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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추락이 아니라 도전받고 있다

교원들은 교권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가치인식을 강하게 공유해야 하며, 그것이 침해되었을 때에는 함께 지키려는 통일되고 강력한 공동대응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왜냐하면 교원사회는 전체로서 하나이기 때문이다.

교권, 사회적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필요조건의 하나
#1. 지난해 11월 19일 토요일, 그 날 오후 필자는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제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 제자의 통화 요지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학년부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는 나름대로 이유를 설명하였으나 폭행까지의 인과관계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부족했다. 어쨌든 경찰에 연락해 조사를 받았고, 병원에서 진단서까지 발급받았다고 하니 그러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기에는 충분했다.

#2. 지난해 11월 1일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등교 중이던 3학년 학생의 주머니가 유난히 불룩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교감이 주머니를 확인했고, 그것은 담배였다. 담배를 압수당한 그 학생은 자신의 돈으로 산 담배를 빼앗았다는 이유로 교감을 폭행했고, 그 자리에 쓰러진 교감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정신적 충격에 휩싸여 있다.

#3. 지난해 10월 19일 광주의 한 여교사는 수업시간 중 태도가 불량한 학생을 훈계하기 위해 상담실로 불렀다. 그러나 이 학생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 후 우연히 마주친 그 학생을 교실로 불러들여 여교사가 훈계를 하는 과정에서 학생은 반발해 뛰쳐나갔고, 이를 제지하던 그 여교사와 학생이 서로 머리채를 잡는 등의 몸싸움을 벌였다.

이상의 장면들은 가장 최근에 필자가 겪었거나 보도를 통해 알게 된 교권관련 사건 중 극히 일부이다. ‘극히’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위의 사례는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널리 알려진 교권침해 사건이고, 그 외에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교권침해 사건의 수가 매우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교권의 의미를 자세히 논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교권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교사로서 가지는 권위나 권력’이다. 교육학적으로는 ‘제도적 권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과 침해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고 교원의 지적ㆍ기술적 권위에 대한 불합리한 평가로 인해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교직생활의 기본조건’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권위란 당연히 일정한 기간의 훈련을 통해 획득한 전문적 지식과 능력의 소유자로서 권위를 말한다. 그리고 그 권위의 보호 장치로서 부당한 간섭과 침해의 배제를 보장받고 있고, 안정된 생활의 보장 및 신분상의 보호도 받는다.
따라서 교권이란 교원의 이해관계로 인해 주장되는 것이 아니라 교직의 전문성과 윤리성이라는 사회적 기능을 정상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필요조건의 하나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개념적 정의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필자는 이 속에 오늘날 교권침해의 문제를 푸는 방안을 얻어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가 교권추락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거나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문제들을 짚어보면서 방안도 함께 생각해보자.

