 습득하는 시기가 주로 초등학생 때라는 결과를 참고로 언어습관이 형성되는 초등학교에서는 특히 생활 습관을 바로 잡고, 학생 상호 간에 언어예절을 습득하고 교정해 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둘째, 정규 국어수업 외에도 창의적 재량활동이나 자율 활동과 연계한 교육, 계기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교육과정을 분석해 볼 때 바른말 · 고운말을 배우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교육이 좀 더 필요하기 때문에, 창의적 재량활동이나 기타 활동에도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하게 실시해야 한다. 또한 한글날에는 한글의 역사적 의미와 인류문화적 가치, 문자로서의 우수성을 학생들이 느낄 수 있는 계기교육도 실행해야 한다.
셋째,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성있는 연간계획으로 구성해야 한다. 언어순화 교육은 단시일에 이루어지기 힘든 장대한 작업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넷째, 언어교육이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생활 문화 운동이 되어야 한다. 학급회의나 대의원회의의 의제로 다루고, 학생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자주 홍보하는 등의 생활 문화 운동으로 전개해야 한다.

언어순화 교육에 대한 범사회적 관심 필요
이상에서 청소년의 언어순화 교육에 대해 국어과 수업 프로그램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교육공동체에게 부탁하고 싶은 점은, 청소년 언어 순화는 국어교과, 국어교사에게만 지워진 독자적인 책임이 아니며, 학교 · 사회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청소년 언어문제는 단순히 국어지식의 부족함이나 국어교육의 부실함 때문으로 한정지을 수 없다. 그동안 사회 전반에서 모범적인 언어의 전형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나 각종 매체에서 사용한 급격한 언어의 변화에도 책임이 있다. 또한 다원화 시대에 부족했던 가정의 밥상머리 예절교육, 개인화된 인간관계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이제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한다.
언어순화 교육을 향한 작은 실천이 큰 줄기를 이루어,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의 쉼 없는 강줄기를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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