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11.18 (월)

  • 맑음동두천 10.9℃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2℃
  • 맑음대구 13.6℃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1℃
  • 맑음부산 19.2℃
  • 맑음고창 11.3℃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구름조금금산 7.5℃
  • 맑음강진군 15.9℃
  • 구름조금경주시 14.7℃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전문직대비

역사는 객관인가, 주관인가

비전공자 입장에서 역사 철학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토론과 관련해 쟁점을 찾고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방향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필자와 함께 역사 철학을 학교 현장에 맞는 토론 수업으로 적용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자.

 역사는 현재 진행형
작년 12월 일본 대사관 앞에는 의자 두 개가 놓여졌다. 한 의자는 비어 있고, 나머지 한 의자에는 단발머리의 앳된 소녀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정좌한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유난히 추운 날씨 탓인지 동상의 차가운 재질 탓인지 그 소녀의 모습은 텅 빈 거리에서 더욱 쓸쓸해 보였다. 이 소녀 동상은 일본의 잔인한 만행 중 하나였던 정신대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항의로 건립된 ‘위안부 평화비’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건립 다음 날 즉각적으로 평화비 철거를 공식적으로 요구해 왔다. 우리 민족의 아픔을 생각했을 때 일본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얼마나 오만방자한 것인가.
우리는 역사를 흔히 거대한 강의 흐름에 비유한다. 역사를 통해 단순히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 흐름 속에 우리가 실재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중요한 이유다.
역사는 통시적으로나 공시적으로 우리 삶 전체에 영향을 준다. 역사는 누구의 눈으로 무엇을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역사는 지금 우리 삶에 진행형으로 자리한다.
지금 당장 뉴스를 보라. 김정일의 사망과 김정은의 권력 장악, 한국과 다른 국가의 자유무역 협정, 혼란한 정국 등 각각의 사건은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복잡한 관계 속에 해 얽혀 있으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해석된다. 그리고 사건 자체가 하나의 역사로 기록된다.
역사 철학에 대해 비전공자 입장에서 논의를 심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토론과 관련해 쟁점을 찾고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방향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역사 인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과 주관의 문제다. 역사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객관성을 갖지만 사관에 의해 쓰였다는 점에서 주관성이 개입된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여기에는 복잡한 맥락이 개입된다. 이러한 역사에 대한 인식은 내용 자체만으로도 중요하지만 대상을 어느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론의 차원은 교육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역사 교과의 범위를 넘어 우리 삶 전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토론 수업의 첫 주제로 역사를 정했으며, 얕은 수준이지만 역사 철학에서의 토론 쟁점을 유도해 보고 학교 현장에 적용 가능한 방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토론 방법으로는 특별한 준비 없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자유 토론에 대해 안내하도록 하겠다. 아이들은 이 수업을 통해 역사 인식의 방법을 이해하고 나름의 시각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제시하는 예시 이외에도 학교와 아이들 실정에 맞춰 다양한 수업 사례를 제시할 수 있고 그러한 방법이 더 큰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역사 철학의 쟁점 찾기
역사 철학에 관한 내용은 E.H.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해 논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중요한 명제를 제시한 Carr는 그의 저서를 통해 역사에 접근하는 방향을 둘로 나눠 분석한다.
우선,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객관적인 과정으로 인식하는 방법이다. 역사는 허구적으로 만들어 내거나 각색할 수 없는 것으로 현재의 사람들이 과거 사실(fact)을 역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6·25 전쟁이 1950년 6월 25일에 시작됐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역사에서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러한 사실을 전달한다. 랑케 학파로 대표되는 객관적 접근의 역사 연구 방법에서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실증적으로 밝혀내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Carr는 실제로 일어난 사실을 기록하더라도 누구에 의해 쓰였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본다. 기록한다는 것을 주관적 행위로 보며 사관의 주관에는 개인적인 측면은 물론 사회·문화적 차원의 맥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렇듯 역사 철학의 문제에서는 포괄적인 쟁점이 도출되는 것이다.

객관적 인식과 주관적 인식의 차이는 무엇이며,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역사가 주관적인 시각으로 객관적 사건을 기술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상대적 관점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로 일제 강점에 대한 역사 기술과 동북공정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자국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역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기술될 수 있으며 국가 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성을 바탕으로 냉정히 분석하고 상대의 시각을 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주의적 시각으로 인한 역사 기술의 차이는 어떻게 나타나고 극복 가능한가.

역사에 대한 인식과 사유는 현재 우리에 대한 이해와 함께 궁극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역사를 만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역사를 스스로 비판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아울러 역사 형성의 주체로서 어떤 방향으로 바람직한 미래 모습을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청사진을 제시하는 과정은 큰 의미를 갖는다.