교육제도 및 정책의 문제인가?
많은 사람들은 현행 교육제도에서 교권의 추락원인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제도나 정책 중 어느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교권붕괴의 원인이라고 지목하는 제도와 정책들을 밝혀보면 다음과 같다.
? 의무교육의 확대 교권이 무너지는 학교현장은 초등학교라고 예외는 아니지만, 중?고등학교에 비하면 학생으로 인한 교권침해 상황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2004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된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 확대, 즉 의무교육 9년의 확대시행과 교권의 추락과의 관련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주장의 핵심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퇴학시킬 수도 없고 정학 제도를 통한 효과적인 학생지도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교원노조의 출범 1998년부터 교원들이 스스로 노동자임을 자처하며 노동조합을 결성한 교원노조시대의 출범을 교권의 추락과 관련지우는 주장도 있다. 교원노조원들은 소위 교사란 지식을 매개로 하여 전문성을 갖춘 노동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교권도 교원의 이해관계를 전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특별한 보호 장치가 없더라도 스스로의 보호를 위한 장치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들은 교권 자체에 대한 의미도 달리 가진다.
? 상대평가 위주의 정책 평가제도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교 평가는 상대평가를 위주로 하고 있다. 평가는 교육의 한 과정이지만 상대평가는 평가를 결과로만 인식하게 한다. 따라서 학업수행과정에 대한 교사의 질적 평가결과는 개입하기 어렵고, 학업성취 수준으로서의 평가가 아니라 상대적 서열이 강조된다. 이렇듯 과정을 평가할 수 없는 교사에 대한 인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것이 대학입시와 맞물리면서 상대평가의 결과를 위해 사교육 위주로 흘러가는 경향이 교권추락과 직결된다는 주장이다.
? 체벌 금지 정책 지난 수십 년간 체벌은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학생지도를 위한 교육적 수단으로 인정돼 왔다. 그러나 지난 3월 18일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라는 표현이 삭제됨으로써 사실상 체벌이 금지됐다. 이러한 제도적인 변화가 효과적인 학생지도를 하는데 한계로 작용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현장의 많은 교사들은 교육적인 징계수단으로서의 매와 체벌의 한계가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체벌금지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학생들로 인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학생지도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상황은 곧바로 교권에 대한 침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형평성을 상실한 학생인권조례 제정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가 효시이다. 그 내용을 보면 헌법이 보장하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인권의 내용도 있지만, 정상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교권과 상충될 수 있는 인권이나 선언적인 의미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권의 내용도 상당수 있다. 휴식, 개성표현, 사생활의 자유 및 비밀보호, 학교정책 결정, 문화활동, 교육환경, 급식, 홍보나 인권교육 등과 같은 규정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의 현실적인 문제는 학교자치와 학교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갈등에 대해 모든 책임이 교육행정상 말단에 위치한 교사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시행되고 있는 이상 교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해 11월말 현재 전국 11개 교육청에서 이미 시행중이거나 제정을 추진 중이다. 교육청별 조례의 내용은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만을 따로 두고 보면 그 내용이 적절한지 모르나, 교육활동의 한 당사자로서의 학생의 입장을 놓고 보면 형평성의 원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서 형평성이란 다음과 같은 의미의 형평성이다. 첫째, 권리는 책임이 따르는 범위 내에서 누릴 수 있다는 민주시민성 의식 고취에서의 형평성 상실, 둘째, 학생인권조례에 상응하는 교사의 교육권조례는 없다는 점에서의 형평성 상실, 셋째, 학생인권조례는 개인의 인권을 강조한 나머지 교육공동체 속에 포함된 타인의 권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형평성을 상실했다는 의미이다. 학생인권조례를 보면 학생이 과거 절대권력에 의해 억눌림을 당하다가 해방된 민중에 비유된 것 같은 느낌을 가진다는 것이다.

신뢰받지 못하는 교사의 전문성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음악이나 미술 등 예능 교육은 학교교육만을 통해서는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사교육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 왔다. 초등학교 학생의 경우 경험의 축적과 가능성 발견 및 전인교육 차원에서 체육영역까지 사교육이 확대됐다. 이제는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학생의 사교육 영역도 거의 전 과목으로 확대됐다. 심지어 실험을 위주로 하는 과학계열의 과목까지 영재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그런데 한 영역만 집중적으로 담당하는 사교육 담당자의 전문성을 제도권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잡무까지 맡아가며 따라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결과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사에 대한 전문성은 당연히 신뢰받지 못하고, 최근 학부모들의 교육수준 향상도 가세해 교사와 교권에 대한 인식의 비하가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반면, 요즘 많은 교사들은 자신들이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교원임용고시에 합격하려면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고, 특히 일부 과목의 중등교원은 매우 높은 경쟁률을 통과해야 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중?고등학교 교원의 전문성은 그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었다고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초?중등교원의 전문성은 그 전문적인 지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의 방법적인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요즘 학생들은 각종 멀티미디어들을 통해 매우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방법에 의한 지식의 수용에 익숙해 있다. 그 결과 동기유발이 되지 못하는 수업이나 관심과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방법에 의한 수업은 학생들이 외면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학교 교사들은 이러한 방법적 전문성의 부족으로 인해 존경이나 교권은 고사하고 자신의 수업시간조차 외면당하는(아예 엎드려 자는 학생들)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가정교육의 부재
가정은 사회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교육환경이다. 가정교육으로부터 기본적인 인성이 형성되고, 경제관, 역사관, 정치관 등이 형성된다. 그런데 최근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늦은 시각까지 이루어지는 사교육으로 인해 가정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설령 이루어진다 해도 가정교육의 주된 흐름은 주로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 과보호 의식, 입시생 위주의 가정 분위기로 인한 자기중심적 사고의 방치 등이다. 그 결과 학생들은 사회적 가치와 개인적 가치를 구분치 못하는 가치관의 혼돈 상태에 빠지고 학교교육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몰이해로 말미암아 교권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많은 학부모들은 전 과목을 다 배우는 학교교육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한 마디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교육이론 확산과 사회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양상, 현실적인 계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듯하다. 즉,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만능일 필요는 없고 한 가지만 잘하면 된다는 그들의 기능주의적 교육관의 팽배가 학교교육의 가치를 저하시킨다. 그들의 의식 속에 학교교육은 진학과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치 외에는 더도 덜도 아니다. 이런 의식이 교사를 존경하도록 자녀를 훈육하기보다는 교사를 무시하는 쪽으로 작용해 교권 추락을 가속화시킨다는 것이다.

교권은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 받고 있다
이상에서 짚어본 문제들은 나름대로 교권추락의 원인이라고 주장된 것들이지만, 동의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또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교권추락을 막을 뚜렷한 방안은 없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필자는 교권이 추락하거나 붕괴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시대적 변화에 따른 도전을 받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교원의 전문성 확보 및 원칙의 확립
사회의 모든 것은 변화한다. 교육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생각도 바뀌고 학교나 교권도 마찬가지다. 과거 전통적 사제 간에 작용하던 권위나 교권의 의미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앞의 개념에서 보았듯이 교사의 권위는 전문적 지식과 능력으로부터 온다. 능력이란 교수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능력 있는 교사는 전문적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줄 아는 교사이다. 능력으로 인정받는 교사는 교권을 지키는데 가장 큰 힘을 보태는 것이다.
개념정의에서 교권은 교직의 윤리성이라는 사회적 기능을 정상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했다. 이는 상호적인 기능으로서 윤리적이지 못한 교사의 행위는 교권을 안팎으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교직윤리에 어긋난 교사를 교직에서 퇴출시키는 원칙을 교사 스스로 고수하지 못하면 전체 교사들의 교권은 결코 지켜낼 수 없다.

형평성 원리의 지속적 실현 요구
교사는 교육의 직접적인 당사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학생을 교육함에 있어 교사들의 입지는 계속 좁혀져 왔다. 교사가 가지던 교육상 징계권도 교장에게 넘어가고, 교육도 법률상 규정된 바대로 해야 한다. 게다가 학부모들의 교육에의 참여폭이 넓어지고, 학생인권조례 등이 제정되면서 교원사회가 마치 부도덕하고 큰 잘못이나 저지른 집단처럼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는 연상을 하게 된다. 교사들은 이러한 법적 사회적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그들의 요구를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실천해 나가야 한다.

교권의 사회적 가치성에 대한 공동적 합의 및 대응
교육은 강한 공공성을 지니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목적과 목표가 정해지고, 교육과정이 마련되며, 아무나 그것을 창설하고 담당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막중한 임무를 담당하는 교원에게는 당위적으로 주어져야 할 교권이 있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으로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가치를 지닌다.
교원들은 교권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가치인식을 강하게 공유해야 하며, 그것이 침해되었을 때에는 함께 지키려는 통일되고 강력한 공동대응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왜냐하면 교원사회는 전체로서 하나이기 때문이다. 교사 한 사람의 행위는 모두를 대표한다는 강한 유대감과 공동체적 연대감이 없으면 교권은 지켜질 수 없다. 학생 또는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과 욕설과 폭행을 가하고 수업진행을 방해하며 교사를 성희롱 대상으로 삼을 때, 나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좋은 것이 좋다는 이유로, 학교가 시끄러워지면 인사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이유로 덮어두는 것은 교권을 파묻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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