우리 역사를 비판적 관점에서 돌아보고, 역사의 주체로서 바람직한 역사의 형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자유토론의 방법
토론의 방법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엄격한 형식이 정해져 있으며, 여기에는 승부를 내기 위한 조건과 발언 횟수와 시간, 사회자의 역할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토론을 수업에 대입하기 위해서는 토론의 방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토론의 전문적인 방법을 수업에 활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자유토론이다.
특별히 정해져 있는 형식이 없고 쟁점에 대한 찬·반 입장을 그 자리에서 나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토론 방법이 있지만 자유토론을 가장 먼저 다루는 이유는 토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놀이라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형식이 없는 만큼 교실 상황에 맞게 구성해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는다.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대략의 틀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수업 적용 가능한 틀
- 토론 주제와 관련된 배경지식 설명
토론을 무작정 시작할 수는 없다. 무언가 알고 있어야 이야기 물꼬를 틀 수 있다. 수업에서 이뤄지는 토론이므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교사다. 따라서 토론 시작 전 배경지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줘야 한다. 토론을 위한 설명임을 학생들에게 미리 알려주면 집중도가 훨씬 상승한다. 내용과 관련한 동영상이나 자료가 있다면 함께 보여주는 것도 좋다. 그러나 사전에 제시되는 자료는 중립적인 것이어야 한다. 찬성과 반대 어느 한 측면으로 편향돼 있는 경우 토론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쟁점 도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토론의 쟁점을 도출해 명확히 제시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 자료를 추가로 제시하거나 설명을 통해 쟁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이들 수준에 따라 쟁점을 직접 도출하게 하는 방법도 효과적일 수 있다.
- 찬·반 의견 분리
쟁점 성격에 따라 찬성과 반대를 분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자유토론의 성격상 나누는 것이 토론의 진행을 위해 필요하다. 쟁점에 따라 찬성과 반대가 어느 한 쪽으로 기울 수는 있다. 이런 경우 교사가 아이들의 주된 의견과 반대되는 편에 서서 진행한다. 자유토론 목적이 논쟁을 통한 승리가 아니라 다양한 견해를 이해하는 것에 있으므로 교사와 하는 토론도 큰 가치를 가진다. 또 아이들 입장에서는 대등한 차원에서 토론을 벌였다는 점에서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된다.
- 자유토론
각자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한다. 사회자를 지정할 수도 있고 여의치 않은 경우 교사가 진행을 맡아도 된다. 시간의 제한이나 발언의 횟수를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의견이 제시되거나 한 사람에 의해 독점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 논점 일탈이 되는 경우 방향을 바로 잡아주고 내용이 복잡할 때는 적절히 요약하여 제시해주는 것은 교사의 몫이다.
- 정리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자유토론은 어느 한 쪽의 승패를 결정짓기 위한 것이 아니다. 상대편 의견을 경청하며 자신의 생각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것으로 수업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므로 교사는 토론 내용에서 언급됐던 주요 내용과 사전에 제시했던 배경지식을 종합해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준다.

학교급별 적용 내용 예시
역사 철학의 주제는 사실 많은 배경지식과 함께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 어려운 내용이다. 따라서 학교급에 따라 수용 가능한 내용을 찾아 수준에 맞게 적용해야 하고, 수업 대상의 특성에 따라 방법 또한 적절히 변형해 활용해야 한다.
- 초등학교 저학년
목표: 상대주의적 시각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
내용: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
방법: 이야기를 들려주고 여우와 두루미의 행동이 옳은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자신의 입장을 토론하게 한다. 찬·반으로 나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타인의 배려’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이야기에 담겨 있는 의미를 토론의 과정을 통해 깨닫게 한다.
- 초등학교 고학년
목표: 역사 인식을 위해 필요한 내용을 마련하고 토론에 활용할 수 있다.
내용: 독도 문제
방법: 독도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대립 관계에 대한 영상자료를 보여주고 국제회의에서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점을 주장하는 활동을 마련한다. 반대 입장에 설 아이들을 미리 지정하여 자료를 제공하고 토론을 벌일 수 있게 한다. 독도가 우리의 영토라는 인식은 양측 모두 분명하게 갖고 있겠지만, 의도적으로 일본의 주장을 역설하고 이 의견을 듣는 과정을 통해 반박할 수 있는 논리를 찾는다.
- 중학교
목표: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현실의 문제를 대상으로 토론할 수 있다.
내용: 한-중-일의 외교 관계
방법: 역사의 문제를 현실과 연결시켜 보는 활동으로 시사 자료를 우선 제시하여 관심을 유도한다. 모둠을 나누어 각 국가를 지정해주고 인터넷 자료 검색을 통해 대립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정리하여 토론하게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역사 인식이 얼마나 중요하고 현실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한다.
- 고등학교
목표: 역사 인식의 상대적 시각을 이해하고, 타협 방법에 대해 모색할 수 있다.
내용: 민족주의사관과 식민주의사관
방법: 민족주의사관과 식민주의사관을 비교한 자료를 제시하여 관점에 따라 역사 인식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이러한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론하게 한다. 찬·반으로 나뉘는 방식이 아닌 정책 토론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상위단계
목표: 역사 인식의 올바른 방법과 가치 있는 미래의 역사를 제시할 수 있다.
내용: 역사 철학의 인식론
방법: 최상위 단계의 아이들은 물론 성인을 대상으로도 가능한 내용이다. 찬반의 의견 탐색보다는 깊이 있는 사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유토론을 진행한다. 객관적 사유와 주관적 사유의 적용과 바람직한 역사의 가치 등에 대해 자유롭고 폭넓은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